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을 위한 斷想. 28

- 중년의 글쓰기

by 둘리아빠


☞ 프로 야구에서 내야수가 강습 땅볼을 잡지 못하고 공을 뒤로 흘리는 모습을 가끔 본다...우리의 인생은 예고도 없이 우리 앞으로 급하게 달려오는 볼을 어떻게든 뒤로 빠뜨리지 않고 잡아내야 하는 게 아닐까?...어쩌다 한두 번 빠뜨리는 것은 괜찮은데 매번 공을 흘리는 인생이라면?...그는 삶이라는 경기장에서 배제될 지도 모른다.


☞ 사냥감이 다 사라진 사냥개의 신세...생존을 연장하기 위해 새로운 사냥감의 존재를 주인에게 제공해야 한다?... 사냥개는 사냥감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사냥개가 열심히 노력해서 사냥감이 줄어든다면 사냥개의 존재 필요성도 덩달아 줄어드는 것이다...사냥개의 딜레마.


☞ 그의 삶을 문장으로 표현하면 ‘그래서’ 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연결사를 많이 사용해야 한다...그의 삶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점철되어 있다...긍정적인 게 아닌 부정적인 방향으로.


☞ 글로벌 기업이 되는 건 생각보다 쉽다. 인터넷에 쇼핑몰 하나만 개설하면 된다. 하다못해 자신이 쓰던 중고물품을 판매하는 블로그를 하나 개설해도 세계와 연결된다.


☞ 정부의 독재보다 시장의 독재가 잔인할 수 있다. 정부의 독재는 눈에 드러나지만 시장의 독재는 웬만해서는 보이지도 않는다. 어디 하소연해볼 데도 없다...시장이라는 선출되지 않는 권력의 지배...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해간다는 위기감.


☞ 온라인 주문과 택배 서비스의 간편함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정부의 행정 민원 서비스는 원시적으로 보인다...여권을 신청하고 일주일씩이나 기다리라니? 인터넷이 없을 때는 몰랐지만 그건 너무한 거 아니야?


☞ 낚시하는 법은 배웠지만 낚싯대가 없다면, 고기 잡는 방법은 배웠지만 막상 잡을 고기가 없으면 무슨 소용인가?


☞ 죽음 앞에서 무슨 진보와 보수가 있냐구?...살아 있을 때나 자기 잘나 보이려고 보수네 진보네 하지.


☞ 산 자들의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죽은 자의 이름을 부르지 못하게 한다...자신들이 왜 부끄러워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스스로 알려고 하지도 않고 누가 가르쳐주어도 모른척한다.


☞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인생이라도 어쩌다 한번쯤은 성취감이나 승리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아무런 맥락 없이 삶을 이어가다 무덤으로 가는 사람들...그래도 삶에 맥락 같은 것은 있어야 사는가시피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닌가.


☞ 장례식장의 조문객 수를 고인의 삶에 대한 평가로 보려는 세상의 인식...그 눈길이 두려워서 조문을 사절하고 가족장으로 치루겠다는 유족...


☞ 도로 위의 작은 동물의 사체...까마귀들이 뜯어 먹다 차가 다가가자 펄쩍 뛰어 도로를 벗어난다. 먹이를 빼앗긴 까마귀들이 날카롭게 까악까악거린다.


☞ 마을 길은 한산하다. 개나 고양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다행이다. 나는 모르는데 누군가 나를 잘 아는 것처럼 다가오면 난감할 것 같았다....중학교를 졸업하고 이 마을을 떠났으니 사십 년이 지났다. 그 사이 어린 나를 알고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세상을 떠났다. 동창들도 하나둘 도시로 나가 남은 사람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 일주일 이내의 질병으로 인한 휴가는 진단서 없이도 처리가 가능했다. 젊은 직원들은 걸핏하면 하루나 이틀 질병 휴가를 사용했다. 몸이 안 좋으면 연차휴가를 사용한다. ‘원인 미상의 발열과 두통’이라는 사유로 질병 휴가를 요청하는 결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왔다...진단서만 있으면 60일 까지도 질병으로 인한 유급휴가가 가능하다. 어떤 직원들은 스트레스 과다, 절대 안정 필요라는, 정신의학과의 진단서를 제출하여 휴가를 받고 등산을 가거나 스크린 골프장을 다녔다.


☞ 나는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데, 아내는 자기 이야기만 했다.


☞ 누군가를 알고 싶을 때 그에게 돈을 줘 보라. 그래도 잘 모르겠거든 돈을 더 줘 보라. 그러면 그의 내면에 숨어 있던 본성이 드러날 것이다.


☞ 그는 자신의 죽음에 무감각했다...언젠가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으면, 그게 당연한 거 아니냐는 식이었다.


☞ 이 나이 쯤 되면 친구들 중에 번듯한 기업체의 사장님 한 둘은 있어야 할 텐데, 모두들 고만고만했다. 소규모 자영업을 운영하는 친구가 두엇, 학교에 빌붙어 먹고 사는 놈이 또 두엇, 회사원하면서 벌어먹는 놈이 서넛. 회사원 중에는 공무원이나 공기업에 다니는 운 좋은 놈들도 있었다.


☞ 검찰총장이나 경찰청장 같은 사람을 아버지로 둔 아이들은 어떻게 하루를 살아갈까?...검찰총장 아들이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에 걸린다면, 대학총장 아들이 번번이 대학입시에서 미끄러진다면 아버지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 일단 종이에 한번 써보세요. 그다음에 뭘 할지 한번 보죠. - 맥스웰 퍼킨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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