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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달라니요

by 봄날의 북극

비가 오는 날이었지요

분명,

비가 오는 날이었을 겁니다

거기,

늘 그렇듯 축축한 습기가 눅눅한 날에

장판이 쩌~억 하고 눌어붙던 그날

분명 거기,

비가 오고 있었지요


눈물이 흘러 앞이 가려졌던 게 아니라

거기 분명,

비가 오던 날이라

희뿌옇게 흐려진 거기

당신의 모습이 흐려

나는 눈물 때문이 아니라 비 때문에 당신이 떠나는 걸

보지 못했노라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당신 분명 나를 바라보며

울었겠지요

나는,

그렇게 당신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려 합니다

하여,

당신

나에게 잊어 달라

잊으라 말하지 말아 주세요

비가 내렸고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날이라

그대 떠나시는 걸 보지 못했으니

잊지 마라

잊어 달라 말하지 마세요

비 때문이라고

그 때문이라고

나는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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