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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NEWZEALAND. 16

뉴질랜드 남섬 여행기(뉴브라이튼피어, 스펜서파크, 크라이스트처치)

by 이것저것기록자

(뉴브라이튼피어, 스펜서파크, 크라이스트처치)

‘Last campervan day’

캠퍼밴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우선은 16시까지 반납으로 예약을 진행했었는데 곱씹어보니 너무 손해인 것 같은데 16시 반납인데 빌렸던 날들과 동일한 금액을 받는다는 것은 약

8시간 정도 손해 보는 것은 아닐까? 안다. 개소리다 서비스직은 참 힘들 것 같다 나 같은 진상 때문에…

느지막이 짐들을 챙기고 캠퍼밴을 정비하다 보니 어느덧 체크아웃 시간이 되어 오늘도 역시나 아무런 일정도,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 채 출발을 하였다. 크라이스트 처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도심 인근과 교외를 즐기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그냥~ 사이트 주변에 있는 바다 가서 탁 트인 전망이나 볼까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곳은 관광지였는데, 꽤나 유명한 곳인지 사람이 생각보다 너무 많았다. 그리고 멋졌다.

바다 앞쪽에는 길게 뻗은 스카이워크가 있었고, 주변으로는 상가 및 음식점 등 여러 상권들이 구성되어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그곳에는 수영장이 있었다. 남녀노소 어르신들은 울타리로 둘러싸인 따뜻한 수영장에서 즐기고 있었는데, 틈 사이로 살짝 보이는 공간은 수영을 즐기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보였는데, 너무나도 부러웠다.. 끝내 들어갈 수는 없었으며 들어가는 법을 묻지도 않았던 게, 다름이 아니라 수영복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것은 부러움의 아주 사소한 부분이었던 게 바로 그곳에는 따뜻한 물의 수영장과 더불어 한편에는 통유리로 바다를 볼 수 있는 사우나가 있었다. 무려 오션뷰 사우나가.. 진짜 무지하게 부러웠는데,,, 바다가 뻥 뚫린 시야를 가진 사우나였었고 뉴질랜드에서 처음으로 무언가가 부러웠었다..

(좌) 스카이 워크,, 무슨 피어 였는데 까먹었다. (우) 쭉 뻗은 해변과 밀려드는 파도

‘모든 곳이 같은 듯 다른 바다’

길게 뻗은 스카이워크를 본 적이 있나? 나는 처음이었는데 길이도 길이지만, 바람이 매우 강하고 파도가 엄청 높게 치는 날이었는데 스카이워크에서 한 발자국 나아가는 와중에도 몇 번이고 바람에 밀려났다.(밀린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꽤 무거운데 바람이 셌던 것 같다) 이상하리만큼 갈매기들이 많았고, 약간 으스스한 감정들이 들게끔 슬프게 갈매기들이 울었다.

멀리 있는 산, 도시들이 보이지는 않을 정도로 흐린 날씨였는데 해변에는 무언가 으스스한 안개들이 내려앉아서 이곳을 약간이나마 미스터리한 공간으로 포장하고 있었는데, 그런 광경들을 둘러보며 스카이워크의 끝에 도달했을 때는 오히려 높은 파도와 강한 바람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수평선이 엄청나게 선명하게 보였다.

돌아오는 걸음을 걷는 중, 높은 파도가 다시 한번 무섭다고 생각했고, 저기에 빠지면 딱 죽기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누군가에게는 저 바다의 파도들이 재미의 대상이 되었는지, 한 쌍의 노부부가 바다로 향하고 있었는데 서로를 의지한 채 높은 파도를 거스르며 나아가는 그들의 눈에는 호기심과 즐거움이 가득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실제로 아주 멀어 얼굴은커녕 몸도 잘 안 보이고 점처럼 보였다)

놀이공원을 만난 어린아이가 달려 나가는 것과 같이 신나는 걸음걸이로 물살을 헤치며 나아가다가 높은 파도 속으로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다이빙했다. 몇 초간 떠오르지 않아 약간 걱정하긴 했지만, 저 도전 정신이 정말이지 멋져 보였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3명의 친구 관계로 보이는 젊은 이들이 바다로 달려드는 것을 보았는데 가능하다면 나도 당장이라도 모든 허물을 벗어던지고 뛰어들고 싶었지만 차량을 반납해야 했기에 참기로 했다.(핑계다. 젖고 말리는 게 귀찮았다)

파도를 넘는 친구들 (본문의 노부부는 영상만이 남아있다)

‘평범한 일상이 주는 여유’

나는 뉴질랜드에 거주하지 않는데, 만약 주말이라면 이 키위 님들(놈들이라고 쓰고 싶었다)이 즐기는 삶은 어떨까? 하고 적당히 흉내를 내보기로 했다.

