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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tN Apr 16. 2022

0. 사이에 대하여

"어머, 둘이 무슨 사이야?"

"에이, 그냥 친구 사이에요 ㅎㅎ"


'사이'라는 단어는 무엇인가 특별하다. 그것이 인간관계를 묘사할 때에 쓰인다면 더더욱. 인간관계에서의 '사이'는, 위의 대화에서처럼, 관계의 성격을 규정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그러나 동시에 그 단어는, 둘 사이의 간격을 제시하기도 한다. 둘 사이. Between. 둘 가운데에 무엇인가 있음. 결국, '우리 둘 사이'는 너와 나 '사이'에 어떠한 공간이 펼쳐져야만 규정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관계를 밀접, 가까움이란 이미지와 결부시켜 이해한다. 생판 모르는 남보다는 한 번 인사라도 해 본 회사 동료가 더 가깝다. 그리고 그보다는 10년지기 친구가 더 가깝다. '가깝다. 관계가 있다.' 그러나 살펴보았듯 관계에는 항상 사이라고 제시된 간격 또한 존재한다.


관계에 내재된, 가까움간격의 병렬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전자는 친밀감과 동일시를, 후자는 멀어짐과 차이를 암시한다. 그러나 이 둘은 관계라는 것 안에서, 사이라는 것 안에서 동거하고  있다. 왜? 어떻게?

사실 아주 자명한 대답이 존재한다. "아무리 가까워도, 나는 너가, 너는 내가 될 수는 없으니까." 나와 너는 하나가 될 수 없기에, 둘 사이에는 항상 간격이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까움은 그러한 간격의 거리를 재단하는 일종의 줄자인 셈이다.


그런데 이 자는 항상 믿을 만할까?


누구보다도 친한, 혹은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누구보다도 멀게 느껴진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가령, 애인 혹은 가족과의 말다툼에서 나와 그 사람 간의 좁힐 수 없는 차이를 느꼈을 때. 한 사람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 현실적 조언들이, 도리어 그에게 상처로 작용하였을 때.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받아들이기 괴로운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규정으로서의 '사이'가 가깝다고 해서, 둘 사이의 간격, '사이'가 항상 가깝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러한 간격의 가까움과 멂은, 일상적 친밀감과는, 비록 분명히 겹치고 비례하는 측면이 있지만, 엄연히 독자적 영역이라는 것을.


이 연작은 그러한 간격으로서의 사이에 대한 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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