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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일권 Feb 05. 2023

점(占)

고래가 사는 세상

가끔 차를 타고 미아리 고개나 남산을 지나칠 때면 예전에 그 수많던 점집들은 다들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어린 시절 나는 어머니를 따라 점집을 간 적이 있는데  그 점집을 여러 번 찾아간 때문인지 지금 까지도 진흙구덩이란 그점집 이름이 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어머니는 뭐가 궁금해서 그렇게 점집을 찾으셨을까 하고 이제 생각해 보건대 이유는 아버지 때문이었을 거라 짐작해 본다. 당시 전방부대에 대대장으로 근무하셨던 아버지의 주변에 여자가 있다는 소문을 들은 데다 너무 집을 들리지 않는 아버지 때문에 여러 가지 궁금한 나머지 점집을 자주 가게 된 이유라 생각된다. 나도 성인이 된 후  궁금한 하고 답답한 일이 있어 얼떨결에 몇 번 점집을 가본적이 있었는데 남산 순환도로 옆에 만물깨비란 골동품 가개 같이 보이는 점집이었는데 목멱산 (남산) 산신령을 모신다고 했다. 처음 찾았을 때 점쟁이로 부터 나에게 아기동자가 보인다는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내가 궁금해하는 일들이 몇 월 며칠이면 잘 해결될거라는 기분 좋은 답을 듣고 왔는데 정말 그날에 내가 기다리던 소식이 와서  소름 끼치도록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 후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다시 한번 그집을 찾게 되었지만 그때는 약발이 다했는지  점쟁이가 말한 대로 이루어지질 않았고 그 후 다른 접집을  간기억도 있는데 별로 신통치 않았기 때문인지 그 후로는 점집을 찾을 생각이 아예 없어져버린 것 같다. 주위의 얘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점쟁이들이 과거나 안 좋은 일들은 그런대로 맞추는 것 같은데 미래에 대해 맞추는 확률은 별로 신통치 않았다고들 한다. 전에는 새해가 되면 토정비결로 새해 운을 보았고 관상이나 손금등으로 사주팔자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나 운명에 대해 알고 싶어 했다.그리고 우리 모두 궁금한 게 너무 많아선지 접집이나 작명소 같은 곳은 늘 북새통을 이루었다. 요즘 점집은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없지만 오래전 일본 길거리천막 안에서 보았던 타로 점이 우리 젊은이들에게 옮겨온 것같은 느낌이었다. 언젠가 찾아간 어느 점집에서 후배에게 했던말이 지금도 생각난다. 그릇이 작아 많은 걸 담아낼 수 없으니 굿을 하라는 점쟁이의 말에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서던 후배의 얼굴,그러나 점쟁이 말의 반대로 지금 너무도 잘 나가는 그 친구를 생각하니 되지도 않는 점쟁이 말 한마디에 울고 웃는 우리들이 너무 한심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인간은 어디선가 한마디 말로라도 늘 위로받고 싶은 때문인지도 모른다. 인생의 굴곡이 심해 고생이 많은 사람에게는 명금을 이어주려고 그런다는 위로 같은 말도 들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런 고생을 감내하면서 까지 오래 살 이유가 있을런지는  생각이 필요한 물음이었다. 뒤웅박 팔자 라며 신세타령 하는 마누리를 뒤로하고 작두 위에서 춤추는 무당처럼 아슬아슬하고 짜릿한 세상에서 오늘도 나의 운명을 헤치며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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