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남섬 여행기 종장(크라이스트처치, 샤카브로스버거, 치치 갤러리)
‘크라이스트 처치는 더럽게 할 게 없는 동네‘
타이틀에 표현했듯이 치치(크라이스트 처치를 부르는 표현 CH CH)는 할게 더럽게 없다. 전일 캠퍼밴을 반납하고 시티로 돌아와 1/2 일차에 못 다했을 수 있는 시티 구경과 기념품을 조금 구매해 볼까 하여 체크 아웃을 30분이나 일찍 하여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갔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정~말할 게 없더라. 시티 중심도 1시간이면 다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볼 게 없었으며 꾸역꾸역 골목까지 다 돌아다닌 결과 대략 어제는 2시간 정도를 돌았었는데, 오늘은 1시간도 안 걸린 것 같았다. 그래도 오늘은 나를 위해 자석 하나와 스티커 한 장을 구매했으니 성공한 게 아닐까.. 한다.
어제 돌아다니며 봐놓았던 쌀국숫집을 들어갔는데 진짜 내 인생에서 최고의 쌀국수도 크라이스트 처치에 위치해 있는 걸로 결정이 났다. 미스 사이공(한국의 체인점과는 다르다)이라는 이름의 음식점이기에 솔직히 기대하지 않고 들어갔는데 쌀국수의 국물이 진짜,, 정말,, 깊었고 내 입맛에 착이었다. 이제껏 따뜻한 숲을 못 먹어서 그랬었나? 싶으나 진짜
그냥 맛있는 것이었다. 왜 이렇게 늦게 나오지라고 투덜거리고 있었는데 이 정도라면 시간이 조금 더 걸려도 괜찮을 것 같다. 왜 라지를 시키지 않았을까 (라지는 없었고 원 사이즈였다. 면 추가가 가능한지 물어볼까 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스프링롤을 추가했다.)
쌀국수는 정말 정말 맛있었고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흡입해 버렸는데, 아무래도 크라이스트 처치는 스프링롤 맛집인 것 같다. 아니 치치를 대표하는 음식은 뭐가 있어?라고 물어보면 나는 단연코 버거와 스프링 롤이라고 말할 것이다.
전날 공항으로 돌아오는 길에 테이크 아웃했었던 피시 앤 칩스에서 홈메이드 스프링롤을 시켰었었는데(무려 홈메이드 스프링롤이다. 중국인 사장님이 직접 운영하는 곳이라 믿음으로 주문했다) 일단 우리가 아는 사이즈가 아닌 대왕 사이즈가 나왔었는데 배고픈 맘에 허겁지겁 먹다가 입천장을 다 불태워버렸는데 진짜 맛있었다. 솔직히 피시 앤 칩스는 그냥 그저 그랬었기에 상호명을 스프링롤 핫플레이스로로 바꾸어도 사람들이 찾아올 정도라고 감히 얘기하고 싶다.
또한 치치 시티 내에서 먹었었던 쌀국수는 이름은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못한 미스 사이공이었으나 그 국물은… 수십 년 산 인생 중 정말 최고의 국물이다. 그 따뜻함과 그 깊디깊은 육수의 맛은 가히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맛있었는데, MSG의 맛인지 아닌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곁들여 먹었던 사이드 메뉴 스프링롤도 꽤나 준수했고, 매장에서 직접 만든 것처럼 보이는 비주얼이었다. 치치를 방문한다면 반드시 미스 사이공을 들려 저 깊은 국물의 쌀국수를 느껴보길 바란다.
이로써 인생 버거, 인생 쌀국수, 인생 스프링 롤은 모두 치치에서 먹었고 앞으로도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진짜 최고 버거의 나라.. 패스트푸드라고 하기에는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맛은 미쉐린 스타급 식당에서 먹는 맛보다 더 훌륭했다.
‘나를 위한 기념품‘
전일부터 시티의 여러 곳을 둘러보다가 노스페이스 매장을 발견했고 몸도 녹일 겸 이런 곳은 무얼 팔지 하고 들어가자마자 마음에 드는 모자를 발견했다.. 물론 환전한 돈도 여유가 있었지만, 무려 뉴질랜드까지 와서 노스페이스를 사야 되나?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으며 가격도 막 반드시 사야 돼! 하는 그런 가격이 아니었다. 썩 저렴하지도 그렇다고 비싸지도 않은 애매한 55$였다. 한국돈으로 치면 4만 5천 원 즈음했던 것 같았다.
갖고 싶은 마음 49 :
뉴질랜드에서 다른 것도 아니고 노스페이스를 사겠다고? 23 :
머리를 기르고 있어 나에게 어울리지도 않는다 멍청이야 27 :
한국에도 팔 수도 있는데 여기서 노스페이스 모자를 왜 사냐 25 도합 하여 49 : 75다.
100 안에서 정리하기로 하겠단 말은 한적 없었기에 대략 2:3 정도로 안 사겠다가 많았기에 어제와 오늘 오전에는 구매하지 않았다.
결론을 말하자면 구매를 했다.
