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

by 맥키아

첫인상에 대하여

“긴 머리 긴치마를 입은 난 너를
상상하고 있었지만 짧은 머리에
찢어진 청바지가 너의 첫인상이었어”

김건모의 노래 한 구절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첫인상' 오래된 곡이지만
이 노래가 시작되는 순간마다 우리는
알 수 없는 설렘 같은 것을 느낀다.
단지 몇 마디 가사와 멜로디가
어떤 사람의 모습을 그려내고
그 이미지는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다.
그것이 첫인상의 힘이 아닐까.

사람을 처음 마주하는 순간은
언제나 낯설고도 신비롭다.
그것은 마치 한 권의 책을 처음
펼쳐 드는 것과 비슷하다.
표지를 보며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짐작하고 때로는
단 한 문장의 서문만으로도 책장을
넘길지 말지를 결정해 버린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말 한마디
건네기 전에 우리는 이미 눈빛과
걸음걸이, 머리카락의 결, 웃음의
방식, 음식을 먹는 태도, 심지어
눈을 깜박거리는 모습으로도
상대를 읽는다. 이 짧고도 강렬한
순간이 바로 첫인상이다.

첫인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낙인을
남긴다. 불과 몇 초 만에 우리의
마음속에 각인된 그 인상은 이후의
모든 대화와 행동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따뜻하게 느껴진 사람은 작은 실수조차도
관대하게 보이고 차갑게 다가온 사람은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마음속 어딘가에서
의심이 피어난다. 우리는 늘 ‘첫 번째 순간’의
영향력 속에서 살아간다.

근래 친한 동생이 내게 말했다.

“오빠는 생긴 걸로 사람을 판단하는 성향이
강한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그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다.
하지만 동생이 놓친 부분이 하나 있다.

나는 내가 어울리는 사람들을 볼 때
단점을 찾기보다 장점을 먼저 본다.
작은 긍정의 신호를 발견하고 그것을
마음의 저울에 올려놓는다. 그렇기에
내가 외모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건 단순히
겉모습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외모 속에 숨어 있는 그 사람의 매력,
잠재력, 빛나는 순간을 발견하는 일에
더 가깝다. 내가 첫인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도 바로 그 강렬한
순간 속에서 장점을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모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외모는
침묵 속에서 가장 먼저 말을 건네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단정한 옷차림,
깔끔한 태도, 자신감 있는 눈빛은
아무 말 없이도 상대에게 많은 것을 전한다.
그것은 마치 노래의 첫 소절이 곡 전체의
분위기를 규정하는 것과 같다. 그 한 소절이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노래를 끝까지
듣고 싶어지지 않는 법이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결국은 내면이 중요하다.”

그 말은 당연히 옳다. 내면이 아름답지
않다면 곁에 머물 이유가 없다. 하지만
내면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가 그리 한가하지 않다는 데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짧은 순간에
보이는 것에 기대어 상대를 판단한다.
외모와 첫인상은 게으른 판단처럼
보이지만, 사실 가장 빠르고 합리적인
판단 방식일지도 모른다.

외모는 타고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조금 더 단정하게 가다듬은 머리,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차림, 바른 자세와 미소.
그것들은 단순히 겉모습을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에 가깝다.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은 타인에게도 존중을
받을 확률이 높다. 그렇기에 외모에 신경을
쓴다는 건 결국 타인에 대한 배려이자
내면이 드러날 기회를 만들어주는 일이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만약 누군가가 나를
스쳐 지나가듯 처음 마주쳤을 때 그 짧은
순간에 나를 조금이라도 기억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외모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웃는 얼굴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장이 되고, 정돈된 차림은 작은
시詩가 된다. 그것은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마음을 열고 그 문 안에서야
비로소 내면이 진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물론 외모만으로는 오래가지 못한다.
화려한 불꽃놀이는 찬란하지만 금세
사라지듯, 겉모습만으로는 곁에 머물
힘이 없다. 결국 남는 건 내면이다.
그러나 불꽃이 한 번도 터지지 않으면
사람들은 하늘을 올려다보지도 않는다.

첫인상은 그 불꽃이다. 아주 짧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올려주는 시작점.

살아가면서 나는 내 외모에 여러 번
실망했고 또 여러 번 다짐했다.
(다이어트를 또 또 또 다짐함)

조금 더 가꿔야지... 조금 더 나답게
보여야지. 그것은 허영심이 아니라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주길
바라는 소박한 바람이었다. 책의 표지가
곧 내용은 아니지만, 표지가 누군가의
손을 잡아끌어 책장을 열게 만든다.

결국 첫인상이란 우리가 매일 써 내려가는
‘침묵의 자기소개서’와 같다. 그 소개서가
단단할수록... 사람들은 우리 이야기를
더 깊이 읽어주고 싶어 한다. 외모와 태도
그리고 내면이 어우러진 그 첫 장면이
따뜻하다면 사람들은 주저 없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올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 글의 시작에 떠올렸던
김건모의 노래도 그렇다. 한 소절의 가사가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그 첫인상
같은 멜로디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요즘 그의 음악계
복귀가 코앞이라 들린다. 억울하고 힘든
시간을 지나온 만큼, 이번에는 더 좋은
음악으로 다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 음악이라는 가장 순수한
언어로 또 한 번 우리 마음속에 깊은
첫인상을 남겨주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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