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나 왕국의 수도 치앙마이

취경전

by 구일권

북방의 장미라 불리는 치앙마이의 겨울은 날이 선선해 더위에 약한 내가 지내기는 정말 좋은 곳이었다. 청명한 날씨에 알맞게 따듯한 치앙마이는 늘 겨울에만 들렸기에 잘 몰랐지만 봄에는 들판에서 태우는 농작물로 인해 공기가 매우 탁하다고 했다. 옛 란나왕국의 수도 치앙마이는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한 달 살아 보기 도시로 각광을 받는 곳이되었다. 태국 제2의 도시인 치앙마이의 인구는 대략 20~30만 정도인데 그곳을 찾아오는 여행객은 일 년에 백만 명이 넘는다고 했다. 내가 처음 갈 때는 대한항공 직항 편이 생기기 전이라 방콕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갔으며 한 번은 방콕에서 저녁시간에 출발하는 화장실 달린 침대버스를 타고 간 적도 있는데 밤새 달려 새벽에 도착했으니 아마 10시간 정도 걸리지 않았나 생각된다. 늦은 밤 잠을 청하려 눈을 감았는데 도시락을 받으라는 안내양의 목소리에 눈을 뜬 순간 나는 잠시 과거로 돌아간 환상 속에 빠져들었다. 도시는 밀려드는 외국 배낭족들로 좀 복잡하긴 했지만 한가롭고 즐거운 그들의 표정에 나도 덩달아 여유로워질 수 있었다. 우리의 딱딱한 감도 볼 수 있는 그곳의 겨울은 우리 가을 날씨와 비슷했고 맛있고 다양한 음식들로 가득한 치앙마이는 내가 한동안 지내기 좋은 곳이었다. 처음엔 로열 치앙마이라는 골프장에 공치러 갔지만 갈수록 정이 드는 바람에 나중에는 그곳에서 혼자 한 달 넘게 지낸 적도 있었다. 전에는 커피 하면 브라질 이나 콜롬비아 그리고 에티오피아, 하와이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처음 맛본 태국산 커피의 맛은 내 입맛에 맞는 최고의 커피였으며 진짜 맛있는 커피가 태국이나 베트남에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묵고 있는 호텔 바로 앞에 스타벅스가 있었지만 나는 좀 떨어진 도이창 이란 커피숖에 자주 커피를 마시러 다녔다. 태국 맥주는 싱하 와 창이 대표적인데 창 이란 맥주병에 그려진 코끼리가 도이창이란 이름 속에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이른 아침 커피점 문을 열자마자 들리는 그곳에서 내게 늘 상쾌한 미소로 아침 인사를 건네는 그녀들의 모습은 내가 태국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며 내가 우울해질 수가 없는 아름다운 치유의 도시였다. 내가 아는 친구는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며 가이드 일도 하고 가끔은 탈북민 통역도 돕고 있었다. 가끔 TV에서 보면 탈북민들이 라오스나 캄보디아를 통해 트라이앵글이 있는 지역으로 밀입국하다 태국 경찰에 체포됐었다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었는데 덥고 위험한 먼길을 온 그들에게 통역으로 나마 도움을 주는 그 친구에게 저녁식사로 고마움을 대신한적도 있다. 치앙마이 도시 중심 해저 안은 구도시이고 밖으로는 큰 시장과 호텔 등 볼거리가 많았다. 내가 묵었던 호텔 입구에는 일요일마다 조그만장이서는데 방콕 보다도 더 맛있는 쏨땀 등 맛있는 그곳 토속음식들로 가득했다. 절구에 삭힌 방게와 라임, 고추 등을 넣고 공이로 찌어주는데 그 맛이 기가 막혀 일요일 이면 찹쌀밥을 사다 쏨땀과 먹는 즐거움에 일주일이 기다려지기도 했다. 사람도 별로 없는 커다란 수영장에서 아침저녁으로 수영을 하며 호텔방과 도이스텝 사원 중간 산허리 사이로 날아다니는 작은 비행기들을 바로 보며 명상을 하던지 아니면 치앙마이 대학 캠퍼스를 산책하며 시간을 보냈고 밤이면 젊은이들로 활기 넘치는 치앙마이의 홍대 거리와 비슷한 ' 님만 헤민'등에서 음악을 들으며 맥주를 마시는 여유로움을 즐겼다. 시내 웬만한 곳은 썽테우를 타고 30~40밧(원화 500원) 정도면 다닐 수 있는 교통도 편한 도시다. 음식 맛은 방콕 보다 좀 강하지만 내 입맛에는 좋았다. 알려진 많은 태국 음식 중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셀 수 없이 많지만 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꼽자면 씨야 국수와 팟끄라 프라우 무쌉(다진 돼지고기 바질 덮밥) 팍붕 화이뎅 ( 모닝글로리를 된장으로 볶은 반찬) 찜쭘. 돼지 목살 구이인 커 무양 그리고 남똑 무 등이다. 국내에서도 가끔은 그 맛이 그리워 태국 음식점 이곳저곳을 찾아다녀봤지만 그곳의 맛은 찾을 수가 없었다. 해외에서 맛본 한국식당의 변형된 맛과 같다고 할까 하여간 한국인 입맛에 맞춰서 그런 건지 아니면 재료 구하기가 어려워서 인지는 몰라도 뭔가 빠진듯한 그런 맛이어서 아쉬웠다. 탁신 전 총리의 고향 인 치앙마이는 미인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라 방콕 등 다른 지역 술집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하나같이 치앙마이 출신이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뭔지는 몰라도 사람들을 잡아당기는 매력의 도시 그곳에서 국제적인 회의도 많이 열리지만 포시즌 이나 샹그릴라 같은 특급 호텔이 들어선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밖에 뗏목을 탄다거나 고산족 마을을 들려볼 수도 있었지만 수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을 잃어버린듯한 마음에 가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세계최대 마약산지로 악명 높았던 골든트라이앵글(황금삼각지)이나 치앙라이는 한번 들려 볼만한 곳이었는데 조용한 옛 모습을 간직한 치앙라이는 한동안 여유롭게 머무르고 싶은 곳이었다.어느날은 스타벅스에서 일하던 여학생의 스쿠터 꽁무니에 타고 시골길을 달려 도착한 그의 집에서 나를 반겨주던 가족들의 모습에서 나는 모처럼 넘치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전생에 내가 살았던 도시 같아 더욱 애착이 가는 그런 치앙마이에서 나는 나를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기에 로마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듯이 언젠가 다시 이곳에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손톱과 발톱을 깎아 치앙마이에 남겼다. 방금들은 소식이지만 태국이 11월부터 무 격리 입국을 할 수 있다는 말에 조금씩 숨통이 트이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는 희망 섞인 소식을 듣고 나니 비행기에 오르는 꿈이라도 꿀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무착륙 비행이라도 여행을 떠났던 사람들에게는 더 큰 희소식이었으리라 생각되며 그들은 이미 뭉게구름 위로 날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하여간 오징어 게임으로 전세계에 무궁화꽃을 피운걸 보니2022년 검은 호랑이의 임인년((壬寅年) 새해 부턴 우리의 국운이 강해질거라는 강한 신념이 내 머리를 감싸고 있어 꼭 행복한 대한민국이 될거라 염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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