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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날다 Oct 24. 2022

오빠가 생겼다


“누이야.”

그는 늘 우리를 누이라고 부르며 들어온다. 

부탁이 있으면, 화가 나도, 기분이 좋아도 늘 술에 취한 목소리로 누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그와의 적절한 거리와 관계 형성을 위해 제대로 된 호칭으로 부를 것을 여러 번 얘기 했지만, 늘 소용없었다. 

“왜 누이예요?”

그 많은 호칭 중에 왜 유독 누이라고 부르는지 궁금해 물었다. 몇몇 직원은 그가 어릴 적 누이와 관련한 슬픈 사연이 있는 건 아닐까 하며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그냥 어여뻐서 누이지.”

추측에 비하면 그의 대답은 너무 단순해 허무했다. 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 때는 말이야.” 

그는 일명 ‘우리 동네 유명한 나 때’이다. 늘 술에 취해 ‘나 때는 말이야’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라 생긴 별명이었다. 그는 매번 우리가 하는 일이 못마땅하다는 듯한 시선과 말들을 쏟아내곤 했다. 그의 ‘나 때’에 우리도 가끔은 ‘지금은’으로 맞서 보지만 늘 그의 승리로 끝났다. 그런 우리가 어여쁘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환갑을 바라보는 그는 미혼에 외동아들이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날도 고아가 되었다며 술에 취해 이곳을 찾았던 그였다. 복지혜택과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던 터라 센터는 그에게 나름 친숙한 장소였다. 

“그냥 내 눈에 다 예쁘다.”

“이래 와서 소리 질러도 대답해주고, 여기 오면 그나마 내가 살아 있는 거 같다.”

그에게 술 먹지 말라는 우리의 잔소리는 관심의 표현이었고, 나 때를 들어주는 우리는 그의 지나온 시간을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친인척이었던 것이었다. 우리는 모르는 새 그의 가족이자 지인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 다 예쁘고 누이지.”     


 “누이야.”

그는 오늘도 어김없이 술에 취해 누이를 부르며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그에게 제대로 된 호칭으로 불러달라고 하지 않는다. 그의 외로운 마음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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