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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D-121> 냉장고 속 유통기한 확인

one day one me, 냉장고정리, 유통기한 지난 식품

by 산책이

냉장고가 가득 차 있으면 든든해야 하는데 걱정부터 든다.

저 많은 식재료를 다 못 먹고 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유통기한을 넘어 소비기한까지 넘기면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곰팡이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 빈도수가 늘어난 만큼 살림에 대한 겁도 늘었다.


결혼 초기에는 집과 직장이 가까웠다. 출퇴근에 소비되는 에너지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남는 기력이 있었다. 거기다 신혼의 들뜬 마음이 나와 남편을 요리하게 했다.

새 가전제품, 새 식기, 둘 만의 새로운 공간이 저녁시간에 꽃 피웠다고 해야 할까.

우리는 분명 요리를 싫어하지 않았다.

각종 양념을 사들였고, 여러 가지 식재료를 구입해 냉장고에 넣었다.


그러나 지금은 출퇴근 시간이 총 2시간이다.

이미 집에 오면 지쳐 있다. 공식으로 만들어보면

총 근무시간 + 통근시간 = 에너지 고갈이다.

사계절을 몇 바퀴나 함께 지내다 보니 요리에 대한 설렘도 많이 줄었다.


거기다

신혼때와 다르게 남편과 나는 퇴근 후 각자 하는 일이 생겼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지금 직업으로는 죽을 때까지 일할 수 없으니

미래를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거다.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는 일'로 바꿔 퇴근 후의 삶을 살다 보니

생각보다 체력이 많이 소모되어 생각보다 우리는 요리를 많이 못하게 됐다.


언제부턴가 요리 대신 밀키티를 선택했고

주방에 서 있을 힘도 없을 때는 외식을 했다.

그러다 보니 구입했던 식재료가 냉장고에서 썩어가는 것도 모르고

지냈던 나날들이 반복됐다.


그렇게 정신없이 출퇴근을 반복하며 살다

어느 순간 냉장고에서 썩어가던 식재료를 발굴하면 급 살림살이 반성을 하곤 했다.


더 이상 이렇게 지낼 수 없다는 각오로 이번 여름휴가를 떠나기 전

우리는 냉장고를 열심히 파먹기 하며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버리고

최소한의 식재료로 음식을 해 먹으며 냉장고 다이어트를 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유통기한이 지난 걸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오만한 생각'을 하고 말았다. 그 오만함의 결과는 아래와 같다.



[생활] 냉장고 사이드에서 발견된 ‘만료 치즈’… 유통기한 관리 경각심 일깨워

2025년 9월 1일, 한 가정의 냉장고 문 사이드에서 유통기한이 두 달 지난 포션 치즈가 발견됐다.
사건의 발단은 폭이 좁아 내용물을 한눈에 확인하기 힘든 ‘사이드 칸’이었다. 각종 양념장과 간식들이 뒤엉켜 있던 그곳에서, 7월에 이미 기한이 지난 치즈가 선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즉시 포장지를 뜯어 폐기했으며, 다행히 곰팡이나 변질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칫하면 무심코 섭취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글쓴이는 “앞으로 냉장고 사이드를 더 꼼꼼히 관리해야겠다”라며 냉장고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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