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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일권 Apr 03. 2022

시험에 들지 않게 하옵소서

난 뉴욕주도가 맨해튼인지 알고 있었는데 운전면허증을 받을 때 보니 한참 위에 있는 Albany라는 곳이서 주경 계선은 누가 결정하는건지 쓸데 없는 궁금증이 생겼다. 하여간 뉴욕 하면 한국 교민들이 많이 사는 퀸즈의 플러싱 이나 허드슨강 건너 뉴저지 포트리 같은 곳에 사는 사람들은 다들 뉴욕에 산다고 했다. 그리고 코리아타운이라고 불리던 플러싱 지역은 이제 중국인들에게 대부분 넘어가 차이나타운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그곳 건물들의 주인인 유태인들이 우리 교민들에게 상가를 임대해 돈을 벌었던 동네인데 그 후 그곳의 대부분이 중국인들 손에 넘어가게 되어 차이나타운이라고 불리게 된 그 과정을 듣고 나니 우리 교민들도 단합해서 미리 준비했더라면 하는 여러 가지 아쉬운 마음이 컸다. 내가 플러싱에서 지낼 때 아는 선배는 작은 개척교회 피아노 반주자로 봉사했는데 그 선배는 집사, 부인은 권사님이라 불렸다. 사실 플러싱 지역에는 대형교회들도 있었지만 고만고만한 작은 교회들이 수없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내가 어렸을 때 부르던 노래에'예배당에 갔더니 대머리 까진 목사가 눈감으라 하더니 신발 훔쳐 가더라'는 그 노래가 생생하게 남아선지 생전 교회라고는 문턱도 가본 적이 없던 나였는데 예배가 끝나면 맛있는 점심이 나온다는 선배의 간곡한 유혹에 넘어가 교회를 가게 되었다. 당시 한 끼 식사비가 아쉬웠던 터라 그 말에 이끌려 몇 번을 나갔지만 영 마음에 와닿는 게 없는 지루한 설교에 졸기만 하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몇 번을 안 나갔더니 선배 부인이 나의 식탐을 알아챘는지 또 다른 지역 큰 교회에서 매번 음식을 뷔페로 푸짐하게 차린다니 같이 가자며 나의 가난한 영혼을 또 시험했다. 뉴저지 쪽에 있는 규모가 꽤 큰 교회였는데 선배부인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가 노래를 잘한다고 소개했다. 덕분에 나는 교회 성가대에 발탁되어 노래를 부르니 지루함은 덜했지만 결국 오래지 않아 거리가 멀다는 핑계로 나가는 걸 멈췄다. 내가 운전하던 큰 차를 주차할 때가 마땅치 않아 고민하던 중 주말에 교회에 나오며 근처 동네 신도들을 픽업해주는 조건으로 주차장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일요일 이면 벌어지는 록 페스티벌 같은 요란한 대형교회의 예배 모습은 심란한 나의 마음을 더욱 흔들어대는 바람에 주님의 곁으로 다가가기에는 너무 먼 그들만의 세상이었다. LA 근교에서 목회활동을 하는 고등학교 동창 부인은 주말이면 늘 음식을 차려놓고 나를 불러 예배를 봤는데 나를 위한 기도라며 통성기도를 하는 바람에 부담감과 두려움 때문에 내가 연락을 끊은 적도 있었다. 모든 종교가 사람들에게 좋은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젖어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전에 시스티나 성당에서 보았던 최후의 심판 인가하는 그림 속의 인간들을 보며 죄 많은 인간들이지만  지옥으로 떨어지는 그런 그림으로 겁 만주지 마시고 교회에서 늘 말하는 사랑, 용서, 구원 같은 말들을 실천하는 주님이 되어달라고 기도 했다. 한밤중 문풍지 떠는듯한 마누라 코 고는 소리가 산사(山寺) 처마에 달린 풍경소리 라 생각하며 눈을 감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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