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다
눈을 감고, 호흡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며, 바라본다.
요가 수업 중 자주 들을 수 있는 지시어 중 하나인 "바라본다"는 말이 참 좋다.
어떤 동작을 마무리할 때면 지도자는 아사나에서 자신의 몸을 바라보라고 안내한다.
골반의 위치, 발의 방향, 완성된 것처럼 보였던 자세의 세밀한 부분들을 바라보며 다시금 조정할 때, 지도자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바라보세요."
이 지시어가 들릴 때마다 나는 자세를 점검하기 위해 눈을 감거나, 혹은 실질적인 시선으로 내 몸을 관찰한다.
그러면 의도와는 다르게 골반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거나, 발끝이 정면을 벗어난 것을 발견하게 된다.
바라봄은 이렇게 나의 잘못된 부분들을 일깨워준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불균형을 드러내고, 그를 통해 나를 조금 더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몸에 대한 관찰이 깊어질수록, 나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더 안쪽으로, 더 깊은 곳으로 향한다.
겉으로 드러난 몸의 형태를 넘어,
내 몸의 형태를 따라 마음의 시선으로 조금씩 더 깊은 곳으로 시선이 이동한다.
그 응시는 조용하고 담담하다.
마음은 무심히 비워지고
텅 빈 공간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던 나의 시선.
방황하는 시선들 속에 바라봄으로서 타인의 시선으로 규정된 나를 존재로서의 나로 느끼게 된다.
그렇게 바라보는 동안, 타인의 기준에 의해 규정되었던 ‘나’를 벗어나,자신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는 것이다.
존재로서의 나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얼마나 자주 길을 잃었는가.
제멋대로의 잣대로 내 몸과 마음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노력들이 얼마나 허망했는가.
바라봄은 이런 허망함 속에서 나를 다시 불러낸다.
바라본다는 것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보이지 않던 것을 발견하고, 지나쳤던 의미를 새롭게 마주하는 과정이다.
'마치 여행이 새로운 풍경을 찾아 떠나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일상 속 사소한 순간들을 새롭게 바라볼 때 그 안에 숨겨진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결국 바라봄은 시각적 접촉을 넘어, 존재를 이해하고 관계를 맺는 깊은 성찰의 여정이 된다.
나와 세상, 그리고 나 자신을 마주하는 과정. 바라봄은 그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