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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 온 길

by Firefly

내가 살아온 길


바람처럼 스쳐간 이름들 속에서 나를 찾다


어릴 적부터 나는 특별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친구들과 별반 다를 것 없이 평범한 일상을 살았다. 그러나 고등학교 시절, 내 삶은 ‘육상’이라는 단어로 새롭게 쓰이기 시작했다. 치열한 훈련과 도전 끝에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거두며 내 이름 석 자를 운동장에 깊이 새길 수 있었다.


체육대학교 진학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대학 시절에도 나는 쉬지 않고 달렸다. 전국대회 2위에 오르며 정점에 섰고, 그 정점에서 선수 생활을 스스로 접었다. 땀과 숨결이 멈춘 자리엔 ‘해부학’과 ‘생리학’이 자리했다. 나는 근육보다 깊은 생명의 구조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공부에 몰입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대학을 졸업하자, 삶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씨앗이 되어 회사를 설립했고, 초음파 관련 기술 개발에 도전했다. 국내 제조를 넘어 해외 유통, 수출까지 발로 뛰며 세계 곳곳을 누볐다. 어떤 날은 사막 같은 시장에서 문을 두드렸고, 또 어떤 날은 낯선 공항 대합실에서 외로움을 삼키며 나를 다잡았다.


사업가로서의 길을 걷는 동안, 나는 또 한 번 나를 확장하고 싶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부학장 직책까지 맡게 되었고, 학문적으로는 사회복지학과 교육학을 깊이 파고들었다. 자격증 하나하나가 내 삶의 또 다른 날개가 되었다. 사회복지사, 로컬크리에이터, 다양한 전문 자격들을 통해 나는 단순한 ‘사업가’가 아닌 ‘사람을 위한 사람’으로 성장하고자 했다.


돌아보면, 젊은 날 쫓던 성공과 명예는 바람 같았다. 손에 잡힐 듯하지만 결국 흩날리며 사라지는 것들. 돈도, 명예도, 결국은 바람이었다. 나를 지탱해준 것은 오직 끊임없는 배움과 사람에 대한 애정, 그리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용기였다.


이제 나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

“나는 바람을 쫓았지만, 결국 나의 뿌리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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