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부터 걷기 시작한 제주도 올레길 구간 중 마지막으로 걷게 되는 코스가 18-1, 18-2코스 추자도이다. 두 코스 총 21.1킬로이다. 내가 처음 제주올레길 시작할 때는 한 개 코스였으나 2022년 말쯤부터 한 코스를 더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2022년부터 제주도 올레길을 걷기 시작했는데 2022년 10여 일간 10여 코스 200키로쯤, 2023년 10여 일간 10여 코스 200키로쯤을 걸었고 이번에 나머지 구간 추자도 2개 코스를 걸어 21개 구간 437킬로 모두 완보했다.
또 하나 내 인생의 버킷을 완성했다.
지인들과 2024.3.10 서울에서 출발했다. 승용차 한 대로 4명의 여행자들은 농담과 세상 사는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며 해남 우수영 도착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도로가 우리에게 넉넉함을 선물하여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여유 있게 점심을 먹었다. 식사를 하고 있는데 인근에 사시는 옛 노조동지였던 두 분이 찾아오셔서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노조활동을 하다가 해직되었으나 퇴직 나이가 되어 복직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는 분도 있었다. 나는 뵌 적은 없으나 그 당시 같은 곳에서 같이 있었던 건 만으로도 충분히 친밀감을 느꼈다. 지금은 농사일을 하고 계시다고 하는데 얼굴이 밝으셔서 좋았다. 해남 우수영에서 동지들의 배웅을 받고 출항하여 1시간 30분 후 추자항에 도착했다.
추자도를 들어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항공기를 이용해서 제주도 본토에서 여객선을 타고 추자도를 들어가거나 진도, 완도, 해남에서 추자도를 들어가는 방법들이 있다. 그중 육지에서는 진도에서 가는 방법이 제일 빠르다. 우리는 진도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을 타고 가는 방법을 선택했으나 선박수리 기간이라고 하여 이용하지는 못했다. 우리가 일요일 날 들어와서 그런지 들어가는 사람보다 주말을 이용해서 이곳에 온 사람들로 추자항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추자도를 방문하는 방문객은 대부분이 낚시를 하고자 하는 분이고 일부 우리처럼 걷기 위해서 온다고 한다. 추자도는 상추자도와 하추자도가 있다.
추자도 바다색은 옥색이었다. 출렁이는 바다와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빛이 만들어 낸 윤슬은 참 예뻤다. 우리 숙소는 하추자도에 있기 때문에 버스를 타는 방법도 있지만 걸어서 가기로 했다. 버스는 한 시간마다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를 오고 가고 한다. 버스로는 20분 정도 걸리는데, 걸어서 1시간 20분쯤 걸린다. 우리는 목적이 걷기 위해 이곳에 왔기 때문에 걸어서 가기로 했다. 사계절민박집에 도착하니 5시 반쯤 되었다. 민박집 주인장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다른 곳과 다르게 이곳은 민박집에서 식사까지 제공하는 곳이다. 남자분은 어부, 여자분은 해녀였다. 매일 잡아오는 생선회에 생선구이, 그리고 들에서 채취한 달래, 냉이, 봄 냄새가 철철 넘쳐나는 음식들이었다. 소주를 곁들인 저녁은 우리의 입뿐만 아니라 감성까지 자극시켰다. 밤바다가 출렁이며 바다의 온갖 생명들과 나누는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고 방파제 위의 아름다운 여인은 우리의 추자도 여행길에 최고의 기쁨을 선물해 주었고 깜깜한 밤하늘의 북두칠성과 아름다운 별들이 우리를 반겨 주었고 저 멀리에서 우리의 장난스러운 모습을 지켜보던 등대도 빨간 불빛으로 함께 해 주었다.
추자도는 아름다웠다. 대왕산, 봉골레산, 돈대산, 앞산, 뒷산까지 그리고 상추자에 있는 추자항도 하추자도에 있는 신양항도 그리고 누구를 그리워하는지 모르지만 먼 곳을 향하고 황경한묘의 주변도 그리고 최고로 멋진 곳은 상추자도에 있는 나바론하늘길이었다. 뚜벅이들은 하루길이지만 걷기 초보자들은 하루에 걷기는 조금은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급변하는 추자도의 환경 또한 우리의 걸음을 쉬게 하였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오는 길은 우리가 물리적으로 뚫고 나갈 수 있는 길은 아니었다. 다 걷지 못한 채 돌아오는 우리는 조금은 아쉬웠었다. 숙소로 돌아와 주인장께서 잡아온 맛있는 회와 소주로 기분을 업하고 있는데 내일은 여객선이 운행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비와 바람으로 파고가 너무 높아 운행할 수 없다고 한다. 추자도의 날씨가 조석으로 다르다고는 하지만 참으로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가지 못한 나바론하늘길(올레길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음)을 갈 수 있다는 설렘도 동반했다. 다음 날 우리는 나바론하늘길을 걸었다. 출렁이는 바다를 보면서 걷는 길에 있는 기암절벽의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볼 수 없는 멋진 모습이었다. 하늘 길이라는 이름처럼 높은 위치에 있어서 그런지 바람이 몹시 세차게 불었다. 이틀 동안 다 돌지 못한 곳을 꼼꼼하게 보는 즐거움이 있어 나름 좋았다. 하루를 더 묵는 바람에 원하는 곳을 다 돌게 되어 가뿐한 마음까지 들었다. 다음 날 추자항 공사로 하추자도에 있는 항구에서 여객선이 출발하게 되어 하루를 비와 바람 때문에 추가로 묵었지만 해남 우수영까지 편안하게 갈 수 있는 행운도 있었다. 본의 아니게 3박 4일의 일정이 되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