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진심이라면 반복되지 않는다

by 맥키아



관계 속에는 종종 같은 말이 반복된다.

“미안해.”

익숙한 말, 가벼운 말, 때로는 너무 쉽게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말.

그 말은 처음엔 마음을 움직인다.
실수 앞에서 사과할 줄 아는 사람은
성숙해 보이고 관계를 지키려는
진심으로 읽힌다. 하지만 그 말이 자꾸
반복되기 시작하면 그 진심은 점점
희미해진다. 실수도, 사과도,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변명도 똑같은
방식으로 되풀이된다. 패턴이 생기게 된다.

“그럴 줄 몰랐어.”

“그게 내 의도는 아니었어.”

“이게 그렇게 화낼 일이야?”

“너무 어렵다, 널 이해하는 게.”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니?”

"너 날 의심하니? 너무 힘들다."

심지어는 상처받은 사람이 조심스레
감정을 꺼냈을 때 오히려 화를 내는
장면도 흔하다. 마치 감정을 느끼는 쪽이
문제인 것처럼... 그러다 결국 아픈 쪽이
더 조심하고, 더 움츠러들고, 더 침묵하게 된다.

누군가는 그 반복 속에서 점점 자신을
잃어간다. 처음엔 사랑했지만 나중엔
사랑보다 더 많은 것을 감당하게 된다.
자기감정을 의심하게 되고, 자신이
너무 예민한 건 아닐까, 내가 지나치게
기대한 건 아닐까, 스스로를 책망하게 된다.

그렇게 관계는 차갑게 식어간다. 감정의
온도는 그대로인데 말은 점점 더
공허해지고 행동은 변화하지 않는다.
말은 남지만 마음은 지워지고 반복은
진심을 갉아먹는다.

이런 관계는 사실 우리 주변 어디에서든
볼 수 있다. 연인 사이에서도, 가족,
친구, 동료 사이에서도...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지만 그 실수를
그대로 두는 선택 역시 존재한다.
‘미안해’라고 말하면서 실은 변하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들...

그들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무너뜨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관계의 반대편에는 늘 지치고
아파하는 누군가가 있다. 상처를 설명하고,
감정을 토로하며, 진심을 이해받고
싶어 하는 누군가... 하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것이 진심이 아닌 반복뿐일 때...

그 침묵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관계를 포기하는 일은 비난받아야 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가장 단단한 결심일 수 있다. 진심이 닿지
않는 곳에서 계속 머무는 것은 결국 나를
잃는 일이니까...

그리고 동시에 우리는 스스로에게도
물어야 한다. 혹시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었던 건 아닌지...

무심코 던진 말이, 반복된 행동이,
누군가를 조용히 아프게 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관계는 언제나 양방향이다.

나는 피해자일 수도 있지만 어떤 날엔
가해자일 수도 있다. 내가 편하자고
넘긴 말, 피하려고 했던 상황, 이해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누군가에겐 매번 같은
상처가 되어 돌아갔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사과할 줄 알아야 하고
그 사과가 반복되지 않도록 살아야 한다.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건, 실수를
인정하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노력까지
포함된다.

‘미안하다’는 말은 가벼워질수록 위험하다.
그 말이 자주 오갈수록, 진심은 사라지고
의심만 늘어간다. 사과란, 상처를 덮는 것이
아니라, 더는 상처 내지 않겠다는
다짐이어야 한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그러나 진심이라면 반복되지 않는다.

진심은 단 한 번으로도 충분히 깊을 수 있고
그 깊이는 변하지 않는 태도 속에서 증명된다.

우리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아끼고 있다면
사과는 말이 아니라 변화로 남아야 한다.
그렇게만 해도 많은 관계는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사과 #진심이라면변하지않는다 #브런치 #나의글 #대방노트 #앤디스노트 #관계 #관계의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