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몇 개월을 고민하다가
접이식 쇼핑카트를 주문했다.
1년에 한두 번은 이용하던 브랜드였고
적당한 가격, 만족스러운 품질 덕에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접이식 쇼핑카트가 필요할 즈음
해당 브랜드에서 쇼핑카트를 출시했다.
중요한 것은 바퀴와 컬러.
브랜드 특유의 컬러감에 2바퀴 아닌 4바퀴 카트였다.
타사 제품과는 구별되는 큰 사이즈의 바퀴(왠지 내구성이 좋을 것 같은 인상) 중앙에는
본체와 동일한 컬러를 입혔다. 가격은 3만 원 중반.
'그래, 이거야!'
오프라인 매장이 있었다면 당장 찾아가
구매유무를 확정했겠지.
(나란 사람. 온라인쇼핑몰 제품도 실물 확인 가능방법 물어보는 사람 t.t)
02
선뜻 구매를 결정하지 못한 건 고객들의 리뷰였다.
최고의 선택, 최고의 카트라는 평이 있는가 하면
제품에 대한 불만도 심심찮게 보였다.
이럴 때 내가 주목하는 것은
컴플레인의 종류와 브랜드의 반응.
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부정적 리뷰의 내용은 한 줄기로 묶였다.
조악한 마감과 디테일에 대한 불만.
(설마 OOO브랜드가 저 정도까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브랜드에서는 어떤 해명도 설명도 없었다.
이게 더 찜찜.
03
그 와중에 허리 디스크(?)가 심해진 나는
도서관과 마트에서 이용할 접이식 카트가 절실했다.
몇 주에 한 번꼴로
접이식 카트를 검색했다.
그렇게 6개월.
처음 찜한 브랜드의 접이식 카트를 넘어설
이쁜(?) 녀석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 마감이 좀 조악해도 뭐…’
‘연말이라 1만 원 할인권도 준다잖아.’
가격에 타협한 나는
내 것과 친정엄마 것 2개를 주문했다.
04
개봉하는 순간 알았다.
불만 가득한 리뷰들은 사실이었구나.
플라스틱 곳곳에서 약간의 오염이 발견되었다.
‘괜찮아. 할인받았으니까…’
조립을 하려고 박스를 살피다가 헉.
‘세상에, 설명서도 없네? 바퀴 네 개 중 2개에만 브레이크 장치가 있는데… 이걸 앞에 달아, 뒤에 달아? 왜 설명을 안 해 주니...’
까탈스러운데 집요하기까지 한 나는
해당 쇼핑몰 상품페이지의 제품사진을 찾아
바퀴 부분만 확대해서 분석하기 시작했다.
‘뭐야… 왜 이럼….’
어떤 제품은 브레이크가 뒤 쪽에, 어떤 제품은 앞 쪽에 부착되어 있더라.
05
조립을 마치고 거실에서 접이식 카트의 시운전을 했다.
시험 삼아(카트 하나 사서 별 걸 다함 t.t) 물건을 넣었다 빼고
뚜껑을 열었다가 닫고
마지막으로 보관하기 좋게 카트를 접었다.
모든 순간 '할인받았으니 괜찮아~'라고 생각했던
디테일들이 태클을 걸었다.
뚜껑의 버클은 너무 뻑뻑해 쉬 열리지 않았고
(70대 부모님이 사용하시기엔 무리일 듯)
바퀴의 브레이크 장치는 작동이 쉽지 않아 '너 왜 있니?' 싶었다.
물건을 넣고 빼다가
우툴두툴 플라스틱 마감에 손등을 긁혔다.
06
‘값을 더 치르더라도, 잘 만든 쓸모 있는 물건을 곁에 두고 싶어.'
결국 반품접수를 했다.
30% 할인에 추가 1만 원 할인도 반품 결정을 막지 못했다.
매번 사용할 때마다
치밀어 오를 '울화통'을 생각하니
반품비 6천 원을 쓰더라도 반품을 해야겠더라.
이제 나의 접이식 쇼핑카트 예산은
3만 원 중반에서 6만 원 까지 증가했다.
내년에는 부디
내 마음에 드는
접이식 쇼핑카트를 발견하기를...
겉만 말고
속도 예쁜
그런 물건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