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여행, 영원한 봄의 도시 달랏, 여름휴가
학창 시절을 마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석 달 만에, 나는 비행기 표를 끊었다.
이유는 단 하나. 도망가고 싶었다.
360도 파노라마처럼 쉴 새 없이 펼쳐지는 자극 속에 지쳐 있던 나는, 여름휴가에 해외로 나가 험담을 마음껏 늘어놓을 계획이었다.
세상은 아름다울 줄만 알았는데, 웬걸. 직장인의 삶은 생각보다 훨씬 혹독했다.
사회 초년생이라 봐주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더 취약해 보였는지, 나쁜 어른들이 나를 만만하게 본 듯했다. 틈만 나면 허세를 부리고 싶은 걸까. 아니면 덫을 놓기 좋은 20대 막내라고 여긴 걸까. 사방에서 공격을 받는 기분이었다.
“굳세고 당차게, 이 정도면 잘 버티는 거야.”
스스로를 위안했지만, 사실은 더 세련되게, 더 똑똑하게 일하지 못해 사람들과의 관계가 삐걱거리는 일이 잦았다.
마음속에 들끓는 억울함과 분함을 삭이고 싶어,
비행기 표를 끊었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어로 욕하면 안전할 거라는, 조금은 소심한 계획이었다.
물론 요즘은 세계 어디서든 한국 여행객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적어도 직장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같은 공기를 마시지 않는 곳이라면 그걸로 충분했다.
그때부터 매년 여행 적금을 들고 해외로 나갔다. 코로나 시절을 제외하면, 여름휴가는 늘 외국이었다.
사족이 길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여름휴가로 온 베트남 도시, 달랏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직장이 어렵다. 직장만 힘든 줄 알았는데, 한국에서의 삶 자체가 버거울 때가 많다.
그런데 올여름은 유난히 덥기까지 하다.
내 마음은 삶의 고단함으로 이미 타들어가는데, 날씨마저 모든 걸 태울 듯 뜨거우니 미칠 것 같았다. 이 열기를 식히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무조건 시원한 곳으로 가자. 앞뒤 재지 않고 날씨만 검색해서 찾은 곳이 달랏이다.
‘영원한 봄’의 도시를 찾아, 그렇게 나는 달랏에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