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키가 작고 어깨도 좁아서 몸집이 왜소한 편이다. 어릴 때부터 입이 짧고 안 먹어서 살이 잘 찌지도 않았는데 그래서 나는 내가 원래 살이 안 찌는 체질인 줄 알았다.
그러다가 살이 찌기 시작한 것은 20대 후반 무렵이었는데 직장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남자 친구와 결혼 준비를 하면서 연애도 안정적으로 하고 있다 보니 몸과 마음이 편했는지 조금씩 살이 찌기 시작했다.
그렇게 결혼 3년 차. 평소에 체중을 잘 재는 편이 아니었고 여러 해를 걸쳐 서서히 찌다 보니 내가 그렇게 살이 찐지도 몰랐는데 자꾸 주위에서 임신했는지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당시 원피스를 즐겨 입었는데 원래는 무릎 정도 오는 길이의 원피스였는데 해가 바뀔 때마다길이가 자꾸 짧아지는 것이었다. (살이 찌면 치마 길이가 짧아진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강아지를 데리고 여행을 갔다가 여행지에서 남편이 찍어준 사진을 봤을 때 내가 살이 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때 집에 돌아와서 몸무게를 재보니 평소에 내가 생각하고 있던 숫자에서 10kg이 더 늘어있었다.
몸무게가 10kg 쪘다는 사실이 조금 충격적이었던 탓에 인생 처음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름 독하게 마음먹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하루 1끼를 먹고 퇴근 후 헬스장에 가서 러닝을 1시간 뛰었다. 다음에는 하루 2끼로 늘리고 운동시간을 2시간, 3시간 늘렸다. 그렇게 3개월 정도 하다 보니 금세 10kg이 빠졌다. 사람의 습관이란 게 무서운 것이 3개월 정도 지나니 자연스럽게 소식하고 매일 운동을 하게 되었다. 물론 처음처럼 매번 3시간씩 운동한 것은 아니지만 평소 식단을 유지하고 평소보다 많이 먹으면 운동을 했다.
그렇게 1년을 했다. 물론 나는 PT를 받거나 전문적으로 운동을 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좋은 몸매는 아니었지만 내가 원하는 사이즈의 옷을 입을 수 있다는 사실에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었다.
그렇게 체중을 유지하며 적당히 먹고 적당히 운동하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원래 다낭성이 있어서 생리가 매우 불규칙했는데 3개월 이상 생리를 안 하면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곤 했다.
다낭성 자체가 치료방법이 있다기보다는 약물로 증상을 조절하는 것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임신을 원하면 호르몬제를 복용하고 임신 준비를 할 것을 권했었는데 특별히 임신 계획이 없어서 생리를 안 할 때마다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는 방법을 택했는데 운동이 만병통치약이라고 다낭성도 낫게 만들었는지 갑자기 임신이 된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다낭성이라고 임신이 아예 안 된다는 것은 아닌데 생리를 잘 안 하다 보니 조금 안일했던 면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유지어터 생활은 끝이 났고 임신 초기에 입덧과 컨디션 저하로 음식을 제대로 못 먹고 운동도 잘 못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입덧이 사라지면서 식욕이 늘어났다. 그동안 다이어트하면서 억눌렸던 식욕이 폭발한 것 같았다.
게다가 임신으로 인해 소화가 잘 안 돼서 한 끼는 아주 조금 먹거나 굶고, 한 끼는 폭식하고 이런 패턴을 반복하다 보니 임신 막달이 되었을 때는 17kg이 증가했다.
물론 이렇게 찐 살은 출산 후에도 10kg 정도만 빠지고 나머지는 그대로 남아있어 결국 나의 몸무게는 다이어트하기 전으로 돌아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