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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Jul 01. 2022

오늘부터 1일, 반찬 프로젝트

회사 이름은 아직이지만, 3번째 프로젝트

#오늘부터1일

#OO의온도

#프로젝트


01

7월부터 반찬 브랜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그래서 요즘 내 눈엔 반찬가게 밖에 안 보인다. 사람들을 만나도 반찬과 밥 이야기를 한다.


“집밥 자주 해 먹어요? 반찬은요? 어디서 주문하는데요? 무슨 반찬 주로 먹어요? 반찬... 왜 사 먹어요?” 


시내(파주에서 시내란 고양 혹은 일산^^) 병원에 가도, 낯선 동네에 가도 네이버 지도로 반찬가게를 찾아 살펴본다.


02

고백컨데, 열 곳 중 아홉은 맛있더라. 가격도 착하다. 세 식구 한 끼 먹고 조금 남을 분량(평균 반찬 3개 국 1개 정도로 식탁을 차릴 경우)이 한 팩에 평균 3천 원. 주부 입장에서는 '우와 싸다!' 싶다. 그러니까 식재료를 사고, 다듬고, 조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생각하면 가성비 좋다는 말이다.


"대표님, 견적이 부담이면 말씀 주세요. 가능한 선에서 절충해 보겠습니다. 저... 이 프로젝트 꼭 하고 싶거든요. 오래오래 대표님 반찬 먹고 싶거든요."


왜 <OO의 온도> 프로젝트가 하고 싶었냐 묻는다면 답은 단순하다. 맛있어서. 맛있었다. 냉장고에 일주일을 두고 먹었는데도 집밥 좋아하는 남편과 아이가 한결같이 냠냠 맛있게 먹더라. 그리고 안심이 되었다. 윤 대표님이 만드는 반찬이라면!!! 가족, 친구, 지인에게 걱정 없이 권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03

두둥~ 그런데 반찬가게 순회 1주일 만에 풀이 죽었다. <파는 반찬> 안 사 먹고 지낸 3년간 세상이 변해버렸다. 우리 동네 이웃동네 서울 동네. 온 동네 반찬가게 반찬이 다 맛나더라.


맛있는 것 만으로는 <OO의 온도>가 왜 좋은지 고객들을 설득할 수 없겠구나 판단했다.


내게 묻기 시작했다. 

"넌 뭐가 맛있니?" "언제 맛있니?" "무엇이 맛있니?"


나는 먹는 것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편이다. 좋아하는 일에 빠지면, 두 끼 정도 건너뛰어도 배고픈지 모른다. 다만 '잘 먹는 것이 보약'이라는 말을 듣고 자라, 잘 먹고 건강하게 먹고 또 그렇게 식구들을 먹이려고 노력하는 사람일 뿐이다.


가장 맛있는 건, 배고플 때 먹는 음식. 세상 엄청 맛없는 건 있어도, 까무러칠 정도로 맛있는 건 크게 없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이혜란 작가님의 그림책 <우리 가족입니다> 첫 장의 저 밥상을 볼 때마다 나는 왜 울컥하는 걸까.


04

그렇게 고민은 시작되었다. 자주 스스로에게 물었다.


'OO의 온도가 왜 좋은 건데?' 

'이 일을 잘하고 싶은 이유는 뭐니?'

내가 묻고 내가 답하곤, 내가 내게 짜증을 냈다.


식상해 식상해. 뻔해 뻔해.

그런 답 밖에 못하니? 그렇게 밖에 설명이 안 돼?


완독 하지 못한 브랜딩, 마케팅 관련 책들을 몽땅 책장에서 뽑아와 식탁에 쌓았다. 


'저걸 다 읽으면 답이 보일까?' (정말 다 읽었으면 답이 보였을지도.)


05

새벽 5시에 일어나 롱블랙을 한편씩 읽고 있다. 등장하는 모든 브랜드가, 브랜드 뒤 모든 이들이 나의 선생이 다.


질문을 바꿨다.


'이 반찬을 누구와 먹고 싶어? 어디서 먹고 싶어? 어떻게 먹고 싶어?'


'어느 날 갑자기 네가 반찬가게를 꾸리게 됐어. 이게 잘 돼야 쌀도 사고 옷도 사고 아이 공부도 시킬 수 있어. 다행히 맛은 좋아. 맛엔 자신 있지. 그럼 넌 어떻게 할까? 궁리를 하겠지. 길을 걸으면서도, 손을 씻으면서도, 빨래를 널면서도. 어이 하면 널리 알릴까, 어떻게 하면 잘 팔까 고민하겠지. 그 궁리를 하자. 일단 그것 부터 시작하자. 그걸 하라고.' 


06

2022년 7월 11일 나는 만 45세가 된다.

저 나이쯤 되면 어른이 될 줄 알았다. 팔락거리지 않고 촐싹거리지도 않고, 일희일비하지 않는 묵직함을 가질 줄 알았다.


하지만 어쩌나. 나이는 나이일 뿐. 

묵직해지는 건 새로움을 향해 나가는 발걸음 정도. 팔락이지 않는 건 진중함이란 핑계를 대며 머뭇거리는 정도더라. 어제 보다 오늘 덜 무모하고, 오늘보다 내일 더 안정을 추구한다. 결국 나는 이렇게 겁쟁이가 되는구나.. 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07

팔락이고 촐싹이기로 했다. 

책상에 앉아 머리 굴리는 시간에 운동화 꿰차고 달려가 현장을 관찰하고 사람들을 지켜보기로.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답을 캐내기로 전략을 바꿨다.


그래서 박선영이 찾은 답은? <OO의 온도>의 첫걸음은 어디로? COMING SOON~~~


자신 있냐 묻는다면 흠...  대신 내겐 <자신 있을 용기>가 있다. 팔락이고 촐싹일 수 있는 근원적 힘은 <OO의 온도> 반찬에 대한 맛/정성/신뢰

   


그래서 브랜드명이 <OO의 온도>냐고요? 세상에 그럴 리가. 

OO에 들어갈 두 글자는 차차 알려드릴게요. 밥이 보약이라고 생각하는 분, 신뢰할 만한 반찬가게가 있다면 단골이 되고 싶으신 분은 제게 살짝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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