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을 위한 斷想. 24

- 중년의 글쓰기

by 둘리아빠




☞ 누구에게나 살아가면서 몇 번의 승부처가 있다. 더러는 그걸 모르고 지나가기도 한다. 어떤 때는 상황이 허락하지 않아 애써 외면하기도 한다...인생의 간선도로만 질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때로는 지선도로로 빠져 흐느적거리며 헤매기도 하는 게 삶이다. 지선에서 다시 간선으로 갈아타기는 힘들다. 종착지를 향해서만 다가갈 뿐이다.


☞ 그에 대한 프로필들이 하나하나 추가될 때마다 그라는 인물이 점점 구체화 되어 간다...남자, 마흔 살의 중년, 결혼은 했지만 삼 년 전에 이혼, 아이는 둘, 딸은 가출하고, 치매인 어머니를 모시고, 지은 지 삼십 년도 지난 변두리 아파트에서 산다...


☞ 세상의 일들은 수많은 요인들에 의해 왜곡된다. 왜곡된 현상을 아무런 생각 없이 받아들이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 그는 인생이란 ‘제비뽑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능력보다는 운이 중요하다고 믿는 축이다...인생에는 늘 예상하지 못하는 불규칙 바운드가 있게 마련이다. 허공에 손을 허우적거리며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런 순간들...


☞ 때로는 세상을 이해하려 하는 것보다 자신을 납득시키는 게 더 쉽다...


☞ 세상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때 하소연하거나 기대거나 핑계를 삼을 만한 게 필요하다...그중에 가장 만만한 게 신 또는 운명이라는 개념이다.


☞ 내가 가보지 못한 곳, 텔레비전이나 영화로도 본 적이 없는, 어쩌면 내가 읽은 수많은 책들에서도 언급된 적이 없는 곳은 화성이나 금성과 다를 바 없다.


☞ 그의 인생에서 모든 불행은 늘 봄에 일어났다...겨울의 어둑한 동굴을 빠져나와 뭔가 희망을 바라던 시점이라 작은 충격이지만 크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 조직 속에서 구성원들의 개성은 사라지고, 자신의 존재감을 함부로 드러내려는 사람들은 배척된다...무난하게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아주 두드러지거나 존재감을 숨기거나...


☞ 특별한 존재감은 누군가의 관심에서부터 비롯된다...내가 그에게 관심을 보일 때 비로소 그의 존재는 드러난다...무관심은 존재하지 않음과 다름없다.


☞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라는 게, 과거에 누군가가 쪼그리고 앉아 똥을 싸다가 번득 떠올린 생각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구체화된 것일 수도 있다.


☞ 나라는 존재는 인간이 원숭이에서 분리되기 전부터 누적해온 물리적 육체와 지식과 경험의 총체다....나는 어느 날 갑자기 짠! 하고 이 세상에 태어난 게 아니다...


☞ 질문을 달리하면 답이 달라진다...그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가만히 앉아 자신에게 질문을 하는 버릇이 있다. 답이 나올 때까지 질문을 한다.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으면 질문을 바꿔 본다...


☞ 임시 차고가 있는 종착역 분위기...잡초가 무성하고, 포장도 되지 않은 땅바닥에는 빗물이 고여 있고, 길 잃은 개나 고양이가 어슬렁거리고, 밤 늦은 시간에는 잠자리가 필요한 노숙인들이 하나 둘 모여드는...


☞ 그는 감사부 체질이다...궁지에 몰린 쥐처럼 자신을 변명하느라 쩔쩔매는 직원들을 내려다볼 때마다 삶의 에너지가 솟는 것을 느낀다.


☞ 세상을 해석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종교적으로 받아들이느냐, 과학적으로 받아들이느냐...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게 신의 뜻인지 중력의 법칙에 의한 것인지...세상과 인간 사이에 신을 끼워 넣지 않아도 두렵지 않은 시대...


☞ 산다는 게 어쩌면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게 아닐까...단순하게 생각해서 오래 살면 그만큼 세상을 이해할 기회가 많아진다...거기다 세상을 보는 기술- 철학이나 과학, 문학- 이라는 것을 익힌다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유물론’이라는 게 뭐 거창한 이론이 아니냐. 그냥 세계를 움직이는 게 정신이 아니라 물질이라고 생각하는 거야...다른 말로 하면, 사람들이 정신보다는 물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믿음 같은 거...


☞ ‘기원전’이라면 왠지 돌도끼가 난무하던 원시시대처럼 느껴진다...그런데 우리가 잘 아는 공자나 맹자, 소크라테스나 피타고라스가 그때 살았던 사람들이다.


☞ 세상에는 별난 사람들도 많다... 총을 들이댄 괴한 앞에서 오줌이 마렵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


☞ ‘해가 뜬다’ 라거나 ‘해가 진다’라는 것은 우리가 사는 지구 중심의 사고방식이야. 간단히 말해, 태양이 지구를 돈다는 ‘천동설’을 따르는 거지. 하지만 천동설은 사실이 아니잖아. 그러니 다른 말로 바꾸어야 한다. 뭐라고~? 해가 보인다. 해가 사라진다?..


☞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 축약본이 아닌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어본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죽기 전에 도스토예프스키 몇 권은 읽고 싶다는, 엉뚱한 결심을 해본다.


☞ 어떤 감정을 느끼기에 적당한 나이란 없다. 그냥 마음에 새겨지는 대로, 마음에 다가오는 대로 느끼면 된다...감정의 형태나 폭, 깊이나 의미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 내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뭔가 그럴듯한 ‘타이틀’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세상을 살아가려면, 뭔가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타이틀이나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 시간의 무게는 과거의 시간이냐 미래의 시간이냐에 따라 다르다...과거 시간의 무게란 살아오면서 겪었던 유형 무형의 경험 같은 것들...미래 시간이란 바라고 희망하는 목표에서 오는 압박감 같은 것들... 현재라는 시간은 무게가 없다?


☞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화를 낼 것 같지 않은 사람...그에게 분노라는 감정은 뭐랄까, F1 경주용 자동차에 짐칸을 설치한 것과 같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 단식을 통해 자신의 몸을 비워가는 과정...내 몸속에 음식 쓰레기들이 하나도 없는 청결함...장 속에서 기생하던 미생물들이 배고프다고 아우성치는 모습이 상상되고...


☞ 인생을 등산이라고 한다면, 절벽을 힘겹게 기어 올라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산등성이를 따라 꾸준하게 걸어서 올라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선택은 자신이 하는 것이다.


☞ 텔레비전도, 컴퓨터도, 인터넷도, 라디오도, 찾아오는 친구도, 전화로 대화할 상대도 없는, 집에 있는 거라고는 책 밖에 없는 사내의 삶의 모습은?...어떻게 시간을 보내지?...책을 천천히 여러 번 읽고 또 읽고, 책 속의 대화 문장을 배우처럼 되뇌이고...





⁂⁂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첫째 비결은 이렇다.

집중해서 보고,

집중해서 듣고,

집중해서 맛보라.

- 제임스 J. 킬패트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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