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일권 Aug 08. 2023

대상포진을 경험했습니다.

고래가 사는 세상

지나고 생각해 보니  남들처럼 탈없이 건강하게 지냈더라면 좋으련만 나쁜 것들은 나를 비껴가지는 않았던 거 같다. 당뇨. 고혈압에 전립선비대 하지정맥등 도 벅찬데 얼마 전 대상포진까지 날 찾아왔었다. 글쎄 은퇴한 지도 오래되어 스트레스받을 일이라고는 마누라의 폭언뿐이고 그것도 한 귀로 흘려버린 적이 오래됐는데 왜 그런 게 왔는지 모르겠다. 늙으면 면역력이 떨어지는 이유도 있다고 나중에 들었지만 하여간 오른쪽 옆구리에 조그만 물집이 몇 개 생기더니 며칠사이 허리 오른쪽 전체를 덮어버리고 말았다. 그 통증으로 인해 잠도 제대로 못 자니 멍한 상태에서 두려움만 더해갔다. 처음 통증 의학과인가를 찾았지만 별 차도도 보이질 않았고 내시경 때문에 다니던 내과엘 갔더니 의사가 오히려 신기한 듯 사진을 찍고 난리였고 주는 약도 별효과가 없었다. 병원 갔을 때 벽에 붙은 대상포진 예방주사 가 한방에 얼마라는 광고포스터를 보니 그런 것이 있는 줄도 모르고 지냈다니 나만 그런 건지 한심한 생각이들었다. 결국 수소문 끝에 대상포진 전문 병원을 알게 되어 주사와 약을 함께 복용했는데 그 병원 원장은 TV에도 여러 번 나온 의사로 자기도 환자를 치료하다 방사선 인가에 노출되어 손이 일부 불구가 되었다는 예기를 들었다. 하여간 그렇게 주사를 한 열 번은 맞고 나니 어느 정도 진정이 된 것 같기에 약으로만 지냈다. 주사가 한 번에 10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것 보다도 그 병원은 흡사 전쟁터 야전병원 같은 분위기에 그야말로 도떼기시장 그 자체여서 그 이상의 치료를 그만둔 까닭이다. 그 후 얼마동안은 계속 찌릿찌릿 전기가 통하듯 통증이 가끔씩 오긴 했지만 참을만한 수준 이어서 그냥 지냈는데 지금은 없어진듯하다. 그런데 얼마 전 뉴스에서 보니 대상포진 예방주사가 한 번에 50만 원 인가하는데 두 번 만 맞으면 90%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럼 전에 포스터에서 본 십몇만원 하는 예방 주사는 도대체 얼마의 효과가 있었다는 건가? 하는 의문과 함께 코로나 때 경험한 여러 회사들의 주사약들 혹시 우리를 상대로 약효를 시험해 본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나이 들수록 점점 병원을 끼고 사니  노년 우울증이 생길 만도 하다. 누구 말마따나 노인들이 미래를 책임질 주체도 아닌데 사진 따귀나 때리는 노인회 회장의 쑈를 보며 괜히 정쟁에 휩쓸리지 말고 노인답게 조용히 지내자는 말을 전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설레발치는 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