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딸의 일생
엄마는 딸넷 중에 유난히 셋째 딸 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이셨다 .
어떤 이유인지 주눅 들어 있는 내 곁에서 ,언제나 당당하고 도도했다 .
세 살 터울 인 셋째는 ,무엇이든 새로운 것이나 ,좋아 보이는 것은 ,
낚아채듯 빼앗고 ,누리며 ,내가 다가갈 수 없게 찬바람이 불었다 .
그런 그녀를 엄마는 ,결혼시키려
생선을 팔러 다니는 ,인천댁 에게 매파를 넣으셨다 .
도시에서 건축업을 하는 ,집안의 장남과 맞선을 보고 ,
엄마는 신바람 난 듯 서둘러 ,시집을 보냈다 .
부잣집에 시집보내 ,호강하며 잘살기를 바라셨겠지 .
그러나…
결혼하고 두어 달만에 ,새신랑은 중동 건설현장으로 떠나고,
시부모와 함께 지내야 하는 ,생활이 버거웠는지 ,
몰래 담배를 피우다 ,시모에게 발각돼 뺨을 맞고 ,그 길로 뛰쳐나와 ,
몹쓸 길로 들어서 ,돈을 쫓아 몸치장하며 ,가꾸고 꾸미더니,
이놈 만나 아이하나 ,저놈 만나 아이 둘 ,
그렇게 셋이나 낳고도 ,어떤 놈도 서방으로 남지 않았다 .
한때는 큰 아파트에 ,화려할 정도로 부족함 없이 살더니 ,
집 팔아 전세로 ,전세 빼서 삯을 세 살더니,
어찌어찌 셋을 데리고 ,이민길에 올랐다 .
돈 내밀어 현지 놈 끼어살다 ,시민권 받아내고,
억울한 누명 씌워 그마저 쫓아내고 ,
둘째 딸 애 키우고 ,살림 살아주다 ,
사위 놈 구박에 ,방한칸 얻어 나와 ,
온몸에 가시 털어내듯 ,억지평안 겨우 얻었는데,
혈변 보며 몇 년 버텨 ,직장암 진단받고 수술 후 ,
구질한 인생 변주머니 하나차고 ,
찾는 이 오가는 소식 없이 ,
웅크리고 누웠더라..
모질게 마음 한번 안 주고 ,
야멸차게 냉정 했던 모습으로 남았는데 ,
이 국 만 리 낯선 땅에 ,초라한 모습에,
슬픈 건지 ,안타까운 건지 ,가슴이 시린 건지 ,
정리되지 않는 감정으로 ,가끔 생각난다 .
엄마의 셋째딸이……
이 매듭은 ,어디서부터 풀어져야 할것인가?
언니 라 불렀는데 ,마음나눈 기억이 없다 .
마음나눠 정있게 지냈다면 ,그녀도 나도 그렇게 최악으로 치닫진 않았을듯,
인간이 원래 이기적 이라지만 ,
한부모 밑에서 태어나는 운명은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격려가 되라는 섭리가 아닐까 ?
다가갈수도 ,다가오지도 않는 ,공간의 거리가
언제나 서늘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