바다를 둘러본 나는 20km 여를 달려 넓고 광활한 공원에 도착했다. 스펜서 공원이라고 칭하는 이곳은 정말 패밀리얼한 공간인 것 같았는데, 정말이지 훌륭한 공간이었다. 인근에는 바다도 인접해 있고 캠핑장도, 무료 바베큐장도, 놀이터도, 숲도 모든 것을 다 갖춘 듯하였는데, 정말이지 부러웠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주말이면 집구석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서 휴대폰을 보거나 아침 겸 점심 겸 저녁을 한 방에 몰아먹고는 산책 조금 하고 컴퓨터 혹은 티브이에 열중하는 삶을 살아왔는데 이러한 휴식은 단시간의 힐링으로는 나쁘지 않겠지만, 정말이지 건강하지 못한 삶이었겠구나라고 자기반성을 하기도 했다. 이제부터나마 조금은 나아진 삶을 살자는 생각을 가지고 주말을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물론 아주 잠깐이다.

인접한 바다를 걸으며 무언가 움직이는 물체를 발견했는데, 야생 물개를 보았다. 귀여웠다. 아주 멀리서 쳐다보고 카메라를 줌인하여 쳐다보고 있었으나 조금씩 가까워지려고 할 때에 물개는 자꾸 다가서는 나를 쳐다보며 내가 한 걸음 다가서면 한 걸음 바다 쪽으로 움직였는데. 이 과정이 정말 신비로웠고 쟤도 눈치 보는구나 싶었다. (물론 나와 물개의 거리는 최소 1Km 정도 되었다)

그러곤 이윽고 반대 멀리서 강아지와 산책 중인 누군가가 오자 물개는 허둥지둥 ‘숨참고 바다 다이브’를 해버렸고 그렇게 나의 첫 물개도 안녕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엄청난 소리와 함께 뒤에서 말을 탄 2명의 마담이 등장했고 여유롭게 바다를 말에 탄 채 산책을 하더라. 신비롭고 경이로운 도깨비 나라 같다.. 물개의 해변 달리기와 다이브 영상이 있다. 필요하면 주겠다. 말해달라

그나마 잘나온 사진은 이 것 하나. 나머진 다 비디오다.
공항으로 가다가 만난 피쉬앤 칩스가 유명한 곳.. 로컬 맛집이며 여기의 스프링롤은 진짜 인생에서 최고다.

‘캠퍼밴 안녕, 나의 파트너 아디오스 그럼 이제 반납’

나의 발이자 주방이자 침실이자 나의 모든 것이었던 파트너 캠퍼밴과 15일 만에 이별했다. 하루를 더 연장할까 했지만, 하루 정도는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것을 느낀 나는 연장 없이 예상했던 시간보다 조금은 이르게 14시 정도 반납하고 캠퍼밴과 이별했다. 조수석(왼쪽) 방향 프런트 휠의 캡을 부셔뜨렸지만, 풀 보험을 들어놨던 나는 크게 문제없다는 인스펙션과 함께 이별을 했다.

처음 예약할 때에는 가장 저렴하다는 것 때문에 색상이 별로인 널 미워했었지만, 이별할 때에는 결코 보내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금전적인 여유가 있었으면 만나지 않았을 너이지만, 너로 인해 내 뉴질랜드의 여행은 더욱 풍요로워졌었고, 행복한 순간들만 가득했었는데 부정적인 순간들은 여행하며 모두 버렸기에 너와 함께한 매 순간이 행복했었다고 기억하겠다.

비록 캠핑카의 색상이, 디자인이 이상하다고 놀리지 말았으면 한다. 뉴질랜드 어디에서 마주치는 쥬시들은 서로에게 안녕을 전했고, 안전 여행을 서로에게 빌어주었을 것이다. 잠깐의 손 인사와 함께 말이다.

나는 마우이 브릿츠를 하기에는 혼자였고 그렇게 큰 밴도 필요 없었을 뿐이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

(좌) 이별하기 전, 나의 파트너 / (우) 이 조그마한 오디오가 나의 뉴질랜드의 일상을 더욱 풍부하게 열 다섯배는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블루투스 가능, 개신기)
(좌) 많은 이들의 발이되어 주었던 32만 키로를 달린 파트너, 나도 조금 거들었다 / (우) 대략 2,400km를 혼자 운전하였다. 초보탈출!

드디어 나의 캠퍼밴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가 된다. 이제는 크라이스트 처치 시티로 다시 돌아가고자 한다.. 치치는 치치다. just 치치다. 치치..

힘들지 않았던 순간은 없었지만, 행복하지 않았던 순간은 없었다. 이제는 다시 뚜벅이의 여행자로 돌아가보고자 한다.

함께했던 쥬시 파트너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하며 뉴질랜드 캠퍼밴 아디다디도디스


내일은 기념품을 좀 사고, 맛있는 것도 좀 먹고 둘러보고 공항으로 향하려 한다.


추신 : 초콜릿을 너무 많이 샀다 대략 2킬로 가까이.. 다 누굴 줘야 하냐


이상

한 변호사 우영우

스위스 기러기 별똥별 우영우 앞으로 해도 거꾸로 해도 우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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