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맛과 세월이 함께 볶아지는 곳
거두절미하고, 동네 중국집은 싸야 한다.
오랜 세월 그 동네 사람들과 함께하고
그들의 기억 속에 남고 싶다면
가격부터가 정(情)이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금성문은 언제나 옳았다.
한때 간짜장이 6천 원이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8천 원이 되었지만 양은 곱배기로
늘었고 맛은 여전히 ‘금성문답다’. 요즘
간짜장이 만 원을 훌쩍 넘는 집들이 많지만
금성문은 여전히 합리적이고 정겹다.
그리고 동네 중국집은 무엇보다 맛있어야 한다.
제주에는 이름난 중국집이 많다.
간짜장 애호가인 나는 ‘맛있다’는 소문이
들릴 때마다 꼭 찾아가 본다. 하지만
대부분의 집들은 간짜장에 물기가 많거나,
지나치게 짜거나 달았다. 무엇보다 짜장이
기름에 볶이며 생기는 그 불맛이 없었다.
간짜장은 그렇게 만들어선 안 된다.
그건 생명 없는 짜장이다.
반면, 금성문의 간짜장은 다르다.
팬이 ‘화’ 하고 타오르는 순간, 기름이
돼지고기를 감싸며 바삭하게 튀겨내는
그 소리. 그때의 향은 불맛이 되어
혀끝에서 터지고, 코끝에 남는다.
느끼하지 않고 고소하다. 마치 불이
음식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 같다.
금성문의 간짜장은 설탕으로 억지 단맛을
내지 않는다. 그래서 단짠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조금 싱겁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안에는 양파와 양배추가
내는 자연스러운 단맛, 씹을 때마다 살아 있는
식감이 있다. 팔순을 넘긴 주인장의 세월이
그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 내공은 단순한
조리의 기술이 아니라 삶의 온도, 인생의 깊이다.
잘 만들어진 간짜장 소스는 언제나 타이트하다.
면 위에서 흘러내리지 않는다. 마치 완벽하게
맞는 속옷처럼 면에 꼭 밀착되어 혀 위에서
부드럽게 뒹군다. 면과 소스가 맞닿는 그 미묘한
마찰감. 그건 단순히 맛의 문제가 아니다.
불과 시간, 손과 마음이 만든 감정의 진동이다.
한 입 넣는 순간, 숨이 잠시 멎듯 격정이
밀려온다. 그게 바로 금성문의 간짜장이다.
요즘은 주인장 할아버지의 건강 탓인지
조리법이 조금 달라진 듯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어지간한 간짜장 맛집들보다
한 수 위다.
금성문의 탕수육은 언제나 ‘부먹’이 정답이다.
달지 않고, 느끼하지 않다. 대신 입안에는
고소하고 건강한 맛이 남는다. 바삭하고
쫄깃한 튀김옷 사이로 따뜻한 소스가
스며들며 피어나는 향기. 그건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한 세대의 손맛이 만들어낸 전통의 맛이다.
언제나처럼 우리는 많이 시켰다. 간짜장 하나,
탕수육, 그리고 볶음밥까지. 결국 다 먹지 못했다.
세트메뉴 가격으로 정식요리의 양이 나오니
반은 포장하고 간짜장은 양이 넉넉해 둘이 나눠
먹어도 충분했다. 그렇게 하고도 볶음밥이 남았다.
이 정도면 최고의 호사 아닌가 싶다.
맛있게 먹고, 남은 걸 싸 와서 집에서도
여운을 이어갈 수 있는 행복.
불 앞의 할아버지는 여전히 묵묵하다.
세월의 주름은 깊어졌지만 그 손끝의 감각은
아직 살아 있다. 불이 튀고, 면이 뒤집히고,
기름 냄새가 공기 중에 퍼질 때, 그는 여전히
그 불길 속에서 아름답게 일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이 불빛이 오래도록 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금성문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다.
그곳은 불맛으로 세월을 볶고,
사람의 마음으로 간을 맞추는 곳이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동네 맛집의 교과서’.
'금성문'이 다시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동네 소식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오래된 행복이 조용히 돌아온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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