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년의 글쓰기
☞ 모든 만물에는 존재 이유가 있다,는 생각은 유아적인 사고다...누가 그러던데, 아이들은 타고난 목적론자라고. 목적론이 뭔데? 쉽게 말해서 모든 만물에 존재 이유가 있다는 거야. 예를 들면 강아지의 꼬리는 반가움을 나타내기 위해 있다, 꽃이 화려한 것은 벌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다는 식이지...그런데?... 뭐라고?..그게 뭐 잘못된 거야고?...글쎄...
☞ 원초적으로 인간들은 어둠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두려워했다...낯선 곳을 혼자 걷다 모르는 흑인을 만나면 두려움이 앞선다. 같은 상황에서 백인을 만날 때보다 두려움의 강도가 크다고 한다. 인종적 편견의 문제가 아니라, 원시시대부터 인간의 심리에 각인되어 온 검은 어둠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어둠은 불안감의 원천이다...
☞ 그의 웃음은 일종의 가면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표정을 보지 못하도록, 그래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채지 못하도록 그는 언제나 웃는 얼굴이다. 사람들은 그가 늘 낙천적인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는 자신이 교활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그는 세상을 너무 무겁게 바라보고 살아간다...조금 소프트하고 가볍게 인생을 산다고 누가 뭐랄 것도 아닌데, 자신이 세운 무리한 스케줄을 헉헉거리며 쫓아가는 고 3 수험생처럼 시간에 인색하다.
☞ 내가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면 내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한 탓이다...내 지식이나 경험이 완벽하다면 세상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세상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변해. 그걸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해...그는 책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고 했지만,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책마다 달랐다.
☞ 그는 아내의 불행에 대해 연민을 느낄 수 없었다..누군가의 고통에 연민을 느낄 수 없다면, 누군가로 인해 행복을 느낄 수도 없다...
☞ 그는 마치 ‘모순’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모르는 것처럼, 그런 단어가 아예 이 세상에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모순’이라는 단어를 들이대지 않고는 도저히 그의 행동을 설명할 수 없었다.
☞ 그는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무시한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무시한다... 자신의 이해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무시한다. 그는 자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세상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는 셈이다...세상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방법은 간단하네. 자네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무시해버리면 된다네...경험하지 못한 것은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경험이 늘어날수록 세상은 점점 더 넓어진다.
☞ 세계사 시험문제에...미국 러시모어 산에 있는 미국 전직 대통령들의 조각에 대해 낸 선생님...다음 중 해당되는 인물이 아닌 것은?...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플랭클린 루스벨트...정답이 뭘까?...다 맞는 것 같은데...정답은 플랭클린 루스벨트야. 미국 대통령 중 루스벨트란 이름을 가진 대통령이 두 명 있는데, 러시모어 산에 있는 루스벨트는 플랭클린이 아니라 시어도어지. 둘이 친척간이라고는 하는데, 엄연히 다른 사람이야...출제자가 좀 치사한데. 미국 대통령 이름까지 풀네임으로 암기하고 있어야 하잖아.
☞ 사람들은 사물을 보면 자신의 머릿속에 이미 들어 있는 무언가와의 유사성을 찾아내려고 한다...낯선 사람을 보면 내가 알고 있는 누군가와 닮았는지를 먼저 생각한대.
☞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 선택이 내가 원하던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는다면 굳이 선택하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오히려 내 의지가 작용하지 않는다는 무력감만 느끼지 않을까...내가 선택하지 않아도 세상은 돌아가고, 내가 선택했다고 해서 세상이 달리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자신의 생각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고 믿는 친구들이 있다...망상이다.
☞ 결혼은 한 사람이 보던 세상을 두 사람이 같이 보는 것이다. 세상을 해석하는 데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이가 태어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더 늘어난다...가능하면 혼자 사는 게 세상을 마주하기가 편하다.
☞ 자신과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넘겨보려 하지 않았다...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나와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나와는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애써 모른척했다.
☞ 그런대로 무난하다는 건 칭찬이 아니다. 맡겨진 일은 그럭저럭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믿을 만한 게 못된다는 뜻이다.
☞ 가장이란 밖의 문제를 집 안으로 끌고 들어와서는 안 된다...집 밖의 문제를 가정으로 끌고와 가족들을 괴롭히지 않는 게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다...기쁨은 같이 나누었지만 불행은 혼자 감당하는데 익숙한 가족이다...서로에 대해 무관심한 가족이다. 어려운 일이 닥쳐도 알리지 않고 혼자 알아서 해결한다...자신의 어려움을 다른 가족들에게 알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 가족에게 미안하기만 한 가장이란 존재 가치가 없다... 가족들이 원한 것은 가장의 눈물이 아니다. 당장 먹을거리를 살 수 있는 돈이다...가족들에게 먹을거리를 구해주지 못하는 가장은 존재 이유가 없다...가족에 대한 가장의 책임은 무한대다.
☞ 배가 고픈데 먹을 걸 살 돈이 없을 때, 누군가는 도둑질을 생각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생각한다...몇 년 째 노숙중인 사람에게 구걸을 하지 말고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떳떳이 돈을 벌어 먹을 것과 잘 곳을 구하라고 말을 하는 사람의 의식상태...살아오면서 하루도 굶어본 적이 없는 사람...차라리 굶어버리지, 일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아르바이트를 권하는 사람...세상에는 일을 하느니 차라리 굶어버리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
☞ ‘지금 내게 바보라고 했어요?’ 한 번 웃자고 농담으로 했는데 직원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하긴 아무런 맥락 없이 그 말을 들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변명할 타이밍도 놓쳤다. 직원들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엎질러진 물이다....예전에 들었던 농담이다...친구에게 길을 가던 행인이 갑자기 돌아서서 친구를 불러 세우고는 그렇게 물었단다...나름 재미있어 그동안 여러 번 써먹었는데...요새는 젊은 직원들이 농담에 별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깜박했다...
⁂⁂ 일상 수다 수준의 문장을 구사하면 애매하거나 과장되게 느껴지고 독자들은 화자에 대한 신뢰감을 잃는다. - 이만교/글쓰기 공작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