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대금을 배워보고 싶다고 처음으로 생각했던 계기는 영화 <서편제>(임권택, 1993)의 음악을 듣고 나서였습니다. 꽤 오래되었습니다. 영화의 서사에 딱 붙어 깊은 감동을 전달하는 구슬픈 '천년학'의 음률은 영화 못지않게 사운트트랙 음반으로서도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분명히 악기인데 익숙하게 들어왔던 가요와는 다른 음정이었고 정확하고 반듯한 음정이 아닌 마음을 파고드는 감정이 있는 가락이었습니다. 소리꾼의 소리를 조금 차분하게 듣는 것 같았달까요. 국악기의 소리를 처음으로 느껴보았던 순간이 마음 한 구석에 영화와 함께 남아있었습니다.
대금을 시작했으니 나도 한번 불어보자 싶어 악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서편제로도 검색을 해보고 천년학으로도 검색을 해보고 일단 보이는 대로 모두 저장을 했습니다. 불어보니 첫 음부터 아닌 것 같습니다. 기억 속의 그 음은 이것이 아닙니다. 다시 악보를 찬찬히 봅니다. 정악대금 黃(황) = Eb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아. 이건 산조대금과 음값이 다르구나. 이번엔 음계에 대한 설명을 찾아봅니다.
* 참고 : 블로그 정악대금과 산조대금의 음정 및 음계 이해
전부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다르다는 건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금으로 피아노 곡을 불려면 계산을 좀 해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산조대금으로 부는 천년학 악보를 찾았습니다. 불어봅니다. 첫음이 생각하던 음과 묘하게 다릅니다. 아마도 기억하고 있는 천년학의 그 음정은 정악대금으로 연주된 모양입니다. 산조대금과 정악대금이 음값이 다르긴 하지만 설명을 보니 산조대금으로 연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어렵네요.
한 달이 지나면 소리는 잘 나냐고요? 아닙니다. 소리가 잘 나지 않는 것에 익숙해질 뿐입니다. 소리를 찾는 시간이 조금씩 짧아지기는 하지만 여전히 입을 대면 바로 소리가 나는 일은 열 번에 한 번 정도입니다. 자세도 아직 익숙지 않아 몸이 여기저기 결리고 뻐근합니다. 어깨도 아프고 옆구리도, 허리도 아픕니다. 그런데 왜 계속하냐고 물으신다면, 그것이 매력이라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씩 늘어가는 대금 실력과 대금을 배우기에 알게되는 국악상식 덕분에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낸 기분이 듭니다. 그냥 소리가 좋고, 잘 못해도 연습하는 게 좋습니다. 연습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