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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이 죽던 날/14년 10월 27일

by 봄날의 북극


신해철이 죽던 날, 납품가는 차 안에서 울었습니다.

응원가로 더 유명해져 버린 "그대에게"를 재생시켜 놓고 목 놓아 울었습니다. 신나고 힘나는 그 노래가 왜 그렇게 서럽고 슬펐는지 저는 그 노래를 목놓아 따라 불렀습니다.


어이없게 떠나버린 그를 원망할 수 없다는 사실이, 더 슬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부재에 대한 애도를 전하지 못하는 마음만이 갈피를 잡지 못해 채 하루를 흘려보낸 그런 날이었습니다


마왕이라 불렸던 한 남자가 수술대 위에서 어이없는 수술 실수로 농담 같은 죽음 맞았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와 어울리지 않는 결말이라 참으로 믿기지 않아 허탈 했습니다.

그는 가고 그의 음악은 한동안, 아니 오랫동안 제 플레이리스트에 살아남아 그가 없는 그의 목소리로 하루를 채워 주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시간은, 그래요 세월은, 그런 허전함과 상실감도 잊게 만들어 버립니다. 이제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살아갑니다.

가끔 유튜브에서 그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자주 그의 음악들을 들으면서도 그가 더 이상 현실로서 새로운 노래를 부를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잊고 지냅니다.


요즘은 다시 LP 가 유행이라 그의 앨범 재킷을 인터넷에서 종종 보게 됩니다.

[신해철의 2집 앨범 Myself]

일요일 오후 사진 속의 그 처럼 팔베개를 하고 천장을 무심히 바라보며 누워있었습니다.

저기 무심히 찍혀있는 사진 속에 젊은 신해철을 보고 나니 살아남은 내가 그에게 해 줄 말이 없어 부끄럽다는 생각을 합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무심한 그의 눈길에서 저는 변명처럼 무슨 말이라도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걸까요?

물론 그는 나에게 어떤 말도 묻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나는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늦은 일요일 오후를 그렇게 대답을 찾는 대신 노래를 따라 부르며 청소를 시작합니다.

청소 전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대청소를 끝내고 나니 나른해져 밥 먹기도 귀찮고 대답을 찾지 못 한 부끄럼이 생각나서 먹다 남은 와인 한잔을 따르고 "흐르는 시간" 속을 붉게 물든 와인잔속에 녹여 봅니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았고 그 대답을 찾기 위한 우리는, 무엇을 찾고 있을까? 질문이 많은 요즘에 대답을 해줄 이는 없습니다. 그가 마왕으로 살아 있다면 '지금'을 대답해 줄 수 있을까?

아무리 마왕인 그라도 대답을 해줄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떠난 뒤, 더욱 복잡해지고, 서로 다른 이해가 끝없이 충돌하며, 질문이 곧 대답이 되어버린 시대가 되었습니다. 묻고 싶지만, 물을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그, 마왕이라도 대답을 해 줄 수 없겠지만, 시원한 한 마디쯤은 들을 수 있을 텐데.


그가 부재한 지금, 대답 없는 질문을 술 잔과 함께 삼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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