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마음들
01.
울컥하는 순간이 있다.
거창하고 대단한 어떤 일은 아니다.
(아니, 사실 이런 일이 거창하고 대단한 일이다.)
툭 던진 질문에
자신의 시간과 경험을 더해
기꺼이 정성을 내어주는 순간들.
그런 순간을 만나면
나는 그만 울컥.
02
코스트코 동백화분 앞에서 몇 번을 망설였다.
장보기를 마친 후 계산 줄에 섰다가,
결국 카트를 돌려 동백화분 앞으로 이동.
결심을 굳히고 하나를 집어 들려는 찰나,
생면부지의 어르신이 말을 걸었다.
"어떤 색깔의 동백을 좋아하우?"
???
"어떤 색깔도 무방하다면 상관없지만...
꽃도 취향이라 원하는 빛깔이 있으면 꼭 꽃이 핀 놈을 사는 게 좋아요.
안 그랬다가 꽃이 폈는데 영 내 마음에 안 들어. 그걸 어쩔 거야, 내다 버릴 수도 없고."
그래서 나는 카트를 밀면서 울컥.
02.
"엄마, 저녁으로 가지덮밥 만들건대 엄마랑 아빠 것도 만들까?"
남편 픽업하러 공항에 있는데 아이에게 걸려온 전화.
(영 맛이 없으면 큰일이니까...)
"엄마 것만. 아빠 거는 말고."
"짜잔~"
의기양양 세상 뿌듯한 표정으로 아이가 건넨 가지덮밥.
너무 그럴듯해서 울컥.
맛까지 엄지 척 이어서 또 울컥.
03.
15인~20인 세미나 장소를 찾는 중이었다.
내가 이런 건 좀 잘 찾는 편.
비용 대비 느낌 좋고/ 감각 있고/ 우와~ 하는 장소들을
곧잘 포착(?)해 낸다. 아니 그랬지.
하지만 그쪽 일에서 손을 뗀 지 어언~
찾아낸 장소마다 2% 아쉬워 L과 K에게 카톡을 보냈다.
세상에. 줄줄줄 줄줄줄.
아낌없이 자신의 안목과 경험을 나눠준다.
그래서 나는
에그샌드위치 먹다가 또 울컥
결국 목이 막혀 물을 벌컥.
.
.
.
나도 누군가를 울컥하게 하는
그런 사람으로 자라야지
결심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