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을 위한 斷想. 21

- 중년의 글쓰기.

by 둘리아빠


☞ 타인의 감정을 지배하는 방법...부정적 감정의 씨앗을 심어주라...불안, 의심, 공포, 초조, 고립감의 씨앗을 뿌려주면 그 싹은 저절로 자란다.


☞ 평탄한 길을 가다가 넘어진 것도 살아가는 데 훌륭한 경험이 될 수 있다...세상에 의미 없는 경험이란 없다.


☞ 비정규직의 체념을 학교에서부터 배운다?...상위권 대학 진학이 가능한 소수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학교생활 내내 들러리에 불과한 자신들의 처지를 내면화한다.


☞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령 가능하다하더라도 바늘구멍을 통과한 낙타는 더 이상 낙타가 아니다. 그들은 다시 사막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이 성공 신화로 자주 소환된다. 그런데 용이 떠나버린 개천은 어떻게 될까?...개천은 방치된다...어쩌면 옛날 ‘아기 장수’의 설화를 두려워한 지배층처럼 누군가에 의해 개천은 매립되고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 어릴 때는 늘상 듣던 단어들이었는데 지금은 들을 기회가 별로 없는 단어들...규탄대회, 치안본부, 교련복, 조기청소, 장발단속, 통행금지, 불심검문, 검정고무신, 밀짚모자,고추잠자리, 오리온 별자리...


☞ 세상을 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세상을 머리로 살아가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 세상을 살아가는데 굳이 법이나 정의라는 단어에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 부류들이 있다...그들에게 법이란 대중들을 정해진 경계 안에 묶어두는 기능을 할 뿐, 자신들의 행위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세상에 ‘정의’가 없다고 살아가는 데 불편을 겪는 사람들은 아마도 사회적 약자들일 것이다...사회적 약자들이 외치는 정의는 메아리가 없다...‘정의’란 기득권이 자신들의 권리를 합리화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이 세상에 하루를 살아남기 위해 ‘법’이나 ‘정의’를 들먹여야 하는 것은 참 민망하다...가진 것이 너무 많아 굳이 ‘법’이나 ‘정의’를 들먹일 필요가 없는 부류들...


☞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최초로 발견했다면...하멜이 제주도를 최초로 발견했다는 말인가?...존재의 자주성은 상실되고 ‘객체’가 되어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어야만 의미가 부여되는 웃기는 역설...


☞ 고비라고 할 수 있는 곤란함이나 결정적인 게 그의 생에는 없었다...생의 고비라고 할 수 있는 게 그에게는 없었다. 그의 삶은 평범했고 그래서 심심했다.


☞ 암은 과정이다. 몸 안의 세포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현상이다. 결과인 종양만을 제거한다고 회복되지 않는다...세포 중에 더 취약한 부분을 뚫고 암이라는 놈은 튀어 나온다. 그게 폐일 수도 있고, 대장일 수도 있고, 유방일 수도 있다,


☞ 모든 연구의 결론은 비슷했다. ‘향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연구는 새로운 연구를 낳는 인계선이다. 끊이지 않는 돈줄이다...확실한 결론을 짓는 연구는 환영받지 못한다. 돈줄이 하나 사라지기 때문이다...투입은 요란스럽지만 산출은 미약했다.


☞ 세테리스 파리부스...‘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이라는 라틴어 문구...경제현상을 이론화하기 위한 조건... 누군가의 인생을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는 전제를 달고 재설계할 수 있을까?...그런 전제를 가지고 삶을 계획했는데 조건들이 예상대로 되지 않는 인생들...


☞ 자신의 나이가 몇 살인지는 몰랐다. 그래도 누가 먼저 태어났으며 나중에 태어났는지를 서로는 알았다. 동네 사람들도 헷갈려하지 않았다. 높임말이나 비칭이 따로 없었으나 문장의 맥락을 통해 나타낼 수 있었다. 굳이 나이를 따질 필요가 없었다...수렵채집인들의 살아가는 방식.


☞ 자신의 미래에 뭔가 확실한 일들이 예비 되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자신의 미래를 누군가가 준비해 두고 있으며, 그의 뜻에 반하지 않으면 그 미래에 온전히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 어른이라면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돌볼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직접 맞서거나, 도와줄 사람을 찾거나, 협상을 하거나, 무시하거나, 공격을 완전히 무력화할 능력을 미리 갖추거나...


☞ 아버지가 나를 돌보는 것은 단지 자신의 유전자를 보존해 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이기심 때문이다...내 유전자를 갖고 있을 거라는 불확실한 확률 때문에 부모들은 자식들을 위해 헌신한다?...내가 아빠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아버지는 어떻게 확신할까? 그것은 엄마만이 알 것이다.


☞ 광고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능력이 있다는 것...광고를 위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사회적 자격증은 그런 광고 비용을 절감해준다?...자격증은 단지 능력의 증명만이 아니라 능력을 광고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약속이다?


☞ 내 생각은 그녀의 귀를 통해 머릿속을 통과하는 순간 전혀 엉뚱하게 해석되어 그녀의 입이나 행동으로 나온다...내 생각이 통과하는 수로...거쳐가야 하는 성능이 별로인 여과지...


☞ 내 모든 행동이나 생각에 합리적이고 합당한 이유를 제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때로는 왜 그래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래야 하는 것들도 있다...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그럴듯한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직관에 의해 그렇게 행동해야만 하는 상황들...


☞ 요양병원에서 노인들이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묶어두나 봐요. 면회를 가 보면 가끔 손목에 묶였던 자국이 보이거든요...남자는 아무렇지도 않는 듯 그런 말을 했다. 요양병원측에 항의를 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당연히 항의했을까? 아니면 그냥 모른척했을까? 그의 어머니는 구십육 세라고 했다.





⁂⁂ 글쓰기의 주제는 단 두가지다. 삶과 죽음. - 에드워드 올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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