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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체 손택수/시낭송 북극의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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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북극
Dec 16. 2024
시 읽기 좋은 날입니다
하늘은 맑고 햇볕은 투명한데
맑게 울리는 풍경소리에 쨍 하니 마음을 일깨웁니다.
가을은 어느새 저물어가고
겨
울이 성큼 다가와 한 해의 끝자락을 재촉하는 듯한
요즘,
마음 한편이 어수선 하던 차에
울려 퍼진 쨍한 풍경소리가 제 마음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그 여운을 따라 시 한편을 낭송해 보았습니다.
아쉽게도 음성 파일은 브런치에 업로드할 수 없어 영상으로 대신 준비했습니다.
회사 앞 삭막한 풍경속에는 태극기만이 나부끼고
차 안에서 촬영된 거친 음질이 조금 부끄럽지만,
시 낭독만큼은 정성을 다해 담았습니다.
부족한 영상이지만, 마음을 담은 시의 울림이 따뜻하게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준비한 시는 아래와 같습니다
지게體
손택수
부산진 시장에서 화물전표 글씨는 아버지 전담이었다
초등학교 중퇴를 한 아버지가 시장에서 대접을 받은 건
순전히 필체 하나 때문이었다
전국 시장에 너거 아부지 글씨 안 간 데가 없을끼다 아마
지게 쥐던 손으로 우찌 그리 비단 같은 글씨가 나왔겠노
왕희지 저리 가라, 궁체도 민체도 아이고 그기
진시장 지게체 아이가
숙부님 말로는 학교에 간 동생들을 기다리며
집안 살림 틈틈이 펜글씨 독본을 연습했다고 한다
그 글씨체를 물려주고 싶으셨던지 어린 손을 쥐고
자꾸만 삐뚤어지는 글씨에 가만히 호흡을 실어주던 손
손바닥의 못이 따끔거려서 일찌감치 악필을 선언하고 말았지만
일당벌이 지게를 지시던 당신처럼 나도
펜을 쥐고 일용할 양식을 찾는다
모이를 쪼는 비둘기 부리처럼 펜 끝을 콕콕거린다
비록 물려받지는 못했으나 획을 함께 긋던 숨결이 들릴 것도 같다
이제는 지상에 없는 지게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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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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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북극
시를 사랑하고 사회 현상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일상의 작은 순간들과 주변의 일들을 글로 풀어내는 것을 즐깁니다. 제 글은 자기 고백과 성찰이 담긴 일기 같은 글들이라 때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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