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J의 영향을 받아 나의 MBTI는 INFJ에서 ENTJ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나의 성향은 '걱정 많은'에서 '초연함'으로 내가 진보되었다. 나는 지금 초연한 걸까? 내가 생각하는 초연함은 목표 달성을 위해 감정을 잠시 제쳐두고 목표에 병합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현재 내가 의식하는 목표는 없으므로 '초연함'이 아닌 '감정과 거리를 둔'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아래 메시지는, 짧다면 짧은 1년의 인연을, 술이 정말 약한 내가, 3개월 만의 만남에서 진탕 취하며 솔직한 내 마음을 전하며 우리의 연을 끊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후 난 다다음 날(지금으로부터 4일 전) 보낸 메시지이다.
J님 지난번 대화는 제가 좀 어리석었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옛날 인터뷰했을 때 아픈 과거 말하면서 눈물 찔끔 흘리신 적이 있었는데 그런 아픔 다시 격지 않게 곁에서 지켜주고 싶었어요 그런 무의식 속이었지만 표현도 잘 못하고 말을 받아들이는 것도 잘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럴 상황이 다시 온다고 하면 저에게 잠깐은 의지했으면 내 마음도 편하겠다는 측면에서 존경받을 수 있는 걸 목표로 한 거 고 연인관계로 발전하고자 그때 마음먹은 것 같아요. 저희의 지난 대화들을 돌이켜보면서 제가 연인이 될 수 없음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소중하게 여겨주면서 다른 이상형에도 부합하는 사람 만나시길 빌게요. 결정사는 그럴 확률을 높이는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연인으로 발전하고자 하는 제 마음을 드러낸 상태에서 서로연락하는 건 서로 어떻게 독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원하는 바 이루시길 빌게요! 안녕히
그녀는 메시지를 읽고 답이 없었다. 내가 바랬던 최상의 시나리오이다. 그녀는 ENTJ이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맘에 드는 외모를 가진 것이었으며 나는 불충분하였다. 그녀가 중요하게 여긴 가치는 있어 보이는 것이었다. 그녀는 능력을 개발하여 그녀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있어 보이게 당당한 성격과 재물을 치장하였다. 나는 가진 게 부족해 내실에만 집중하였다.
1년 전부터 몇 달간, 우리는 일에 관해 많은 대화와 시간을 나눴다. INFJ였던 나는 지속적인 실패에 다른 가치를 모두 버리더라도 성과를 내고 싶어 했고, 그녀는 이룬 성과가 객관적으로 많았다.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자주 그녀의 음식점에 가서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 또한, 선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우리는 사교 모임을 통한 술집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고,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외모도 빛나 보였지만 이 사람 뭐지?라는 당당함, 초연함, 앉은 자세에 대해 단번에 심상치 않음을 알아차렸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성과와 재물을 말할 때면 분명히 이를 노리는 사람들이 들끓을 만한 멘트에도 초연하게 말하며 자신감을 비춘다는 것이다. 마치 '너희들이 그래봤자 나는 이를 꿰뚫고 나아갈 자신감이 있어'라는 듯이. 그렇다, 그녀는 경의로웠다. 한편, 자만심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것이 3개월 만의 만난 자리에서 그녀에게 '짜증 난다고 했잖아요, 짜증 난다고 했으면 그만해야죠'라는 말을 들었던, 상처를 주게 되어 스스로도 당황했던, 문제가 있으면 감정에 초연해져야 한다는, 그녀의 속성을 문제로만 바라보는, 그녀의 속성 덕에 얻었던 이로움에 대한 배반이었다.
그녀의 덕을 받아 최근 이직으로 3개월 만에 연봉 3배를 올린 나는 현재 그녀와 함께하며 보답하겠다는 마음을 초연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나에게 실망했다. 3개월 만에 만났을 때, 그녀는 이미 또 다른 남자친구가 있었고, 결정사를 통해 만났다. 그녀는 잠깐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다고 있다는 말을 내게 해 왔지만, 애초에 나는 그녀의 기준을 충족하지 않기 때문에 소중하게 생각한다 한들 '규격 외' 일 것이다. 물론 세상에는 '규격 외' 사랑이 이뤄지긴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상대에게 많은 부분을 감내하게 할 것인지 알기 때문에, 그녀가 사업을 하며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은지 이해하고자 하기 때문에, 그녀의 이상이 얼마나 높은지 알기 때문에 나의 행복을 위해 그녀가 감내하기를 원치 않는다. 그녀는 나의 귀인이지만 그녀는 나의 귀인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헬스를 꾸준히 하는 것과 같이 내가 통제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상의 나를 만드는 것뿐이다. 상실감이 든다. 아프다. 우리의 이야기는 여기서 멈췄지만, 나는 계속 나아가야 한다. 그녀 J의 영향을 받아 나의 MBTI는 INFJ에서 ENTJ로 바뀐 나는 지금도 ENTJ이다. ENTJ의 목표지향적인 성향은 과거를 자꾸 돌아보지 않는다. 나는 지금 초연한 걸까? 내가 생각하는 초연함은 목표 달성을 위해 감정을 잠시 제쳐두고 목표에 병합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상실감이 든다. 아프다. ENTJ가 되기 위해 내재화했던 그녀에게 건넨 수많은 왜?라는 질문과 함께 그녀와 함께한 시간, 그녀의 아픈 이야기를 하며 흘렀던 눈물 또한 나의 심연 속에 떠돌고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그녀 덕분에, 헤어지고 나서도, 그녀와의 이야기로, 거듭 실패했던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