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라는 단어를 사전에 찾아보니 생활에서 충분히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한 상태를 일컫는다고 한다. 사전에 나와 있는 것처럼 우리는 완벽한 상태이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하는 걸까. 아니면 그러한 상태를 꿈꾸면서 행복하다고 하는 걸까? 데일 카네기는 ‘당신이 행복하게 하거나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당신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이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지인과 함께하는 저녁
나는 행복의 조건을 나름대로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첫째 좋은 친구가 있어야 한다. 퇴직 전 현직에 있을 때는 동료들과 관계형성으로 친구의 필요성이 많이 와닿지는 않았지만 정년을 하고는 좋은 친구,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친구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과의 단절이 있으면 안 될 것 같다. 좋은 친구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서로 만나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일반적인 친구도 필요하다. 관계에 대한 연구결과가 있다. 하버드 대학에서 당시 1938년생인 19살 736명 대상으로 ‘무엇이 있으면 행복할까’를 물었다고 한다. 19살이었던 그 청년들은 ‘돈과 명예’라고 답을 하였고 같은 사람을 대상으로 75년 후 그들에게 묻자 그들은 ‘좋은 관계’라고 답하였다고 한다.
내가 공직에서 동장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현직에 있을 때 1인 가구 어르신을 자주 방문했다. 그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80이 넘은 어느 어르신이 하시는 말씀이 누구와도 말을 건넨 적이 없이 하루를 보냈다고 했다. 그리고 또 한 분의 어르신은 라디오와 TV를 동시에 켜 놓아 하나는 끄는 것이 어떠냐고 말씀드렸더니 라디오는 24시간 켜놓으신다고 한다. 이유를 묻자 사람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너무나 외롭다고 말씀하신다. 어르신들에게 여러 가지 욕구의 중 통계에 의하면 말벗 욕구가 80% 이상이라고 한다. 그만큼 관계, 즉 친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소유보다는 자존감을 갖는 행위를 하자. 얼마 전에 집을 옮겼다. 리모델링을 하고 아파트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집이 깨끗해서 참 좋았다. 그런데 그 기분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 집을 소유하고 새 옷을 사고 새 구두를 사면 누구나 한없이 기분이 좋다. 새 옷, 새 구두는 며칠, 아무리 좋은 집이라도 몇 달 정도면 기분이 끝난다. 그러나 행복한 여행을 했다면 그 여운은 평생 남는다. 최근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다. 다녀오겠다고 지인들에게 알렸을 때도 부러워했지만 다녀오고 난 뒤에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지인들이 많다. 나는 종종 그런 자리에 초대되고 있다. 지금도 진행형이다. 여행이라 그런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도보여행뿐만 아니라 어느 여행이라도 좋다. 여행 중 지나치는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들꽃, 들풀과의 풋풋한 이야기 등 해야 할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자존감을 갖는 방법은 계속 나 자신을 만족시킬 수 있는 행위를 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뿌듯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은 자존감이다. 그래서 바쁜 와중에서도 시간을 쪼개서라도 여행을 권한다.
여름이 가는 아쉬움 그리고 가을맞이 저녁 도보여행(한강)
셋째는 나만의 공간을 갖자. 물리적 공간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취미, 봉사 등 나만이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취미와 동아리모임은 분명 누구에게나 활력소가 된다.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함께 나누는 일은 분명 어느 것보다 행복하다. 나는 취미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 동아리도 많다. 요즘 웰다잉 관련 모임을 자주 갖는다. 잘 죽는다는 것은 나이가 나에게 준 특별한 의미일 수도 있겠지만 꼭 필요한 일련의 과정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웰다잉을 접하기 전에는 죽는 문제보다는 웰빙, 잘 사는 문제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였다. 어찌 보면 죽음은 삶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말처럼 이어가는 과정이다. 내가 좋아하는 라틴어가 있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멘트 모리와 현재에 충실하라는 카르페디엠이다. 행복은 이처럼 죽음과 삶을 생각하면서 살 때 충족되는 것 아닌가 싶다.
파크골프 홀인원의 추억
누구나 행복 조건들이 있다. 나열한 행복 조건 외에 경제적으로 풍족해야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 복권 같은 행운을 꿈꾸며 사는 사람, 권력과 명예가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일이 있어야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다 맞다. 그런 것들도 분명 행복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내가 새로운 아파트에 이사를 하면서 베란다를 일부 없애고 거실을 확장하는 등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 짧은 기간 형님 집에 기거를 하는데 참 불편하다. 결혼 전 같이 살 때를 생각해서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형님과 여동생 부부와 약간의 갈등이 있었다. 중간에서 갈등 중재를 하는데 서로의 이해관계가 있어 상처만 받았다. 마음이 불편하니 행복은 참 먼 곳에서 손짓만 할 뿐이고 나도, 행복도 서로 가까이할 수 없었다. 행복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