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세상으로 떠나기 얼마 전 마광수로부터 전화가 왔었다. 어떻게 지내냐면서 네가 용인 사니 자주 오라고는 못하겠다며 언제 얼굴 한번 보자는 말에 무척 외로워하는 느낌이 들었다. 전에 내가 집에 가면 골초인 그의 방은 늘 담배 연기로 꽉 차 있어 너구리 잡는 굴 같았다. 서재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점심 때면 길 건너 평양냉면이나 메밀 국숫집을 갔고 저녁이 되면 아파트 입구 단골 스탠드바에서 맥주 한잔 하고 헤어 지곤 했는데 언제부터 인지 기력이 약해져 술도 못 마시겠다고 했다. 조울증이나 우울증 이런 말들은 광수로부터 이때 처음 들었고 난 그게 그렇게 심각한 증상 인지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늘 동료나 학교 후배 교수들로부터 배반당한 것에 분개했는데 그 화가 쌓여선지 체력은 물론 치아까지 부실해져 무척 힘들어했다. 마광수와 나는 을지로 입구에 있던 청계 국민학교 동창이다. 지금은 학교가 없어졌지만 같은 반 짝이었던 광수는 하얗고 파리한 얼굴의 조용한 친구였다.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아 그때는 별로 친하게 지내질 않아 내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친구였는데 80년도 후반 인가 어느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우리는 신기하게 서로를 기억할 수 있었다. 그 후 광수와 나는 자주 어울려 그림 전시회나 시낭송회 등이 있으면 나를 불러 같이 다녔고 술도 자주 마셨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는 얼굴을 가리는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내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는 잘 어울리고 입담도 좋아 그와 술 한잔 나눈 사람들은 모두들 그를 좋아했다. 그러고 보니 집에는 그가 우편으로 보내준 수십 권의 책과 그림, 붓글씨 등 그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데 그중 윤동주 시인에 관한 논문은 그가 마음속에 간직한 글이기에 내가 잘 간직하고 있다. 마광수의 책을 보면 손톱이나 속눈썹 그리고 배설 이런 표현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런 것에 집착하는 자신이 언제부턴가 많은 정신과 의사들의 흥미로운 연구 대상 이 되버렸다고 마광수가 내게 말한적이 있다. 자기 연애 한 얘기를 가끔 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초보 수준의 숙맥이었고 정신적 으로는 너무도 순수한 친구라 남들이 변태라고 할 때는 답답하고 나도 모르게 열을 받기도 했다. 광수는 생전에 나와 해외여행을 두 번 다녀왔는데 그전 까지 한번도 해외를 못 나간 이유 중에 하나는 골초인 그가 기내 금연을 참기 힘들어서 이기도 했다. 하여간 내가 꼬드겨서 나간 두번의 여행이 처음이고 마지막이었다. 일본과 태국을 다녀왔는데 특히 일본 여행 때는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 즐거운 시간이었다.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아 도쿄 아카사카 미츠케 앞에선 사인해주느라 한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언젠가 육중완 밴드가 장미여관 이란 이름으로 노래할 때는 그 이름만 으로도 즐거웠는지 짜식들 연락 한 번도 없다며 웃기도 했다. 즐거운 사라로 인해 구속까지 당했다는 소식은 내가 미국에 있을 때 들었고 내가 돌아와 그의 집 앞 한강변 공원에서 만났을 땐 너무도 변한 그의 모습에 충격을 받기도했다. 백 투 더 퓨쳐 영화에 나오는 그 박사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마음도 여린 마 박사가 얼마나 정신적 고통이 컸으면 저렇게 됐을까 하는 마음에 할 말도 잊은 채 위로마저 할 수도 없어 둘이 낮부터 술을 얼마나 마시고 헤어졌는지 모른다. 그 후 안 좋은 조건으로 학교에 복직은 됐지만 주위의 따돌림과 강등된 직책에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았는지 결국 그렇게 허무하게 떠났다. 그는 진흙에 물들지 않은 연꽃처럼 살았지만 마지막은 광마의 몸부림이었다. 병원 장례식장에서 입관할 때 본 마광수, 옷은 평소 입던 양복 차림이었는데 깐깐한 개성 할머니인 그의 어머니처럼 꼿꼿하게 버티며 오래 살지 못한 바보 같은 친구를 바라보며 안녕을 고했다. 장례식장에 온 김수미 씨가 사회가 마 교수를 죽였다고 울분을 토하던 그 모습이 저세상으로 떠나는 친구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리라 생각했다. 운전도 못해 늘 택시만 타고 다니던 친구인데 언젠가 어느 영화감독이 자기 소설을 영화로 제작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며 양평 좀 데려다 달라는 부탁을 하기에 같이 간 적이 있는데 여자 감독 앞이라선지 그렇게 즐거워하는 광수를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운전 때문에 광수만 신나게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담배 꼰아 물고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부르던 광수, 평소 그가 즐겨했던 독한 라일락 담배 연기 속에 그를 보낸다. 내가 여행에 관한 글을 쓰면 봐주겠다 했는데 하늘에서라도 그 약속 꼭 지키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