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의 세상이 조용해지자, 비로소 내가 들렸다

비워낸 틈을 가족과 나로 채우는 법

by 틈작가

스마트폰이라는 창문을 닫으니, 비로소 내 집 안의 풍경이 선명하게 보였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엄마의 얼굴이었다. 전에는 밥을 먹으면서도, TV를 보면서도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힐끔거렸다. 엄마의 말소리는 배경음악처럼 흘려듣기 일쑤였다. 하지만 알림을 끄고 휴대폰을 내려놓자, 엄마의 눈가에 진 주름과 나를 향한 따스한 눈빛이 오롯이 느껴졌다. 우리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배꼽을 잡고 웃었고, 그 시간의 밀도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촘촘했다.


가족들과의 관계도 더 단단해졌다. 오빠와 올케 언니, 그리고 사랑스러운 조카 두 명. 단톡방에서 이모티콘으로 대충 때우던 안부 대신, 눈을 맞추고 서로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꼬모(고모), 이거 봐라!" 조카의 재잘거림에 온전히 귀를 기울여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 그것은 내가 수백 명의 연락처를 지우고 얻어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족이라는 틈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나에게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쓰는 시간이다.

남들의 화려한 SNS 피드를 구경하며 박탈감을 느끼던 그 시간에, 나는 노트북을 열었다. 그리고 '틈작가'라는 이름으로 나만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니라, 내 내면을 들여다보고 기록하는 삶. 글 한 줄을 적을 때마다 텅 비어있던 마음의 곳곳이 단단하게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관계를 정리한다는 건 사람을 미워하는 게 아니었다. 정말 사랑해야 할 사람들을 더 깊이 사랑하기 위한, 그리고 나 자신을 아껴주기 위한 필사적인 선택이었다.


오늘도 소란스러운 세상의 알림 대신, 내 곁의 사람과 나에게 먼저 귀 기울일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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