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기 전에 슬기롭게 화해하는 법
사무실 계약을 앞둔 상태에서 갑자기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제소전화해’를 요구하거나, 임대차계약 이후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반드시 ‘제소전화해’에 응할 것을 조건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임차인은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갑자기 ‘제소전화해’라니..?일단 그 명칭도 생소하고, 과연 해도 되는건지, 내가 너무 불리한 조건에서 시작하는 건 아닌지, 여러모로 의심스럽기도 한데요.
그렇다면 과연 제소전화해... 해도 되는 것일까요? 싸우기 전에 '슬기롭게' 화해하는 법, 알려드리겠습니다.
제소전화해란,
민사분쟁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기 전 화해를 원하는 당사자의 신청으로 지방법원 단독판사 앞에서 행해지는 화해를 의미합니다(한국법제연구원 법령용어검색 참조).
제소전화해는 왜 필요한가요?
상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법적 분쟁이 발생해서 소송이 시작되면, 소송에 소요되는 시간, 그리고 소송에 필요한 비용 등.., 당사자는 매우 긴 시간 동안 ‘소송’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제소전화해를 활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즉, 앞서 든 예시에서 임대인은 여러 상가 점포를 임대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분쟁을 겪어본 경험도 많을 것이고, 불필요한 분쟁 발생을 막기 위해 임차인에게 제소전화해를 제안한 것이지요.
제소전화해를 통해 ‘화해조서’가 작성되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고, 강제집행도 가능합니다(민사소송법 제220조, 민사집행법 제56조 제5호).
그러니까, 만약 임차인이 화해조서에서 정한 내용을 위반할 경우, 임대인은 부동산 인도를 구하는 명도소송을 거치지 않고서 바로 화해조서를 근거로 강제집행(압류 등)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임대인이 화해조서에서 정한 내용을 위반하였을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소전화해는 어떤 방식으로 하면 되나요?
화해가 성립되고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제소전화해조서’를 작성하는데, 당사자간 미리 문서(명칭 불문, 편의상 '제소전화해조서'라고 합니다)를 작성해서 법원에 제출하고, 그 내용을 법원에서 수정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따라서 임대인과 임차인은 미리 내용을 잘 협의하여 기재해두어야 합니다.
보통 당사자 사이 임대차계약서에서 정한 주요사항인 계약기간, 월차임, 목적물 사용목적, 계약 해지 사유 등을 위주로 기재하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을 주의하여 작성하면 좋습니다.
목적물의 표시 : 목적물이 불특정하다면 화해기일날 화해성립이 되지 않기 때문에 목적물 특정에 주의하여 작성하여야 합니다. 임대차계약에 수반되는 제소전화해에서는 많이 문제되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고려하는 사항이니 한번 더 체크하시기 바랍니다.
임대차 계약 기간: 계약 시작일과 종료일을 명시합니다.
차임 및 관리비 납부 조건: 월 차임 납부 기한, 연체 시 처리 방안을 포함합니다.
계약 해지 조건: 차임 연체 기준(예: 3개월 이상) 및 해지 후 명도 절차를 구체적으로 기재합니다.
원상복구 의무: 계약 종료 시 임차인의 원상복구 범위와 기준을 명확히 합니다.
날짜 및 서명 : 작성일과 당사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을 의미합니다.
제소전화해조서 작성 이후에는 어떻게 하면 되나요?
당사자가 내용을 모두 합의하였다면, 제소전화해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법원에서 화해기일을 정하여 신청인과 피신청인이 출석하도록 명합니다. 만약 신청인과 피신청인 중 한 명이라도 화해기일에 출석하지 않는다면 제소전화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출석해야 하고, 보통은 대리인(변호사)을 선임하여 대리인이 출석합니다.
당사자들이 화해기일에 출석하여 재판부 앞에서 화해 성립 의사를 표시하면, 재판부가 화해신청서(앞서 당사자간 합의사항을 작성한 문서) 내용을 살펴보고 수정할 부분을 수정한 다음, 최종적으로 화해가 성립됩니다.
화해가 성립되면 화해성립일로부터 7일 이내에 화해조서 정본이 양 당사자에게 송달됩니다(민사소송규칙 제56조)
임차인 입장에서 주의할 사항?
임대차계약에 수반되는 제소전화해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바꿔 말하면, 임대인이 자신에게 발생할 손해를 줄이기 위해서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특히 제소전화해는 자율적인 합의를 기반으로 성립되는 것이기 때문에, 임차인이 이를 거부하면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지만, 임대인은 제소전화해를 조건으로 임대차 계약을 진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임차인은 계약 조건을 충분히 이해하고, 불리한 조항이 없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제소전화해는 법원을 통해 진행되는 절차이므로, 화해조서에 차임 연체 기준, 계약 갱신권 제한, 과도한 벌금 조항 등 임차인에게 과도하게 불리하거나 위법한 내용이 포함되면 법원에서 수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강행규정을 위반하는 조항은 효력이 없으므로, 예를 들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8에서 정하는 바(임차인의 차임연체액이 3기에 달하는 경우 임대인이 계약 해지 가능)와 달리 ‘차임 연체액이 3기에 달하지 않더라도 계약 해지 가능하다’는 내용이 화해의 내용에 포함될 경우, 화해기일에 재판부에서 해당 내용을 지적하여 수정하도록 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보았듯 강행규정에 위반하는 경우 외에는 당사자의 합의가 우선시 되기 때문에, 임차인은 임대인이 제안하는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또한, 만약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건물을 다른 사람에게 재임대(전대)하는 경우, 전차인도 화해조서에 포함시켜야 안전합니다. 전대차 계약이 있다면 이를 명확히 하고 조서에 반영해야 합니다.
제소전화해 비용은 누가 내나요?
제소전화해 신청 시 발생하는 비용은 법적으로 정해진 바 없으며, 임대인과 임차인이 협의하여 부담합니다. 일반적으로 비용은 반반씩 나누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소전화해 말고 공증을 받으면 안되나요?
공증과 제소전화해는 모두 법적 효력을 갖춘 문서를 통해 분쟁을 예방하거나 해결하려는 수단이지만, 그 목적과 적용 범위, 효력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 공증: 금전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채권·채무 관계에서만 강제집행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대출금 반환이나 임대료 지급과 같은 경우에 적합합니다.
● 제소전화해: 금전지급뿐만 아니라 부동산 인도, 계약 이행 등 모든 민사적 의무에 대해 강제집행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공증보다 강제집행 적용 범위가 더 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