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변호사 기록
“계약서 한 번만 봐주세요.”
변호사로 일하다 보면 가장 자주 듣는 말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검토해달라고 한 조항보다 '당연해서 안 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저는 금융권에서 사내변호사로 일하며 수많은 계약을 직접 검토하고 수정했습니다.
지금은 법무법인에서 기업자문을 하며 다양한 업계의 계약을 들여다보고 있지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실무에서 계약서를 검토할 때 정말 중요한 포인트를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계약서를 처음 받아 검토할 때, 대부분은 지엽적인 문구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실무자는 그 문장보다 먼저, 전체 계약의 구도와 관계를 봐야 합니다.
누가 더 많은 책임을 지고 있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손해는 어느 쪽이 크게 보게 될 것 같은지?
계약 목적은 정확히 정의되어 있는지?
이 질문에 대한 답 없이 조항만 손보면,
전체 리스크는 그대로 둔 채 단어만 다듬는 격이 됩니다.
소송까지 문제가 커지는 부분은 대개
위약금
계약의 해제/해지 조건
손해배상 책임
과도 같은, 비교적 '형식적으로 보이는' 조항에서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상대방은 본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다”는 문구는 단순한 정리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조항 하나로 수개월간 준비한 사업이 단숨에 무력화될 수도 있습니다.
“이건 업계 표준이에요.”
실무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고, 저도 많이 들어본 말입니다.
하지만 그 ‘표준’이 우리 회사의 리스크를 반영하고 있는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보셔야 할 문제입니다.
예를들면, 전형적인 투자계약서로 보이지만 본 계약에서는 써서는 안되는 조항들이 들어가 있기도 하거든요.
또 기업체에서 종종 쓰는 광고 계약에서도 ‘성과 산정 기준’이 애매하게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가 발생한 뒤에는 고치기 어려우니까, 처음 검토할 때 상세히 살펴봐야 합니다.
변호사마다 업무스타일이 다르겠지만, 제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건 아래 네 가지입니다.
계약 목적: 계약 전반의 방향성과 책임 범위 확인
당사자: 계약 상대방이 실제로 권한 있는 주체인지 확인
유효기간과 해지 조건: 중도 종료가 가능하거나 강제되는지 확인
책임과 손해배상 조항: 리스크가 어디에 집중되어 있는지 확인
이걸 통해 계약의 전반적인 판을 먼저 읽고, 검토를 시작합니다.
계약서 검토는 문장 교정이 아니라 리스크 구조를 읽는 일입니다.
실제로 많은 분쟁은 “그건 다들 그렇게 써요”라는 문장 하나에서 시작됩니다.
그렇다면 변호사는
단순히 조항을 고치는 게 아니라
전체 관계 안에서 무엇이 생략됐고, 무엇이 과도한지를 찾아내야 합니다.
계약을 자주 다루는 실무자일수록 조금 더 ‘문맥’을 읽는 눈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