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회

한 달~ 두 달

by 슬로

6. 아리랑 세 곡


숨을 충분히 길거나 짧게, 세거나 약하게 조절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숨이라는 게 얼마나 까다로운 것인지 새삼스레 알게 되는 시간입니다. 곡 하나를 온전히 깨끗한 음으로 불어 내는 건 아직 요원합니다. 아주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긴 합니다만 복식호흡이 어떻게 소리와 연결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든지 소리가 나면 다행입니다. 숲 속 모호한 오솔길을 따라 걷는 것처럼 한 발짝 걸을 때마다 맞나? 하고 스스로 물어보게 됩니다. 그래도 계속 한 발짝씩 내디뎌 보아야 길인지 아닌지 알겠지요. 소리가 나는 대로 불어 보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한 달 후에 연말 발표회가 있다는 공지를 듣게 되었습니다. 4주 차 수업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수강생은 모두 참여해야 한답니다. 그럴 거면 4분기에 신규수강생은 안 받는 게 맞지 않은가 항변해 보았지만 결정은 달라질 리 없습니다. 초급반 3명은 아리랑을 연주하기로 합니다. 한 곡만 하면 너무 빨리 끝나서 세 곡의 아리랑을 연습해야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 달 차 초짜에게는 너무 가혹한 일입니다. 발표라니요.


피할 수 없다면 연습만이 답입니다.

경기아리랑. 진도아리랑. 홀로 아리랑 세 곡을 연습합니다. 아직 운지가 서툴러 강사님이 음 옆에 숫자를 적어주십니다. 몇 번째 지공까지 막아야 하는지를 표시해 주는 것입니다. 소리가 잘 나면 홀로 아리랑은 그나마 들을만합니다. 나머지 아리랑은 틀리지 않고 제 음을 다 낼 수 있으면 다행입니다. 아리랑 제일 높은음인 역취 남(湳) 음은 정말 내기 어렵습니다. 국악의 박자를 타는 것도 잘 되지 않습니다.


처음, 대금을 들어 입에 대면서 연주의 성패는 이미 갈라집니다. 첫소리가 나면 그나마 연주가 될 것이고 첫소리가 안 나면 연주는 안 되는 겁니다. 어떤 날은 자세를 잡고 몇 분이 지나도 소리가 안나기도 하는데... 사인에 맞춰 연주를 시작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조마조마한 상태로 사람들 앞에 선다는 건 무례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피할 수는 없습니다. 시간은 다가오고 소리는 안 나고 방법은 모르겠고... 그렇게 연주회가 다가옵니다.


세 곡을 연달아 연주에 성공한 경험 없이 발표회를 치렀습니다. 세 초보자를 믿을 수 없는 강사님이 함께하여서 가능했습니다. 발표회 참가자 대부분이 다른 악기를 배우고 있던 수강생들과 그 지인들 이어서 덜 긴장했지만, 첫곡 하나 그나마 소리를 냈고 나머지 두 곡은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연습 때도 못한 걸 실전에서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한고비를 넘고 나니 정말 대금을 잘 불어보고 싶더라고요. 내년 발표회에선 올해보다 나은 실력으로 서야겠다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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