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의 고민 끄적끄적
(작년에 다녀온 하와이에서 근처 바다에서 우연히 마주친 바다 거북이를 한번 보고 가세요, 행운을 가져올 것만 같은 귀여운 바다 거북이)
본격적인 1년 차로서의 삶이 시작되었지만 아직 많이 바쁜 스케줄에 치이거나 업무에서 오는 극심한 스트레스는 없다. 고객 미팅이 종종 있을 땐 어김없이 멘토님께 도움을 요청한다. 아직도 고객의 예상치 못한 질문과 나의 미숙함은 앞으로 경험을 늘려나가야 할 부분이다.
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그 경계에 대해 고민을 한다. 나의 포지션은 CSP를 한글로 직역하자면 말 그대로 '고객 성공 파트너'이다. 어느 솔루션을 가지고 고객이 진정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여정 전체를 돕는다. 사후 계약, 갱신, 솔루션 사용, 시스템 오류, 전략적 목표 공유 등 넓은 범위를 골고루 알아야 한다.
고객에게 성공의 정의는 무엇인가. 고객이 타깃하고 있는 시장의 상황과 솔루션이 가져다줄 수 있는 고유한 가치는 무엇인가. 실제로 잘 사용하지 못한다면 어느 부분에서, 그리고 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일까. 많은 질문들에 대한 현명한 답을 가지고 고객과 소통하고 서로 협력하여 성공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주 목표이다. 이 길을 찾아가는 여정은 순탄치 않다. 당장 솔루션을 모른다면 고객의 상황을 공감하기 매우 어렵고, 비즈니스 프로세스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점차 넓어지다 보면 매크로 산업에 대한 이해력과 통찰력도 중요한 것 같다. 이처럼 내 일을 똑똑하게 잘하기 위해선 넓은 사고력과 적절한 지식의 조화가 필요하다.
어느 직장을 다니던지 끊임없이 공부하고 그 경계를 적절히 확장시키며 나만의 스킬로 바꿔나가는 것이 중요하겠구나 상상해 본다.
그래서 평일엔 업무와 관련된 것들에 집중하자는 마음가짐을 다잡았다. 영어 공부, 솔루션 공부, 업무 익히기 등 업무 역량을 강화시켜 줄 것들이다. 주말엔 나에게 쓰는 시간이다. 밀린 잠을 자고, 운동을 가고, 커피를 내려 마시고, 새롭게 가질만한 취미를 찾아보고, 회사가 아닌 곳에서 이루고 싶은 나의 목표는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것이다.
올해로 28살인 내가 남들처럼 결혼하고, 전셋집을 구하고, 차를 사고, 가정을 꾸리는 것처럼 보통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할지, 어떤 계획이 있어야 할지 고민을 항상 하는 것 같다.
'돈'을 많이 벌고, 많이 모아야 한다. 돈이 중요하다.
돈, 건강한 신체, 건강한 정신, 건강한 성품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면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돈은 어떻게 벌어야 할까 고민을 한다. 절세가 중요하다던데, ETF 투자가 중요하다던데, 미국 주식은 꼭 해야 한다던데, 부동산을 공부해야 한다던데, 청약을 넣어야 한다던데, 연금도 들어야 한다던데, 무한한 정보의 바다에 빠진다.
도대체 무얼 해야 하는 걸까. 링크드인과 유튜브에선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보고 듣는다.
어느 하나에 나의 열정을 붓고, 재미와 보람을 느끼는 모습이 부러우면서 멋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 혹은 앞으로 가지고 싶은 모습이 아닐까 상상해 본다. 돈을 지금보다 더 많이 벌려면 나의 능력을 키워서 회사에서 인정받고, 빠른 승진과 이직을 적절히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능력을 키우면 좋을까.
뛰어난 솔루션 지식? 성숙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프로젝트 매니징 능력? 내가 공부해야 할 영역은 넓고, 요구되는 역량은 계속 생겨난다. 그러다 보니 집중력이 낮은 나는 깊이를 파고들지 않은 채 또 다른 새로운 것에 눈을 돌린다. 목표에 넣는다. 계획을 세운다. 그러다 계획이 늦춰진다.
이런 나의 단점을 고치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 때론 외부 정보에 대한 통제도 필요한 것 같다. 점점 모든 비워나가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은 직감이 든다. 바쁜 약속들을 넣기를 피하게 되고, 더 단순하게 나의 시간을 구성하려 한다.
이런 변화가 오히려 나를 새로운 경험들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은 아닌가 또 다른 모순에 대해서 고민한다.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모임에 들어가고, 스터디를 만들고, 사업을 하고, Risk taking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전의 나의 다짐을 흔들어 본다.
할 게 많고, 많은 할 일 중 하고 싶어서 하는 것들의 비중을 키우고 싶다. 때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는 합리화도 많이 하게 된다. 삶은 수많은 ownership의 집합이다. 내가 마땅히 따라야 하는 선택들을 얼마나 책임감 있게 가져가느냐, 신중하고 싶지만 그 신중함에 실행력이 느려진다는 흔한 단점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까?
각자의 환경은 다 다르겠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즐기는 것이 명료한 해답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짧은 해답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인 것이 현재의 나이다. 생각의 고리를 벗어나고 싶은 걸까, 엉킨 생각의 고리를 잘 풀어나가고 싶은 것일까, 멋지게 연장해 나가고 싶은 것일까.
오늘도 복잡한 생각을 속 시원하게 풀면서 나의 갈증을 해소한다. 좀 나아진 것 같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무척 좋고, 감사하다. 내일부턴 활기찬 한 주를 보내면 될 것 같다.
고민이 많을 땐 종종 와서 이렇게 적고, 앞으로 풀어나가는 여정을 기록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