병신같이 공항으로 떠나기 전, 지나가는 길에 있었는데 고비를 참지 못하고 사버렸는데 그로 인해 20박가량의 뉴질랜드 여행에서 나에게 남은 것은 노스페이스 모자와 자석 1개 스티커 2장(쿠키타임 / 뉴질랜드 키위)이다. 누가 뭐래도 최대의 기념품은 노스페이스 모자이다. (사실 뉴질랜드 오기 전,, 머리를 못 감을 것을 대비해서 모자를 하나 샀다. 무려 아크테 xx 아웃도어 브랜드의 모자다.. 그렇다 비슷하고 심지어 색상도 약간 비슷하다.)
난 병신이 맞으며 사진은 없다. 왜냐면 호구냐고 물어볼까 봐 찍지 않았다. 물론 키위들은 머리가 작아서 쑥 들어가 이쁘겠지만, 나는 반곱슬에 숱도 많아 엄청 부하고
레고의 머리에 얹어놓은 캡모자 같다. 잘 안 쓸듯하다..
‘ 미술은 어디에서나 어떤 형태로‘
정처 없이 치치를 돌아다니다가 건물의 벽면에 있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everythings going to be alright’ 미술관의 벽면이었는데, 홀린 듯이 사진을 찍고 홀린 듯이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가방을 의무적으로 맡겨야 하며 팔찌를 받은 뒤, 관람을 시작했다. 전부 다 영어로 되어있는 것은 물론 전시의 주제도 영어였고 나는 번역을 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를 즐기기로 했다. 알고 있는 단어들을 조합하고, 작품들이 전하는 느낌들로 전시관 별 이해를 하고 감상하였는데, 단순히 페인팅뿐만 아니라 조각상이나 설치 미술 등 다채로운 형태로 주제들을 전하고 있었다.
나는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하나 찾았다. 진짜 홀린 듯이 그 앞에서 계속적으로 머물렀으며 이 그림을 뉴질랜드에서 만날 수 있어 영광이었다.(유명한 작품인지는 전혀 모른다. 그냥 오롯이 나를 끌어당기고 감명 깊게 받은 작품이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일방적으로 나만이 가지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작품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최대한 공감하려, 파악하려 노력했으나 나의 언어능력, 짧은 식견, 그리고 미적 감각의 부재로 인해 모든 것들을 오롯이 다 이해할 수는 없었을지 몰라도 흥미로운 여행 중의 콘텐츠가 되었던 것 같다.
‘이야기의 종장’
이로서 나의 뉴질랜드 이야기는 마무리가 되는 것 같다. 다시는 못 먹게 될 버거를 한 번 더 먹었고 다시 못 볼 순간들을 담기 위해, 듣기 위해 이어폰도 없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치치 시티를 발발 거리고 돌아다녔으며 뒷골목에 있는 이름도 모르는 카페에 앉아 이 쓸데없는 나의 이야기들을 기록하며 바리스타가 내려준 정성스러운 롱블랙을 홀짝이기도 했다.
모두가 부러워할 수 있는 여행이 되고자 했다. 왜냐면 누군가는 쉽게 쉴 수 없는 1달간의 휴가이기도 하고 다들 일할 때 떠난 해외여행이지 않나.. 인스타를 도배하고 하였지만,
이내 여행을 떠난 나는 생각이 바뀌었다. 오직 내가 만족하고 후회 없는 선택이 될 수 있는 여행을 하기로.. 처음으로 오롯이 나를 위해 거금을 투자해서 떠난 ‘여행’이며(액수는 말하지 않겠다.. 속 아프다, 미래의 내가 있지 않나) 장시간을 혼자서 운전하고 걸으며 오직 나의 안위, 나의 먹거리, 나의 행복한 여행기를 열렬히 추구했기에 그, 짧다면 짧은 3주 조금 못 되는 시간들이 마음 한 귀퉁이에 힘들 때 꺼내볼 수 있는 작은 보석함(뉴질랜드 ver.)이 되어 훗날의 힘든 나를 위로해주지 않을까 한다.
누군가 나에게 행복했었냐고 물어본다면 까맣게 타버린 내 얼굴만큼 행복했었다고 얘기하겠다
‘나의 여행은‘
많은 생각들이 들었었던 여행이다. 많은 잡생각에 운전하기도 힘들었던 순간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왜 어르신들이 중국의 장가계를 가는 걸까? 밀포드 사운드 같은 데를 가니까 이해가 되었다. 여행에 관련된 것들 부모님과 함께 방문하면 좋아하실 텐데, 어휴 이런 건 힘들어서 질색하실 텐데,, 등 만약 혼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혹은 파트너와 함께 왔다면 좋았을 텐데 등 이런저런 생각들을 했던 계기가 되었다.
그중,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나 혼자만 이 경관들을 보아서 아쉽다. 미안하다. 누군가에겐 전하고 싶은데 또는, 같이 경험하고 싶은데이다. 인기 없는 인스타그램이지만, 많이 그리고 지속적으로 올렸었던 이유 중 하나다. 남들과 나누고 싶었다. 나의 소중한 순간들이 빛나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힘듦에도 잠시의 여유를 제공해 주는 그런 마음도 있었다.
나 혼자만 좋은 것을 보고 와서 미안하다. 진심이다. 꼭 뉴질랜드에 방문해 보시기를 바란다. 뉴질랜드에서 만났었던, 얘기를 나누었던, 진심인지 아닌지 모를 인사와 해브 어 나이스데이를 나누었던 모든 사람들 부디 안녕하시길 바란다.
이상
아디 다디 도디스
그럼 다음 여행까지 숨참고 ‘love dive’ ( - -) (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