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정지

빨간불이 켜졌다

by 최나우

멈춤 신호에 서있다

몸이 멈추고 머릿속에 깨알 같던 글들이 하얗게 사라졌다

힘이 빠지고 입맛을 잃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며칠이 흘렀다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며 딸아이의 반응을 살펴야 했다

어떤 내용 이 전개되는지 짐작했을법한 느낌인데 보려조차 하지 않는다


나 혼자 오랜 숙원이었다

응원을 바라던 내 글 작업에 응원은커녕 그냥 묻고 살라한다

드러내어 상처에 소금 치듯 아플까 지례염려되는 눈치에 내 속마음을 표현할 수 없었다

어색하고 심각함이 흐르는 그 순간을 모면하고 싶었다

이 불편함을 예견했기에 미리답을 정한 듯 궁한 변명을 했지만

나는 묵은 듯 살아있는 내속의 감정들을 아니 내 삶을 뒤덮어 아직도 살아 꿈틀대는 내 감정들을

내어놓고 씻어내고 싶어 글로 담고 싶었고 그 누군가에겐 힘이 되어주고도 싶었다

그러나 이 순간 갑자기 아무것도 아닌 게 돼 버린 듯 허무한 마음에 사로 잡혀 우울감으로 이어진다

그때로 돌아간듯한 마음이다 내 마음을 아무도 보아주지 않던 사막 같던 때로……………

무리였을 수 있다. 내 딸은 전적으로 내편이라 여겼지만 내 시절의 어려움은 감당하지 못할 어려운 숙제임을

가늘게 떨리듯 부탁하는 말과 표정에서 난 단박에 알아차려야만 했다

내 아이는 나와 다르다 극히 이성적인 성향이며 나처럼 복잡하지 않다

긍정적이고 단순하게 살려 애쓰는 모습 매 순간 기쁘게 지내려는 자세가 어쩜 힘들었던 시간들을 묻어두려는 애씀으로 보여 더 아플 때도 있다

그리고 작게 한마디 한다 ‘아직 내 상처도 치유 못했는데………라고 “

그 순간에 난 더 말을 이어 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다시는 꺼내지 못할 글쓰기에 힘을 잃었고 딸아이와 의 관계를 거스르면서 까지 감행할 용기도 나지 않았다

목적지를 향해 어렵게 간신히 걸음을 옮겼는데 빨간불이 켜지고 언제 바뀔지 모를 신호등에 서 있었다.

이 멈춤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나는 삶이 억울했다

억울하고 또 억울하고 분하고 또 분하다

그래서 이제라도 나를 찾고 싶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내가 나를 발견하고 찾아가는 길은 깊은 상처를 치유하고 내가 나를 진정으로 만나야 했기에 이 과정이 필요했다

라고 더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내 가슴은 쿵 소리가 나고 초점이 흔들렸다

내 딸의 존재는 내게 전부라는 사실 앞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아이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 아니 아프게 하면 안 된다는 모성의 진심이 작용된 거다.

구질한 과거를 감정 안에 끌어안고 있는 엄마가 지겨울 수 있다

그래 그럴 수 있다

그렇지만 …………

일주일째 우울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회의 무리가 모인 곳에서도 마음은 외딴섬이 된다

매사가 부질없음으로 여겨진다

영혼 없는 몸짓으로 식사를 준비하고 활력을 잃은 채 아침을 맞았는데

무겁다 몸이 아프진 않은데 아픈 것 같고 집안 모든 물건들이 거스른다

다 버려버리면 개운해질까?

비닐 속에 갇힌 듯 답답하다

인생이 참 길다 여겨진다

안개가 걷혀 길이 보이길 다시 기다려야 한다

이대로 있어야 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방향도 지형도 알 수 없다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무언가를 해야 하는 일상이 무게로 느껴진다

글을 써 내려갈 힘을 잃고 애꿎은 손바느질로 상념을 삭혀본다

내 마음과 생각이 멈춤 신호에서 기다리고 있다

다시 걷게 되기를………………………

나는 그래도 기다린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할머니의 장기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