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걷질 못해
그래서 더 미안하다. 울퉁불퉁한 노란 네모 블록을 따라 걷다가 나는 주춤 멈춰 선다. 네가 어떻게 나의 움직임에 몸을 맡겼는지, 그 신뢰가 위대하다. 네가 준 이어버드 케이스가 사라져서 몹시 고통을 받고 있다. 소음에 귀신처럼 둘러싸인 내게 너가 건넨 선물은 구원 한 줄기였지. 너를 사랑하는 건 어렵지 않았을 텐데
까페의 직원이 나를 멀뚱히 쳐다봤다. 오래 관찰하듯. 유심히 봤다. 관찰인지 무슨 눈인지 모르겠다. 난 왠지 불편해 인상을 꾸겼다. 미간에 주름을 잡았어. 그는 이내 나를 그렇게 쳐다보기를 멈추었다
우유만 남은 비취색 커피잔을 창가 턱에 두고서. 아, 그가 커피 위에 새긴 문양은 공예가 깃들여 있었다. 겉옷과 안의 윗도리를 몇 겹 벗어버렸는데도 아직 여전히 덥다. 이 공간은 히터를 지겹게 트나보다. 사선을 올려보니 푸른색 빛이 오디오에서 깜빡거린다. 음악과 사운드가 좋다. 소리가 크더라도 개의치 않을 정도다. 결국 내 호오에 달려있나
여기 오래 앉으려면 지인이나 친구들이 합석하면 가능할 테다. 그런데 친구가 딱히 없나? 이 부근인 서울역은 탐험할 곳이 많은 지역같다. 재밌어. 다시 글쓰기에 근육을 붙여야 한다. 너무 쓰지 않았다. 오랜 호흡으로.
사랑하는 친구와 남산을 함께 뛰었는데, 운동마다, 저마다에 걸맞는 강도와 고통, 호흡이 있다. 남산을 두세바퀴는 뛸 정도로 단련시키면 뭐든지에 아주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진실만을 적으면 오래 쓸 수 있을 거야.
누구나 쓸 줄 안다.
그래서 잘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