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젠틀P Apr 11. 2023

패션을 전공한 아빠

전업주부였던 남자의 이야기






나는 지금부터 내 이야기를 이곳에 쓰기로 했다.

두 아이의 아빠로 한 가정의 가장이자 주 양육자가 되어 3년이란 시간을 보냈고,

그 시간이 흐른 뒤 사회로 다시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모든것은 불투명하다.

 

나는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았고 꽤 많은 케이스를 사람과 시스템에 치어

수 많은 실패를 경험했었기에 자조적인 경향도 어느 정도는 가진 참 부족한 사람이다.

 

아니, 시작부터가 그랬던 건 아니었다.

세계 3대 패션스쿨이라 불리는 파슨스 출신이며 남부럽지 않은 교육과 생활을 영위 했었고

그렇게 삶이 이어지는가 싶었지만, 세상은 그렇게 쉽게 돌아가지는 않았다.


어찌 되었던 지금의 나는 매우 초라하고 별볼 일 없다.

3년이란 시간 동안 전적으로 육아를 도맡아 하면서 내 커리어를 포기했고,

아이들은 그간 사랑스럽게 자라왔지만 난 우울증이라는 병을 얻은 적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완치?가 된 것 같다고 스스로 생각하며 마음을 컨트롤 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부모에게 아이라는 존재는 정말 고결하고 말로 표현할 수도 없고

살면서 경험해 볼 수도 없는 수많은 감정들을 안겨 주기도 한다.

한 없이 나를 포기하고 희생하고, 내려놓아야 이 녀석들이 기고, 걷고,뛰고

그러다 기저귀도 떼고 그렇게 자라 나간다. 차.......암, 손이 많이 간다.   

그렇게 두 아이의 기저귀를 다 떼어준 아빠다.

'아니, 패션을 전공한 아빠다.'


이제 세상 밖으로 다시 나아가야 하는데 솔직하게 두려운 마음이 크다.

과연, 내가 다시 패션이라는 일을 다시 할 수 있을까?

한국에는, 정확하게 말하면 세상에는 패션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꽤 많다.

나보다 이 분야를 더 잘 알지 못하고 전문적이지도 않은 그런 사람들이 저렇게 성공을 했는데 나는?

도대체 내게 지금 부족한 게 무엇이지?라는 생각의 출발에서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나자신이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는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고 예상한다.


세상에 출간되어 있는 수 많은 성공에 관련한 이야기와 성공한'척' 내지는

이렇게 하면 경제적 자유를 얻는다고 하는 정말 갑툭튀 나와서 강의하고 책내고 하는 사람들은

주로 그들이 어느정도 위치에 올라간 후, 자신의 과거를 드라마틱하게 뒤돌아보며 써 내려간

마음이 불안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자서전 같은 이야기들이 대다수 이다.

이거해라 저거해라 이렇게 마인드를 가져라 등등, 나는 그 이야기들을 괄시하지는 않는다.

분명 맞는 부분도 어느정도는 있으니까.


그래서 이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나는 지금 인생에 있어서 가장 바닥에 맞 닿아 있다.

적어도 내 자신은 그렇게 느낀다. 그렇지만 반드시 일어나서

성공에 반열에 오를것이다. 왜냐? 난 살과 뼈를 깎으며 두아이의 기저귀를 다 떼어준 아빠인데

이 세상에 못할 게 뭐가 있나 싶다. 이제부터 시작이고 난 내 아이들에게

'절망에 빠졌을 때 아빠는 이런 적이 있었고 이런 식으로 잘 헤쳐 나아갈 수 있었어.'

라고 이야기해주는 아빠가 되고 싶다. 그리고 지금부터 하나씩 천천히 채워 나갈 것이다.   

앞이 막막하다. 그렇지만 난 반드시 그렇게 해낼 것이다.


이 이야기가 나 혼자만의 독백과 같이 이곳에 남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생각을 달리하고 있다.

지금 이 이야기가 한두명이 될지도 모르는 당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이 이야기를 써내려 간다.

내 이야기가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지금의 난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감화감동 시킬 만한 여지가 전혀 없다. 소이 성공한 사람들의 지침에 이래라저래라 이게 도움이 된다. 식의 이야기는 없을것 같다. 왜냐면 아직 성공하지 못한 처지에 도움이 될만한 것도 뭐가 될지 모르기때문에.

난 단지 나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하고 싶고 그곳에서 무언가를 찾아낸다면

내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의 저편에서 당신이나 내가 서로 뿌듯해하고 있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내 인생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며 주인공은 바로 나다!


"나는 패션을 전공한 아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