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와인에 취해있는 나는 프랑스 와인으로 입문, 미국. 칠레. 이태리. 스페인. 호주. 포르투갈 등을 돌아봤지만 그 방만함에 결국 저렴하고 맛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와인글라스 조차 언젠가부터 와인을 마시기 위한 단순한 도구에서 벗어나 와인의 맛과 향에 큰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는 현재이다. 그밖에 와인의 맛을 결정짓는 요소들은 너무나 다양하다. 분위기는 물론 음식(마리아주)과 적합한 와인 이러한 게 모두 갖춰져야 하는 건데 일상생활 속에서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아우스레제, 보졸레, 부르고뉴, 까베르네 쇼비뇽, 샤르도네, 게뷔르츠트라미너, 오브리용, 르와르, 메를로, 무르소, 포이약, 피노 누와, 리슬링, 상세르, 보느 로마네, 그리고 쇼비뇽 블랑 등 대략 내가 알고 있고 마셔본 것만 해도 이렇게 다양 한데 더군다나 사람들의 입맛은 너무도 다양 하기에 초대한 손님에게 와인을 대접할 때는 아마도 만나는 사람 모두 내 입맛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와인을 잘 아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상이 누구든 그저 달달한 와인으로 정하면 실수가 없다는 게 그동안 경험을 통해 터득한 방법이다. 값비싼 와인만 드시는 '소믈리에'의 추천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와인은 나의 마음이 허락해 주질 않아 결국은 매번 난감한 선택밖에 남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변덕스러운 이 혀에도 나만의 사랑스러운 와인과 마리아주가 물론 존재한다. 고로 와인의 선택은 개인의 몫인 것이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는 게 어디 나뿐 이랴 라는 생각에 전혀 무리수를 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골프의 경우도 그러하다 지난 20년 넘게 골프를 하는 동안 주위의 코치로 폼도 많이 바꿔봤지만 결국 자신에게 익숙한 생각대로 느낌대로 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매일 한 가지 자세만으로 몇천 타씩 연습하는 프로들도 아니고 사람마다 각각 체력과 체형 등이 다른데 과연 똑같은 레슨 방법이 옳을까 하는 생각에 내 나름대로의 틀을 잡아갔다. 결국 골프를 그만둘 때쯤 '힘 빼라는 의미를 통해 골프에 대한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됐는데 옛말에 철들자 환갑이라 했듯이 아쉬운 마음만 남는다. 아무튼 내가 내린 결론은 그 사람의 배경이 어떠하던 그가 몇 살이던 상관없이 "모든 배움의 길에 왕도는 없다"라고 생각하며 무엇이든 자기만의 스타일로 꾸준히 개발하고 노력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늘 아쉬움만 남는 지난날을 돌이켜 보며"하루 종일 봄을 찾아다녔지만.. 결국 봄은 나의 집안에 들어와 있네.."라고 시작하는 다음의 옛시 구절이 와닿는다.
진일심춘 불견춘(盡日尋春不見春) 망해답편롱두운(芒鞋踏遍壟頭雲)
귀래 소념 매화 후(歸來笑拈梅花嗅) 춘재 지도 이십 분(春在枝頭已十分)
하루 종일 봄을 찾아다녔건만 봄은 보지 못하고 짚신이 닳도록 언덕 위 구름만 밟고 다녔네
돌아와 뜰안의 웃고 있는 매화 향기 맡으니 봄은 매화가지에 이미 무르익고 있었네.
"남송의 유학자인 나대경(羅大經)이 지은. 학림 옥로(學林玉露) 6권에 실려 있는 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