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 써서 도와줬더니

by 화나요뿡뿡

얼굴도 모르고, 근무지도 모르고, 어느 건물에서 일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메신저 연락이 왔다. 마치 급한 일이 있는 것처럼 다급하게 말을 걸더니, 어떤 기능을 사용하기 위한 권한을 달라고 했다. 그래서 권한을 부여해 주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원격으로 뭔가 안 된다며 이것저것 요청하기 시작했다. 나는 최대한 도와주려고 해줬다. 혹시 답답해할까 싶어, 필요한 것 같아 보이는 로그까지 꼼꼼하게 기록해 보내줬다. 그 정도로 해주면 당연히 감사 인사 정도는 할 거라고, ‘기본적인 사람’일 거라고, 무의식중에 생각해 버렸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자료를 받고 나서 그는 이것도 해 달라, 저것도 해 달라, 설정을 켰다 껐다 해달라, 영상까지 찍어 보내달라며 구구절절 명령을 늘어놨다. 말끝마다 붙는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이 오히려 더 나를 열받게 했다. 명령조로 말하다가 마지막에만 ‘부탁’이라고 하면 정중한 태도가 되는 걸까? 그게 지능이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결국 오늘도 욕설을 퍼붓고 싶은 심정을 꾹 참고, 곱게 정리한 메일을 보냈다.
“도움은 충분히 드렸습니다. 이제는 직접 와서 테스트하세요. 저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메일을 부서 동료들과 부서장님까지 모두 참조해 보냈다. 나를 무례하게 대하는 사람에게 기분이 상했다는 걸 알리고 싶었고, 동료들에게도 오늘 내가 화가 난 이유를 공유하고 싶었다.


한숨을 내쉬며 앉아 있으니 부서장님이 다가와 말했다.
“이건 충분히 기분 나쁠 만한 일이 맞아요.”
그 한마디 덕분에 오늘도 폭력적인 충동을 억누를 수 있었다.


나는 이래서 웬만하면 사람들을 돕지 않는다. 그걸 오늘 새삼 떠올렸다. 도와줘봤자, 대부분의 인간들은 감사할 줄 모르고 당연하게 생각하며 부려먹기나 할 뿐이다. 자기 주제도 모르면서.



작가의 이전글실시간으로 변화하는 허언증을 늘어놓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