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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일권 Sep 12. 2024

생일이 뭐 별건가요

고래가 사는 세상

몇 년 전 아들 녀석이 내게 한말이다. 그 말인즉은 아버지도 생일에 별 기대는 하지 말라는 뜻이 그 아래 깔려 있는 듯했다. 그렇다고 내 생일에 뭘 받아본 기억도 없기에 또한 기대 해 본 적도 없다. 그나마 생일이라고 집사람과 내게 보내던 20만 원 그마저도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마누라나 나나 조금 섭섭하기는 마찬가지지만 가족들 먹여 살리느라 힘들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냥 생일을 보냈다. 너무 섭섭해 하지말라고 누차 얘기하는 마누라 사돈 남말 하는거 처럼 들렸다.그래도 마누라가 점심에 짜장면이나 먹자고 하는 말이 만큼은 살라는 의미인 것 같아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동네 중국집에서 짜장곱빼기 한 그릇으로 생일을 자축했다. 그러나 사실은 생일날이 최고로 덥다기에 전날 마누라와 집에서 고기 구워 미리 술 한잔 하며 축하인사를 건네 받았었다. 옛날에 어머니는 미역국은 물론  짜장면도 사주셨는데 이젠 미역국도 사라진 지 오래됐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면 이런저런 집안 얘기도 하게되는데 의사 아들을 둔 친구 녀석이 이번 자기 생일에 아들이 이백만 원 보냈는데 마누라가 다 뺏고 50만 원만 주더라며 은근히 자랑 섞인 얘기를 꺼냈다. 결국 그날 그친구를 부추겨 술값을 내게 만들었지만 좀 부러운 건 사실이었다. 얼마 안 되는 용돈으로 기안죽고 살려고 알뜰하게 지내지만 그래도 가끔은 사고싶은 물건들이  눈앞에서 아른 거린다. 살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뭘 그렇게 사고 싶은 게 많으냐는 마누라 핀잔도 있지만 휴대폰에 늘 뜨는 쿠팡광고를 보다 보면 구매욕구가 살아나기 마련이다. 거기다 중국의 알리나 테무의 저가 상품 광고까지 쏟아지니 진짜 사람을 홀리고 세뇌시키는 거 같다. 그러니 늙어서 지갑을 열라는 말은 어불성설인 거 같고 그저 남들과 같이 n분의 1이라도 낼 수 있는 게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러게 젊었을 때 어쩌고 하는 마누라 핀잔 섞인 잔소리에 그래 이 없으면 잇몸으로 손가락 빨면 되는 거지 뭐 별거 있나 하는 생각으로 지내고 있다. 한편으론 이렇게 구차하게 말년을 보낼 바엔 빨리 보내주셨으면 하는 기도를 가끔 하지만 내 운명과 팔자가 이런 거라면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우울한 노년의 일상이다. 그래도 학교 가는 도중에 차에서 영상통화로 축하인사를 보내는 손주 녀석들의 모습에 그나마 한구석 위안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괜스레 마음만 들뜨게 만드는 이런 생일이나 명절등이 없어졌으면 하는 솔직한마음이든다. 있을때 잘하라는말, 너무 흔하게 굴러다녀서 인지  모두들 마음에 와닿질 않는 세상인것 같다.살다보니 진심이 담긴 솔직한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은 드물고 침이나 바르고 말하지 라고 생각하게 되는 립서비스 이게 요즘 사는 세상의 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제때도 찾아먹지 못하는  멍청한 가을,.오긴 오겠지만 벌써 찬바람 불기만 기다리는 내게 며칠 후 있을 친구들 모임에 아래 사진의 중에서 한병 들고 오겠다는 착한 친구의 문자가 씁쓸했던 내 마음을 달래 주었다. 친구야 복받으시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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