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아들 집에 있으면서 가끔 휴일에 센트럴에 나가면 양산으로 앞을 가리고 길 양쪽에 몰려 앉아 있는 필리핀 여성들을 늘 볼 수 있다. 가지고 온 음식들을 먹으며 필리핀 말인 다갈로그로 대화를 나누는 그들 말이 귀에 익어 정겹게 들렸다. 아들 집에도 40대 필리핀 여성이 집안일을 돌봐주는데 고향에 남편과 아이들이 살고 있다고 들었다. 80년 초쯤 인가 마닐라에서 5~6 개월 정도 지낸 적이 있는데 300년 이상 외세의 지배를 받은 나라치고는 우리보다 더 자유롭고 여유로운 나라 같아 보였다. 그리고 그 당시 한국의 농구선수 신동파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을 때이다. 어느 날 마닐라 시내 학교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라살 그린힐스 나 아테네오 같은 초등학교는 상류계층만 다니는 것 같았고 에어컨까지 있는 깨끗한 교실에서 흰 셔츠에 나비넥타이를 맨 학생들의 수업하고 있는 모습이 무척 귀엽고 인상적이었다.'눙일랑 까사 문 똥이 또'내 귀에 들리는 대로의 Anak의 노래 가사다. 필리핀의 정신적 영웅인 가수 프레디 아길라가 부른 노래인데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랑을 받고 있고 우리의 아침이슬과 비슷한 필리핀 민주혁명 과정에서 만들어진 노래라 들었다. 그런데 마르코스부터 몇몇 지도자들의 부정부패 때문인지 국민들의 생활은 점점 피폐해지고 그래서 필리핀의 많은 여성들이 가족과 떨어져 동남아와 중동 각지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다. 거기다 코로나 때문에 오랫동안 집에도 못 갔으니 얼마나 가족들이 보고 싶을까 하고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뿐 이다. 지난 일이지만 우리도 House of the rising sun을 들으며 5~60년대를 그들처럼 그렇게 살았던 때가 있었지만 어찌 됐던 우리는 국민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그래도 이만큼 살게 된 것이 참 신통하고 자랑스럽다. 그래도 그들은 국민성 때문인지 늘 쾌활하고 밝은 표정으로 지내고 있는 게 그나마 다행스러워 보였다. 필리핀 에 있을 때 저녁에 호텔에 들어가면 필리핀의 국화 삼빠 기다가 늘 베개 위에 놓여 있었는데 쟈스민의 한종류라는 그 꽃의 짙은 향이 너무 황홀해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였다. 필리핀도 6.25 참전국이다. 우리나라를 위해 피 흘려 싸워준 수많은 참전국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참 많은 나라에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내가 아는 아이린 이란 한국 여성도 아버지가 6.25 때 전사한 뒤 필리핀 장교와 재혼하게 된 어머니를 따라 필리핀으로 오게 된 경우다. 내가 그곳에 머무는 동안 내일을 열심히 도와주었는데 몇 년이 지난 후 필리핀 남편과 헤어졌다는 편지를 받고 무척 걱정스러웠다. 그의 남편은 어느 정부기관에서 일했는데 덕분에 나는 그 시설 안의 체육관이나 사격장 등을 자주 이용하기도 했다. 착해만 보였던 그 친구 다른 한국 여자와 사귄 게 이혼 사유라 듣게 되어 더욱 마음이 안 좋았다. 내가 그곳에서 지낼 때 아이린 남편 소개로 경찰로부터 총을 구입해 밤에 외진 곳을 갈 때는 가끔 가지고 다녔는데 얼마 후 마닐라 호텔에서 폭발물이 터지는 바람에 호텔이나 공공건물 출입 시 검색이 심해 없애버린 적도 있었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의 필리핀은 치안상태가 더욱 안 좋아졌다고 들은 데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 등 사건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범죄의 온상이 되었다는 소식에 별로 가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내가 아는 사람들이 건강하게 잘 지내는지는 늘 궁금하다. 하여간 동남아의 호텔에서 연주하는 밴드나 싱어들 대부분이 필리피노 들인 것만 봐도 알겠지만 음악성 좋고 잘 놀고 잘 쓰는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라 그들의 나라 필리핀이 속도는 느리지만 이래저래 잘 발전될 거란 생각이 든다. 결국 필리핀도 부패근절이 최우선 과제인데 요즘 들리는 대통령 선거 소식은 그 나물에 그 밥인 것 같아 상류 귀족사회가 자리 잡고 있는 한 부패와의 고리를 쉽게 끊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됐던 필리핀의 많은 여성들이 하루빨리 삼빠 기다 처럼 향기롭고 행복한 날이 오길 바라며 비바'마 간당 우마가.
홍콩 센트럴'세계적으로 유명한 홍콩의 중앙 구역이며 홍콩 내 사업의 중심지이고 전 세계의 주요 금융 중심지다. 구룡 지역 맞은편에 있는 센트럴은 관광. 쇼핑. 각국의 음식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곳이며 특히 밤에 화려하게 빛나는 조명 속, 홍콩 섬의 아름다움은 명소 중의 명소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