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 여행기 (강원랜드, 하이원 리조트)
‘눈 코는 뜰새 있이 바쁜 시간의 한줄기 빛과 같은 여행 시점‘
안식월을 다녀온 지, 어언 한 달 하고도 보름이 지났다. 약 3주간의 자유롭고 눈치 볼 것 하나 없이(있다면 오직 내 통장과 끼어들기할 때의 눈치 싸움 정도) 머물며 방랑했던 뉴질랜드를 벗어나 현실 세계로 돌아오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제 주변은 어느덧 여름휴가를 가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동료 분들과 업체 문들이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정말 뜨거운 땡볕 아래를 지나 출근을 할 때면 이게 맞나 싶기도 하며 당장이라도 모든 걸 때려치우고 바다로 계곡으로 피서를 떠나고 싶지만, 나에게는 당장 며칠 남지 않은 프로젝트가 있으며 사용할 연차도 없다. (* 보상휴가는 꽤 남아있으나 해당 프로젝트가 끝나기 전까지는 쓸 수가 없다)
이 지옥 같은 햇 빛은 매년 겪어도 적응이 안 된다고 한탄하였는데, 실로 누군가는 올 해의 이 여름이 앞으로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것이라고 기후에 대한 예측까지 했다. 이게 악담이 아니면 무엇이 악담인가.
윌리엄 캐리어 선생님에게는 노벨상을 드리진 못하더라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10잔 정도는 사드렸을 것이다. 메가커피가 아닌 서타벅스나 폴바셋으로 말이다. 그 정도로 은인이다.
몇 개월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여행을 다녀왔다. 이 것을 쓰는 시점은 이미 훌쩍 시간을 넘어 주말에 업무를 보다가 어느 정도 마무리를 하고 짬 내서 쓰는 것이다. 이디야에서..
각설하고 여행은 꽤나 재밌었고, 모처럼 사람들과 여행을 다녀온 것이 꽤나 재밌었고 소위말하는 고향 친구들과 다녀온 것이라 그런 지 겁나게 웃고 겁나게 놀다 왔다.
멋진 여름이었다..
’단 하나의 이유, 그것은 강원랜드‘
거제, 여수, 부산, 2 서울 등에서 출발한 5명의 거제 촌놈들은 무려 강원도 정선에서 집합했는데, 수년 전부터 장난 삼아 농담 삼아 얘기했던 강원랜드에 가보고 싶다는 의견이 결실을 맺어 강원랜드를 방문하기로 했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2인은 차를 렌트해서 만나서 같이 타고 가기로 했으며 남부지역에 사는 셋은 어딘가에서 만나서 강원도로 출발한다고 했었다. 광복절이 있는 주말이었는데 아무래도 연휴다 보니 차가 정~~~~~~~~~~말 정말 많았다. 휴게소에 차는 가득하고 사람은 바글바글 거렸으며 멍멍이들도 바글바글 거렸지. 시대가 좋아져서 이제는 반려견들도 함께 휴가를 떠나는 것 같았다. 좋은 현상이다.
단순히 화장실을 다녀오고 커피 두 잔을 산 채, 다시 정선으로 출발하려는데 아까부터 도착 시간은 정말 자꾸 늘어나고 또 늘어난다. 끝도 없이 늘어나서 어느새 남부친구들에게 어디냐고 몇 번이나 연락을 받고서야 하이원리조트에 도착을 했다.
초행길이었던 나는 옆 자리에 앉은 친구에게 수십 번의 쫄림과 케겔운동을 선물했으며 (급커브 / 안전 사양을 믿고 험블 하게 운전한 결과) 그럼에도 다행히 무사히 강원랜드에 도달할 수 있었는데, 뉴질랜드 여행보다 더욱 심각하게 그 무엇도 찾아보지 않은 채 도착한 나는 몇 차례 경험이 있는 친구의 말과 안내요원의 의견에 따라 차를 높은 언덕 위에 주차했다. 여름이고 휴가기간이다 보니 사람도 차도 굉장히 많았으며 카지노 이외에도 워터파크, 리조트 등 다양한 시설들을 보유한 하이원 리조트에는 사람들로 미어터졌다.
‘게임이 아닌 도박‘
내가 느낀 강원랜드의 느낀 점이다. 그곳은 게임을 하는 곳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도박을 하는 곳이었으며 해외에서 체류하며 방문해 본 어떤 카지노와는 차원이 다른 공간이었다.
호주에 머물며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보기 위해 친구들과 방문했었던 브리즈번 카지노와는 사이즈부터 구성까지 천지차이였다.
내가 생각하는 카지노 & 게임은 정해진 한팩의 카드로 게임을 하며 머리싸움을 하고 수를 쓰는 그런 게임들을 이상적으로 생각해 왔었는데 여기는 그런 경우는 아닌 것 같았다.
대략 6팩 정도의 카드 뭉치를 한 번에 섞어서 게임을 하고 카운팅을 하기에도 꽤나 복잡해 보이긴 했다. 하려면 할 수는 있을까.? 싶다. 일단 나는 못한다
강원랜드의 첫인상은 무서웠다.
