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을 위한 斷想. 35

- 중년의 글쓰기

by 둘리아빠


☞ 공무원이 되면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겠지. 자신의 미래도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고. 그런데 어떤 희망이랄까, 기대감 같은 것은 없지 않을까. 나의 노력에 따라 삶의 경로가 엄청나게 달라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란 게 있는데, 공무원이 되면 그런 게 힘들지 않을까. 공무원으로 취직하는 순간 인생의 궤도는 거의 결정되어 있어서 더 이상의 변화 가능성은 사라지는 거야. 내일이 오늘과 다를 수 있다는 불확실하지만 기대감을 주는 설레임 같은 거 말야.


☞ 원만한 사회 생활을 하려면 무언가 질문을 받았을 때 내가 하고 싶은 대답과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는 대답을 구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무리들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고 살아가는 기술이다.


☞ 그는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면서도 달리 쓸모를 찾을 노력을 하지는 않았다.


☞ 취직을 출발점이라 생각하는 사람과 종착점이라 생각하는 사람의 인생은 다를 수밖에 없다.


☞ 우울증일까? 아침저녁으로 그의 기분은 턱없이 부풀었다가 맥없이 가라앉곤 했다. 널을 뛰는 듯했다. 마치 시소의 한쪽에 앉은 것처럼, 누군지도 모르는 반대편의 의지에 따라 오르내리는 신세.


☞ 그녀는 인생에 이루어야 할 목표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살다가 뭐 하나 의미 있는 것을 건질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그럴듯한 인생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 사람들은 질투를 통해서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고 성장해간다...질투를 하려면 네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라...질투란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전제로 하지만 부러움은 그런 가능성조차 없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재벌가의 손자는 부러움의 대상이지 질투의 대상은 아니다.


☞ 그는 타고난 외모가 그 사람의 장래를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얼굴이 못생겨도 내면의 깊이가 있으면 된다고 믿는 사람들은 세상을 너무 만만하게 본 것이다...그는 타고난 외모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외모가 튀는 사람들은 그만큼 노력하기 때문이다, 외모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만큼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게으른 사람이다. 타고난 외모는 없다. 만들어진 외모가 있을 뿐이다.'


☞ 아내는 지치지도 않고 잔소리거리를 찾아 그를 괴롭혔다. 마치 인터넷 게시물마다 악의적인 댓글을 달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 같았다.


☞ 그는 아빠가 엄마의 타박을 견뎌내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엄마의 잔소리는 보통 사람들의 인내할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엄마는 아빠가 화장실을 갈 때마다 따라가 변기의 물을 제대로 내려라, 세면대에서 물이 튀지 않도록 해라, 비누를 사용하고 제자리에 놓아라, 수건이 수건걸이에 바르게 걸려 있는지 확인해라...등 끊임없이 잔소리를 늘어놨다. 아빠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다. 마치 옆에서 웬 소가 우느냐는 듯한 태도다.


☞ 남자들은 외모로 결혼 상대를 고르지만, 그녀와 평생을 함께 할 것인지는 그녀의 성격에 의해 결정된다. 외모는 배우자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주지만, 부부가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성격이다.


☞ 작가라는 직업이 있다면 독서가라는 직업이라고 없을 리 없다. 그는 독서가다. 책을 읽으면서 하루를 살아간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자주 닥치는 불행이 자신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행동한다.


☞ 그는 외모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가 외모에 자신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의 외모는 그가 보기에도 너무했다 싶게 못생겼다. 얼굴이야 타고난 것이니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몸매라도 다듬어야 하는데 위아래 뿐만 아니라 좌우로도 비대칭이라,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보는 사람의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 마음을 전할 마땅한 방법이 없을 때는 돈을 주면 된다...감사의 마음을 표시하는데 돈을 주는 게 너무 세속적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부자가 될 가능성이 없다...돈 때문에 아웅다웅하면서도 속으로는 돈으로 무언가를 해결하려는 것은 품위가 없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이율배반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 가난하다는 것은 당신의 정체성이다...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하다는 것은 당신의 정체성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표상이다.


☞ X세대와 Y세대, 혹은 Y세대와 Z세대가 결혼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아니, 생각 자체가 다르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른데 결혼생활이 원만할 수 있을까? 거기다가 꼴통 밀레니엄 세대가 자식으로 태어난다면 그 가정이 화목할까? 세대를 달리하는 구성원들이 함께 어우러져 ‘가족’이라는 것을 만들어 살아가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 그는 ‘대가리’나 ‘아가리’라는 단어를 주저 없이 사용하는 사람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대가리에 뭐가 들어 있길래, 제발 그 아가리 좀 다물어 주라...


☞ 겨우 초등학생이 되었을 즈음부터 나는 삶에 어떠한 애착도 느낄 수 없었다. 모든 게 우스워 보였고 그래서 사는 게 심심했다. 그때부터 나는 이 세상에서 내가 보내야 할 시간이 너무 길다는 생각을 했다. 할아버지처럼 아흔 살이 넘도록 살아있다면, 우와! 최악이다.


☞ 화장해줄까? 아내는 잠깐 생각하는 듯했다. 생의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환자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게 가당치나 한 것인지 판단이 안 섰지만, 아내의 생각을 알고 싶었다. 아내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3층 병실 높이까지 올라온 벚나무에서 벚꽃들이 공중으로 흩날리다가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아내가 그를 쳐다보았다. 메마른 입술을 꾹 다문 채 양쪽 입꼬리를 위로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아내가 난감할 때 자주 짓는 표정이다. 나는 아내의 시선을 외면했다. 괜한 질문을 했구나, 후회를 했다. 화장은 싫어. 너무 뜨거울 것 같아. 그런데 어둑컴컴한 땅속에서 구더기에게 뜯어 먹히는 것도 싫은데, 어떡하지?


☞ 은유로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황사가 잔뜩 낀 하늘은 소리 없는 암살자가 숨어 있는 오두막이다.


☞ ‘월급루팡’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연기력이 뛰어나야 하고 타인의 비난을 받아들이는 감정의 근육도 남달라야 한다. 타인의 감정에 대한 무관심이나 안면몰수는 기본이다...‘월급루팡의 특징 : 업무가 없는데도 바쁜 척하기. 업무 시간에 다른 일 하기. 자신의 업무를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직원들에게 전가하기’


☞ 내가 보기에는 탈세였다. 아무리 봐도 법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절세라고 했다. 법에 걸려 처벌을 받기 전까지는 탈세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아무리 사회적 비난을 받을 범죄라도 벌이 없으면 죄가 아니다,라는 논리였다. 그가 지금까지 세상을 살아온 방식일 것이다.






⁂⁂ 작가에게 ‘무엇을 쓸까’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쓸까’도 중요하다. - 정유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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