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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Nov 09. 2022

당신의 질문이 고맙습니다

인터뷰이가 되어보는 경험

#당신의

#질문이

#고맙습니다     



프로젝트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가능성이요.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 가늠해요. 그 가능성의 대상이 프로젝트 자체만을 의미하진 않아요. 함께 하는 팀원, 리더, 혹은 새로운 시도 일 때도 있어요.

   

돈이요? 당연히 중요하죠. 하지만 이제 알아요. 

돈이라는 게 통장에 찍히는 숫자를 뜻할 수도 있지만, 가격표가 붙지 않아 자세히 봐야 보이는 가능성일 수도 있다는 걸. 그래서 프로젝트 의뢰를 받으면 눈에 보이는 숫자와 자세히 보아야 볼 수 있는 숫자, 이 둘을 모두 보기 위해 노력해요.


(우와, 멋있어요~라는 인터뷰어의 반응에) 

그렇지 않아요. 자주 흔들려요. 

고백하자면, 저렇게 말할 수 있는 건 가계경제의 중심이 내가 아닌 남편이기에 가능해요. 고맙고 미안한 일이죠. 끌리는 일만 하며 살 수 없는 것이 삶이잖아요.

      


OO 총량의 법칙이, 삶의 곳곳에 있다 믿어요


그런 말 들어보셨죠? 지x 총량의 법칙(?). 

어디서나 비슷한 <총량의 법칙>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는 <잔소리 쓴소리 총량의 법칙>이 존재함을 엄마가 되고서야 알았어요. 누군가에게 잔소리를 하는 걸 굉장히 스트레스받아하는 사람이더라고요, 제가. 잔소리를 하고 아이가 뚱한 얼굴로 반응하면 내내 마음이 불편해요. 그러니 한 두 번 이야기해서 고쳐지지 않으면 그냥 안 하죠. 열 번 넘게 이야기해서 꼭 알려주어야 하는 것도 분명 있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우리집에선 남편이 잔소리꾼이 되었어요. 잔소리 총량의 법칙에서 내가 내 몫을 외면해 버리니 어쩔 수 없이 남편의 비중이 커진 거죠.

     

가계경제에 대한 책임이나 부담도 비슷한 맥락이에요. 남편에게 부담과 책임의 몫을 더 많이 밀어놓았기에 하고 싶은 일, 욕심나는 프로젝트를 선택할 수 있는 거죠. 가장의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다면  끌리는 일만 골라할 순 없잖아요. 고정적 안정적 수입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니까요.


아이가 조금 더 자라 엄마의 보살핌이 지금보다 덜 필요해지는 시기가 오면, 남편에게 지웠던 부담을 조금 덜어주고 싶어요. 그런 날이 오면 남편에게 안식년을 선물하는 상상을 하곤 해요.



한결같이 좋은, 그런 일은 없어요


세상에 그림 같은 삶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그런 순간이 있을 뿐이죠. 


업무상 캡처 프로그램을 자주 사용하는데, 저는 crop기능을 가장 많이 사용하거든요. crop을 하며 늘 생각해요. 아... 우리 삶이랑 참 많이 닮았다. 난리 난리인 주방도 어느 일부만 정리하고, 사진 찍고 crop 해 버리면... 전체 주방 자체가 단정하겠구나 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거든요.     


진행 중인 프로젝트 중 매월 1~2건 진행하는 인터뷰가 있어요. 재미있는 건 인터뷰이를 인스타그램 검색을 통해 찾는다는 거예요. 해당 프로젝트를 2개월 정도 진행하다 보니 알겠더라고요. 하루하루 모아진 사진들 속에 그 사람이 보여요. 


“아유... 사진만 그래요.” 인터뷰이 대부분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crop을 하는 것도 재주고, 그 과정에서 나만의 시선, 나만의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담긴다고 생각해요, 저는.     

작정하고 덤비면 가짜의 나를 만들 수 있겠지만... 그렇게 치밀하게 그렇게 꾸준하게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려면 머리를 엄청 써야 하고, 노력도 정말 많이 필요하죠.

      

그래서 약 30분 간의 전화 인터뷰를 마칠 때면 인터뷰이에게 꼭 이야기해 줘요. 


"인스타그램으로 만난 당신은 마샤 스튜어트 같았어요."

"당신의 인스타그램 속에서 나는 책과 공연을 좋아하는 여고생이 느껴졌어요."

"인스타그램을 보는 내내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는데, 비록 전화 인터뷰지만 경쾌하게 자주 웃으셔서 저까지 기분이 좋아졌어요."


     

“아유 지금 시간이... 그래서... 질문이 뭐였죠? 하하하. 내가 이래요. 안 그래야지 하고 결심하는데 자주 이렇게 이야기하다 자꾸 샛길로 빠지고 가지를 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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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누군가를 인터뷰하는 삶이었다.

나를 인터뷰하겠다는 누군가를 만나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던 어느 날 일기장에 써 둔 글.

나도 누군가에게 "당신의 질문이 고맙습니다" 따스한 여운이 남는 인터뷰어이길... 다짐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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