친구들에게도 몇 번인지도 모를 만큼 ‘무서운 곳이다. 무섭다’라고 얘기하였는데 그들은 다른 의견을 가졌을 수 있었으나 나는 그 첫인상을 잊을 수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은 슬롯머신이라 불리는 오락기 앞에 앉아 무표정으로 무념무상인 채, 버튼을 누르고 있었고 트럼프 게임을 하는 (블랙잭, 바카라 등) 곳에서는 테이블을 많은 사람들이 둘러싼 채, 본 배팅과 대리 배팅을 하고 있었다.(실제 대리배팅, 사이드 배팅에 대해서는 규정 위반이라고 한다만, 그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고 방임해 주었고 배팅을 해주기도 했다)
주식이나 암호화폐를 하며 적지 않은 금액(약 몇 년치의 연봉을 날린 정도)을 날려먹은 경험이 있는 나이지만, 여기에서는 뭔가 소위 배팅을 하기도 게임에 참여하기도 무서웠다.
환전 금액도 정말 사소했으며 (2만 원), 실제 게임도 딱 1판만 하였다. 친구들이 바카라를 하는 것에 나의 칩도 하나 얹은 정도였는데 결론적으로는 승리했고 전체 금액으로 1천 원을 벌었다. lucky :) (환전 2만 원과 입장권 9천 원)
대략 두 어시간을 머문 것 같았다. 나는 사실 돈을 배팅하는 것에 있어 흥미가 없다. 주식을 맞추거나 암호화폐의 흐름에 올라타 큰돈을 벌 때에는 이상하게도 희열감이 엄청나고 진짜 뒤도 없이, 생각도 없이 배팅을 하는데 이상하게 칩 앞에서는 매우 냉정했고. 게임에 참여하는 것에도 크게 흥미를 못 느꼈다. 친구들이 바카라를 하고 여기저기 게임을 둘러보며 할 때, 나는 카지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구경했으며 한 블랙잭 테이블에서 약 1시간을 넘게 구경을 했다.
딜러의 매끄러운 운영과 테이블 사람들의 꽤나 유쾌함이 어우러져 그 무서운 공간에서도 꽤나 웃음이 가득한 테이블이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비교적 모든 테이블 중에서 라이트 하게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았다. 뒤에서 기린처럼 목을 빼오려 구경하며 룰을 이해하고 모르는 것은 앞의 플레이어에게 문의하니 귀찮아했지만 친절히 안내해 주며 후라보노 껌도 하나 건네주려 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괜찮다고 거절했는데 받아도 됐을 걸 그랬다.(테이블 모든 인원에게 선물하더라)
카지노의 윗 층(5층이었나,,)으로 구경을 갔는데 거기는 아래층과 분위기가 너무나 달랐는데, 1층이 관광객도 있고 게이머도 있고 그런 느낌이었다면 2층은 헤비 겜블러들이 모여있는 느낌이었다. 10만 원짜리 칩을. 몇 줄을 세워놓고 게임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한 곳에서 배팅 제한이 있기에 여기저기 오가며 이 테이블 저 테이블에 배팅하는 사람도 있었으며 내 기준으로 훑어보았을 때 폐인 같은 사람도,, 씻지 않는 사람도, 외관적으로 매우 이상하게 생긴(기인 같은) 사람들도 많았다. 이 것이 내가 생각하는 중독자의 모습이라고 칭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아래층보다 현저히 많았었다. 또한 젊은 층의 남자 겜블러와 젊은 여자 겜블러들도 많았다. 그리고 전문적으로 게임하는 사람들 중, 대 부분은 슬리퍼를 신었는데 이후에는 복장을 관찰하고 다니기도 했다.(대부분 슬링백을 메고 있었으며, 발이 편한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우포스 쪼리 등 그런 신발이 아닌.. 무언가 진짜 발이 편한 슬리퍼. 안다. 편견이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주사위 수를 가지고 게임하는 테이블이었는데 대 중 소를 맞추거나 넘버를 맞추거나 등등 대략 그런 중국 스러운 게임이었는데 어떤 아저씨는 마감 직전 오더니 30만 원(해당 테이블의 맥스)을 ‘소’에 걸더니 옆의 어느 아주머니에게도 칩 30만 원 치를 주며 소에 대신 배팅을 해달라고 했다. 아주머니는 아무렇지 않게 대신 배팅해 주었으며 결과는 아저씨가 맞추었고 아저씨는 본 전만큼이나 벌어갔다.(60만 원을 배팅하고 60만 원을 벌었다)
그러더니 아주머니는 당연하게 뭐 없냐고 물어보고(소위 말하는 뽀찌) 아저씨는 정말 쿨하게 5만 원어치의 칩을 주고 쿨하게 떠났다.
그렇게 이곳저곳 테이블을 둘러보며 구경을 하다가 본대에 합류했을 때에는 다른 친구들은 테이블 예약을 기다리며 게임을 하고 있었고, 한 놈은 벌써 오링이 되어 구경하고 있었다. 누구는 땄고 누구는 잃었고 어차피 자신이 생각했던 예산안에서만 안전하게 게임하는 것이니 도박을 즐기는 것이 아닌 경험과 재미를 즐기러 온 것이다.
어느덧 두 어시간이 흐른 뒤, 서울에서 같이 온 친구와 밖으로 나가 앉아서 수다나 떨며 주변을 구경했다. (오링인 친구다)
저녁은 뭘 먹을지, 뭐 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산책했다. 근래에 비 오고 어둡고 등등하여 맑은 날씨를 보지 못했었는데 근 2주 만에 산뜻하고도 매우 시원한 날씨를 경험하여 기분이 매우 좋았었다. 그렇게 다른 친구들의 게임하는 것을 기다리며 많은 시간들을 흘려보냈다. 합류해서 저녁을 먹기 전, 체크인을 위해 숙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정선의 첫날은 끝나지 않았지만, 강원랜드는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