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사람들에 따라 익어 간다거나 삭어 간다는 표현을 한다. 만일 내게 그중 선택하라면 많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아 선뜻 대답하기가 어렵다. 그건 내가 나를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장에 팔려고 우사(牛舍)를 나서는 어미소를 졸졸 따라가는 강아지 처럼 별생각 없이 세상 이곳저곳에 영역 표시를 하며 떠돌아 다녔으면서도 여행의 욕심을 꽉채우고 싶은 마음때문 인지 이번에 못 가보면 다시는 갈 수 없을 것처럼 어렵게 특정국가 여행허가를 받아 가면서 까지 무리한 여행을 끌고 다닌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다녀오고 나면 뭔가 남아 았을 것 같은 기대감 때문이었는데 결국 세상은 돌고 돌아 그런 나의 행동이 무의미 해졌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 엘도라도를 찾기 위한 탐험가도 아니면서 내 마음속의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떠났는지도 모르겠다. 누가 말하길 황금의 땅은 자기 가슴속 깊이 있다고 했는데 그런 것도 모르고 무작정 그걸 찾으려 헤맸나보다. 그러고 보니 제약없이 많은 소재를 가지고 자신의 여행 경험을 펼칠수 있는 지금의 여행작가나 유튜버들이 너무 부럽다.그리고 아직도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 자유롭게 세상을 떠도는 많은 영혼들을 볼때면 많은 생각이 교차함과 동시에 마음 한편이 짠해지기도 했다. 이런 비교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벚꽃이 흩날리는 나무 아래서 자결하는 사무라이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는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며 그 장면이 아름답게는 묘사되지만 결국 인생무상 이라는걸 느끼게 될것이다.그래서 우리는 모든걸 비우고 싶은 해우소(解憂所)를 찾아 세상을 떠돌고 있다는 생각이든다. 이제는 아픈 곳이 여기저기 늘어나다 보니 육신은 물론 정신까지 녹슬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한다. 그건 나뿐만이아니겠지만 젊었을 때는 전혀 경험도 못해봤고 들어보지도 못했던 수많은 병명을 차차 알게 되니 우리 몸이 이렇게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음에 새삼 신비롭고 놀라울 따름이다. 일본에 사는 친구가 전하는 말에 의하면 어느 일본스님의 말씀 중에 새겨둘 만한 교훈 하나가 있는데* 아오이 쿠마라고 첫째 서둘지 말고, 화내지 말고, 잘난 체하지 말고, 노심초사하지 말고, 이기려 하지 말고 져주라는 그 말이 내가 곱게 늙어갈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에 가끔 한 번씩은 되새기며 마음 편히 살고 싶다. 인생자체를 재치와 여유를 가지고 유머러스하게 살았더라면 하는 뒤늦은 생각과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마음만은 쉬어 가라는 그 말이 결을 같이 하는 말인 듯하다. 흩날리는 벚꽃을 보며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 지는 노을 속에 나의 시름도 함께 묻혀가길 바라며 과거는 묻지 말라는 이 한 마디로 모든 걸 정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