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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일권 Oct 04. 2023

영혼은 남아 있을까

고래가 사는 세상

언제부턴가 하루도 쉬지 않고 핸드폰에 안전 안내문자가 뜬다. 그중에 유독 눈에 자주 띄는 내용들은 회색 꽃무늬 긴팔, 검정바지, 검정운동화 158cm.73세 여성을 찾습니다. 이런 내용의 사람을 찾는 문자들이었다. 그런데 노인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젊은 사람들부터 나이 든 사람까지 나이에 관계없이 찾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다양했다. 어쩌다 왜 그렇게 됐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는 동시에 치매나 지적장애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더했다. 오래전 친구 여동생이 그런 경우였는데 그 친구집에 가면 동생이 애기처럼 늘 누워있는 모습만 봐왔는데 나중에 들으니 30대가 되어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오랜 시간 돌보아온 가족들의 슬픈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지만 우리가 알 수 없는 가족들의 아픈 사연을 누가다 헤아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리고 불현듯 옛날에 들어본 말 중 "그래 벽에 똥칠할 때까지 오래 살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때는 그냥 웃고 넘겼던 말인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그냥 죽으라는 게 났지 악담 중에 그런 악담은 없는 듯하다. 조기 치매검사를 받으라는 광고를 여러 번 본 듯한데 설마 나에게 해당되는 일은 아닐 거라는 생각은 하면서도 가족을 못 알아보고 지난 기억을 못 하는 그런 일들이 내게 올지도 모른다는 가정 하에 고스톱 치는 할매들처럼  나도 바둑. 당구. 독서. 음악 감상 등을 통해 작아지려는 뇌의 활동을 유지하려 애쓰는 편이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고 걱정하면 뭘 하겠는가! 하얀 백지 속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나의 영혼과 함께 먼 여행을 떠난다는 생각을 가지고 지낸다. 바닷가에 쓸려온 반딧불이 오징어 같은 처지이다 보니 아직도 세상살이의 이치를 알 수 없어 마음 한켠 암울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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