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을 위한 斷想. 27

- 중년의 글쓰기

by 둘리아빠



☞ ‘나는 생각함으로써 세상을 이해한다’<파스칼>...생각을 하지 않으면 세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설령 우리가 하루 종일 생각이라는 늪에 빠져 있더라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세상은 티끌에 불과하다...생각을 할 줄도 모르면서 세상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자들...


☞ 전례를 따르면 안전하다...사내외 행사를 할 때도 ‘작년에 어떻게 했지’를 먼저 확인하고, 가능하면 큰 변화 없이 따른다. 그러다 불상사가 발생하면 ‘관례대로 했다’라고 변명한다. 그 관례가 처음에 어떻게 생겼는지는 아무도 모른다...점심 때마다 부장을 챙겨야 하는 것은 관례다. 부장 체면에 혼자 점심을 먹으러 가는 것도 어색하다,고 생각한 누군가가 처음 시작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당연한 것이 되었고 예의가 되었다.


☞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은 단순하다. 업무 지시를 받으면 일단 기준이나 규정을 찾는다. 그런 게 없으면 관례 혹은 관습을 찾는다. 그것도 없으면 상사에게 물어본다. 상사도 모르면? 업무 지시를 내린 곳에 공문으로 질의를 하여 답변을 받아 처리한다.


☞ 일단 말을 길게 해서 초점을 흐려라...잘 모르거나 곤란한 질문에 답변하는 방법.


☞ 아파트처럼 일률적으로 지어진 집을 ‘내집’이라고 할 수 있을까...아파트는 ‘내집’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이나 느긋함 같은 것을 전혀 느낄 수 없다...단순하게 비와 바람을 막아주고 밤에 잠을 자는 ‘엄청나게 비싼 공간’일 뿐이다...집이라면 최소한 뜰에 자신이 좋아하는 나무나 꽃을 가꿀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 상업적 가치/시장적 가치가 없는 삶의 측면들은 무시되고 파괴된다...문화를 시장가치로만 평가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 세상일이란 원인과 그에 따른 결과가 아주 분명하게 판가름되는 것은 아니다...원인과 결과가 아주 분명한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야...세상일이란 게 때로는 원인과 결과가 두루뭉술하게 엮어져 있는 경우도 많아...


○ 옛날 고대 이집트에 ‘베타’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었어. 알파, 베타, 감마, 하는 그 베타야. 무슨 일을 하든지 그 분야에서 둘째가는 사람이라는 뜻이야. 그런데 그때 사람들이 생각하는 ‘알파’는 누구였을까?...확실히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보다 더 나은 사람이 있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아직 정체를 알 수는 없지만 ‘절대지존’이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는...그러니 잘난체 하지 말고 만사에 겸손하라는 그들의 삶의 철학 같은 것을 말해주는 게 아닐까...


☞ 예전에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을 어렴풋하게나마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보이지 않는 사회의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 침묵도 때로는 훌륭한 뉴스가 된다...침묵 속에 많은 뉴스가 담겨 있다... 침묵을 제대로 읽어내는 능력...침묵이 하는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어야...


☞ 파산이 두렵지 않은 사회...파산을 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파산을 통해서 뭔가를 배웠으리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회...파산의 경험을 공개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사회...무모한 도전일지라도 장려하는 사회...


☞ 쉽게 해고될 수 있는 노동환경은 쉽게 채용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다. 해고된 자리는 누군가로 다시 채워야 한다...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 언제든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다만, 그 일자리가 안정성이 없고 저임금이라는 것...


☞ 무모함이란 두려움을 느껴야 할 상황에 그걸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 국가에 의존하던 시대는 지났다. 스스로의 힘으로 자력갱생 하라...그래도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하니 세금은 내라...


☞ 존재만 알면 무슨 소용이야? 그 정체를 알아야 한다...존재는 알 수 있는데 그 존재의 정체는 도저히 알 수 없다?


☞ 모른 척 내버려 두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들/어찌어찌 넘어가는 그런 일들이 있다...골치아픈 문제들은 마치 없는 것처럼 모른 척하고 내버려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문득 떠올려 어떻게 되었나 살펴보면 된다.


☞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곳을 세상의 중심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 배운 자들에 대한 원초적 두려움?...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는 자들은 무엇을 할지 예측할 수 없다?..


☞ 예전 중세시대에는 토끼를 고기가 아닌 생선으로 생각했대. 그래서 수도사들이 교회에서 육식을 하지 못하게 하는 날에 먹으려고 토끼를 사육했다고 하네. 그게 토끼 사육의 시초래...웃기지?


☞ 하루살이에게는 하루가 영원한 시간이다...하루살이에게 내일은 또다른 세상이다...하루를 넘겨 살려는 하루살이의 시도는 도전일까, 무모함일까?


☞ 우리 몸속의 세포들이 하나하나 떨어져 나가 자기 혼자 살겠다고 아우성치는 꼴...우리 몸은 100조 개 가량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세포들은 원래 독립적으로 살아가다 합쳐져 육체를 이룬 것이다...단순히 그게 세포들의 생존에 유리해서...


☞ 담배 심부름이나 하려고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 회사에 들어온 건 아니다. 그렇다고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내세울 만한, 이거다 싶은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 그는 땀이 많은 남자였다. 별로 덥지도 않은 듯한데 이마에 땀방울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넥타이를 매어 답답해 보이는 굵직한 목 주변에도 땀방울이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 마치 회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차에서 시간을 맞춰 내린 것처럼 출근시간이 일정했다. 아홉시 5분 전...차이가 나도 1분이 빠르거나 느리거나...신기하다. 차가 막혀 늦을 만도 하고 어쩌다 일찍 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어쩌다 남자 직원과 여자 직원이 거의 동시에 출근하면, ‘쟤네들 사귀는 거 아닐까?’ 하는 근거 없는 의심을 한다. 둘이 바로 옆자리에 근무한다면 그 의심의 농도는 짙어진다. 남자가 유부남이더라도, 둘이 부녀뻘 쯤 되더라도...




⁂⁂ 사실적인 소설을 쓰기 전에 사실에 관해 많은 걸 알아야 한다. - 로버트 스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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